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오늘은 온 거실에 소금이 뿌려져 있었다. 어떤 곳은 맛소금이었고, 어떤 곳은 굵은 소금이었다. 아무래도 굵은 소금을 뿌리다가 모자랐던 듯 했다.
엄마는 이혼 한 이후 미쳤다. 이혼을 하자마자 바로 이렇게 된 것은 아니고, 처음에는 조울증에 걸린 것처럼 감정이 오락가락 할 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서서히 그 증세가 심해지더니 지금은 완전히 미쳐버렸다. 한 번은 그냥 엄마가 힘들구나 하고 이해하려고 했지만 계속 반복하자 나도 힘들어졌다.
요새는 거의 매일 이런 식이다. 어저께는 키우던 금붕어가 화장실 쓰레기통에 들어가 있었고, 어제는 그 금붕어가 다시 수조로 돌아와 둥둥 떠 있었다. 이대로 엄마와 살다 보면 나까지 미쳐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요즘은 집에 오는 게 무섭다.
“엄마?”
나는 소금을 대충 치운 후 엄마를 찾았다. 화장실은 집에 올 때부터 문이 열려 있었고, 내 방에도 없었다. 큰방 문을 열자 금붕어 썩은 내가 진동을 했다. 이불은 TV 위에 있었고, 아침에 먹었던 고등어의 뼈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나는 작게 엄마를 불러보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엄마는 큰방에서 대체 무슨 일을 했던 걸까?
나는 금붕어 시체를 손끝으로 집어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맛소금 봉지와 굵은 소금 통이 발에 채였다. 나는 음식물 쓰레기통 뚜껑을 열고 금붕어를 투하했다. 철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발을 뗐다.
주방은 주방대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싱크대에는 쓰지도 않은 식기가 잔뜩 쌓여 있었다. 설거지를 소홀히 한 게 아니라 그냥 엄마가 미친 것이었다. 찬장에 있어야할 라면은 스프만 적출 당한 채 정수기 위에 쌓여 있었다. 다행히도 접시나 컵 같은 것이 깨져있지는 않았다.
“접시나 컵도 던질까 했는데, 엄마가 그때 딱 정신을 차렸지!”
뒤를 돌아보자 엄마가 있었다. 발소리도 내지 않고 바로 뒤까지 와 있었다.
“아무래도 깨지는 건 못 던지겠더라구.”
“그래서 소금만 뿌린 거야?” “응.”
정신을 차렸으니 소금을 뿌렸다는 우리 엄마. 엄마는 밝게 웃고 있었다. 나 역시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짜증이 날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엄마가 너무 가엾었다.
“근데 엄마 어디 있었어? 찾아봐도 다 없던데?” “장롱 속에 숨어 있었어. 찾아주지~”
엄마는 내 뺨을 꼬집으며 말했다. 장롱 속에는 왜 숨은 거야, 대체.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피폐해진 주방을 다시 재건하기 시작했다. 깨끗한 식기들을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리고 라면은 어쩔 수 없이 폐기하기로 했다. 나는 라면 사리를 꺼내 분리하기 시작했다.
“우리 딸... 엄마 때문에 힘들지?”
라면 사리를 부수고 있을 때, 엄마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응. 조금 힘들긴 해...”
나는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근데 괜찮아! 엄마가 빨리 기운 차리면 되지 뭐.”
“엄마가 만약 기운 못 차리면 어떡해?”
뚜둑, 뚜둑. 나는 말없이 라면 사리를 부쉈다.
“엄마는 널 잘 키울 자신이 없어... 이대로 살다가 너까지 미쳐버리면 어떡하니...”
저벅, 저벅. 엄마가 내 뒤로 다가왔다. 살짝 울먹거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엄마랑 같이 죽자, 응?”
뭐?
“엄마가 진짜 잘못했어, 엄마가... 정말 우리 딸한테 몹쓸 짓을 하는 거야...”
순간 장롱의 퀴퀴한 냄새가 알싸하게 코를 덮치며 고개를 치켜들게 되었다. 목에는 꺼끌꺼끌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보다 힘이 너무 강해서, 이대로라면 숨을 쉬지 못할 것 같았다.
“커컥, 컥...”
내가 그런 소리를 내며 괴로워하자, 엄마는 더 힘을 주었다.
“그래도 지금 죽어야해... 지금이라도 죽는 게 차라리 나을 거야...”
이제 엄마는 완전히 우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나는 발버둥 치며 허공에 팔을 휘둘렀다. 음식물 쓰레기통이 내 발에 차여 쏟아졌다. 부서진 라면 사리가 온 바닥으로 쏟아졌다.
“어, 엄마, 켁, 잠, 잠깐...”
“엄마도 너 죽이고 곧 죽을게. 먼저가서 기다리고 있어. 응?”
목에 축축한 느낌이 들었다. 엄마의 눈물인 듯 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엄마는 계속 미안하다는 소리만 했다. 나도 이제 슬슬 눈앞이 흐려지고 정신이 멍해지는 듯 했다.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이건 아냐, 엄마가 날 죽일 수는 없는 거야!
나는 앞을 보려고 했다. 힘주어 몸을 앞으로 당기자 싱크대가 바로 보였다. 나는 없는 힘으로 앞으로 걸어가 식칼이 있는 곳으로 손을 뻗었다. 젓가락과 숟가락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흩어졌다. 나는 검지와 중지로 식칼 끝을 잡았다. 그리고 슥 당겨 불안하게 붙잡았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엄마는 내가 뭘 잡고 있는지 보이지도 않나보다. 그저 미안하다고 할 뿐이었다. 나는 엄마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서 칼을 등 뒤로 휘둘렀다.
푹,
“끄윽!”
푹, 푹,
“끄흐윽, 끅, 으으...”
아마도 엄마의 옆구리를 찌른 거겠지. 기분 나쁜 느낌이 손을 타고 흘러들어 올 때마다 내 목을 옭아매고 있는 것은 점점 느슨해졌다. 숨을 쉴 수 있게 되었고, 눈 앞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였고, 정신도 서서히 맑아지는 듯 했다.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푹 …….
엄마는 더 이상 신음하지 않았지만, 나는 찌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손에 뭔가 따뜻하고 축축한 것이 느껴지고, 기분 나쁜 느낌에도 익숙해졌다. 꼭 그렇다기 보다는 이젠 옆구리가 너덜너덜해서 찌르는 느낌이 안 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강하게 칼을 밀어 넣었다. 엄마는 힘없이 밀려 쓰러졌다. 목에 감긴 것도 스르르 풀려 떨어졌다.
내 목을 감고 있던 것은 아빠의 넥타이였다. 저게 아직도 장롱 안에 있었나보다.
엄마는 손에 그 넥타이를 쥐고 피와 눈물을 흘리며 죽어있었다. 예상대로 옆구리는 잔뜩 터져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
음식물 쓰레기통이 엎어진 곳에는 방금 버린 금붕어가 뒹굴었고, 바닥은 온통 라면 사리 천지였다. 마치 오늘 거실에 소금이 뿌려져 있었던 것처럼.
“엄마 죽었지?”
엄마는 대답이 없었다. 딱히 물어보지 않아도 엄마는 죽은 게 확실했다. 내가 죽였다. 손에 쥔 식칼로 셀 수도 없이 옆구리가 범해지며 죽었다.
잠깐, 엄마가 죽었다고?
정말 기쁘다!
엄마가 죽었으니, 난 이제 엄마처럼 미치지 않아도 돼!
엄마한테 탈출이다!
난 미치지 않아도 된다!
3125자
소재는 탈출을 선택했구요
평상시에는 학원청춘물을 쓰고 있습니다.
혹시 이런 건 안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