[판사대] 지옥탈출

조회 수 914 추천 수 0 2010.08.08 23:35:01





 올해 여름은 최악이다.

 솔직히 무리를 좀 한 건 사실이다. 평소에 별 운동도 안 하던 놈이 갑자기 축구를 하겠다고 설쳤으니…….

 그래도 그렇지 다리가 뚝 부러져버리냐? 그것도 여름방학 직전에.

 결국 다리는 다 나았지만 여름방학은 일주일도 채 남아있지 않았다. 친구들도 다 휴가는 이미 보냈다는 식이었다.

 나는 이번 여름방학을 게임으로 불태우자는 기분으로, 모니터에 빨려 들어갈 듯이 집중해서 의미 없는 노가다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어이, K야! 오랜만이다?"

 "아, 형이야?"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내 사촌 형인 B였다. 나랑은 한 살 차이라서 어렸을 때 집이 가까웠을 적에는 자주 놀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사를 가서 멀어져버렸기 때문에 명절을 제외하고는 만날 일이 없었다.

 "그래 임마. 잘 지냈어?"

 "잘 못 지냈지. 다리도 다치고. 왜 전화했어?"

 "음. 너 방학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틀어박혀 있었다면서. 우리 집에 놀러 올래?"

 "오옷, 정말로?! 그래도 돼?"

 "돼! 빨리 와."

 아무래도 신은 나를 외톨이로 만들 생각은 없었나보다. 나는 즉시 버스를 타고 B형의 집으로 갔다.


 뭐, 막상 도착해보니 별로 할 게 없었다. 그건 출발하면서도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집에서 나왔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니까 상관없다, 이런 느낌으로 온 것 뿐이고.

 형도 나도 기본적으로 운동은 꽝이라 같이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소설을 보거나 하는 것이 전부였다. 아니, 이건 다 집에서 하던 거잖아?

 집과 다른 점은 동지들이 있다는 것일까. 나보다 두 살 어린 사촌여동생 Q도 자기 오빠를 닮아서인지 취미가 비슷했다.

 "뭐 하는 거야, 너희들! 돈 줄테니까 나가서 놀아!"

 셋이서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걸 보다 못한 작은엄마가 우리를 밖으로 내쫓았다.


 "자."

 B형이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린 뭘 해야 하는 걸까."

 "글쎄?"

 "노래방이라도 갈까?"

 Q가 말했다.

 "난 노래방 가면 기계에 나오는 동영상밖에 안 봐."

 "못 불러도 괜찮아."

 "노래방만큼은 안 돼! 이 년, 너무 잘 불러서 열등감 느껴져."

 "오빠, 왜 그래!"

 흠.

 노래방은 역시 안 되겠다. 잘 부르는 녀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도저히 부를 용기가 안 생겨.

 우리는 동네를 빙빙 돌며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B형이

 "저건 어떠냐?"

 라고 말하며, 검지손가락으로 놀이터를 가리켰다.

 "형, 제정신이야?"

 "뭐 어때! 어렸을 때 생각도 나고 좋잖아."

 "구체적으로 뭘 할 건데?"

 "지옥탈출."

 "으아, 진심으로?"

 "한다면 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놀이터에 있던 꼬맹이들을 몇 명 모아다가 지옥탈출을 시작했다.

 룰은 간단하다. 탈출구가 없는 탈출일 뿐이다. 제한 시간은 10분으로 정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이거 많이 했었지."

 내가 말했다. 그러자 Q가 대답했다.

 "응. 난 아직도 기억나."

 "뭐가?"

 "아무 것도 아냐……."

 술래는 Q가 되었다.

 "시작한다? 하나, 둘, 셋, ……."

 자, 이제 본격적인 시작인가?

 우선 지옥탈출은 탈출구가 없기 때문에, 위치를 들켰을 때에는 도망치고 다시 숨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도주가 용이한 장소가 좋겠지.

 원통형 미끄럼틀이 있는 곳이 안전하다. 일반 미끄럼틀은 내려가면 사망이지만, 원통형 미끄럼틀은 내려가고 나서도 위쪽 부분을 발판삼아 다시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술래는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술래보다 높은 장소에 있다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눈을 감고 높은 곳으로 올라온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가장 좋은 장소는 단연 지붕이다. 지붕은 놀이터의 정점. 올라가기도 쉽지 않은 무적의 요새이다.

 나는 지붕이 있는 곳을 찾아냈지만 옆에는 미끄럼틀밖에 없었다. 아쉽지만 뭐, 이 정도로 만족해야지.

 "……. 아홉, 열! 찾는다!"

 Q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천천히 놀이터에 올라섰다. 나는 Q가 오기 전에 재빨리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눈 깜짝할 새에 공중 다리에 붙어있던 꼬맹이 한 명을 잡아냈다. 그리고 눈을 살짝 떠 누구인지 확인하고, 주위를 한 번 확인한 뒤에 다시 눈을 감았다.

 오오, 엄청 세잖아?!

 사실 잡았을 때 누구인지 확인하는 건 어쩔 수 없는 행위이다. 그녀는 그 짧은 순간에 눈을 돌려 다른 사람들의 위치를 살핀 것이다.

 또, 그녀는 높은 곳으로 올라갈 때에는 항상 얼굴을 벽에 착 붙여서 가리고 눈을 조금씩 떠 가며 올랐다. 노련하다.

 5분쯤 지났을 때, 이미 꼬맹이들은 전부 잡혔고 남은 건 B형과 나 뿐이었다.

 하지만 3분 뒤, B형도 굉장히 위험한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형도 물론 지붕에 올라가긴 했지만, 형이 올라간 곳은 도망칠 길이 없었다. Q는 천천히, 빈틈 없이 벽과 지붕의 틈새에 발을 끼우고 손을 뻗어 형을 잡아내고야 말았다.

 남은건 나 뿐. 위치는 이미 발각되었지만 시간도 그리 많이 남은 건 아니다. 조금만 버틴다면…….

Q는 순식간에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녀가 팔을 뻗을 때 미끄럼틀 쪽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재빨리 지붕에서 내려와 미끄럼틀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으앗!"

 그녀는 내가 이 쪽으로 도망치리라는 것까지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할 수 없이 미끄럼틀을 타고 밑으로 내려왔다.

 모래는 밟을 수 없는 것이 규칙. 사실상 나는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다.

 "끝났네?"

 Q는 즐거워 보였다. 지옥탈출을 좋아하나?

 하지만 절대 포기하진 않겠어.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얼마 안 되는 거리에 시소가 있는 것을 보았다.

 뛰면……. 뛴다면, 저기까지 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내 몸은 이미 시소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다행히 나는 착지하는 데 성공했다. 그 뒤에 바로 타임 오버.

 내가 이겼다!

 "형! 봤어? 나 엄청나지 않아? 역전의 사나이!"

 내가 한참 B형이랑 꼬맹이들한테 잘난 척 하고 있을 때, Q가 다가와서 말했다.

 "뭐야……."

 그녀는 실망한 것처럼 보였다.

 "어? 왜 그래?"

 "뭐야! 나한테 잡히는 게 그렇게 싫어?"

 Q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화를 내며 말하고는, 뒤돌아서 걸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쟤 지옥탈출 엄청 좋아하네. 나 하나 못 잡았다고 저러는 거야?"

 내가 말했다. 그러자 형이 대꾸했다.

 "멍청한 새끼."










 아.. 참 힘드네요..


 정말 열심히 썼는데. 어떤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19금, 직접적인 성적 묘사는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추가 [3] 샤유 2012-01-15 4711
공지 공지 판갈내↗ 자치국↘ 맘대로에 오신→ 것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케세드랄헤드 2011-11-02 8629
1463 [판사대] 좋은 사람 데꼬드 2010-08-08 803
1462 [판사대] 군대, 탈출, 친구의 약. 광망 2010-08-08 842
1461 [판사대] 죽지않는 남자 코르닉스 2010-08-08 975
1460 [판사대] 오늘 하루를 마치며 산송장 2010-08-08 942
» [판사대] 지옥탈출 우내 2010-08-08 914
1458 [판사대] 국제 휴대폰 자본 쓺. 2010-08-08 1221
1457 [판사대] 거울과 여중딩과 아저씨 물논양롬 2010-08-08 1929
1456 [판사대] 이탈 디스말ㅋ 2010-08-08 984
1455 [판사대] 간단한 시험을 시작해 보자 LESS 2010-08-08 1167
1454 [판사대] 노 웨이 아웃 (수정) DOSKHARAAS 2010-08-08 812
1453 [판사대] 남자답게 탈출 collectiv 2010-08-08 937
1452 [판사대] 백신과 바이러스 k01980 2010-08-08 936
1451 [판사대] 더위로부터 탈출 Wishes 2010-08-08 932
1450 [판사대] 엄마 이스피나 2010-08-08 869
1449 [판사대] 첩보원 bikall 2010-08-08 939
1448 [판사대]탈출 kori 2010-08-08 915
1447 크리스티나의 세계(3) 위래 2010-08-06 724
1446 본격 미군이 판타지에 발리는 소설 [1] 몬지 2010-07-31 750
1445 크리스티나의 세계(2) 위래 2010-07-30 757
1444 크리스티나의 세계(1) 위래 2010-07-28 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