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마당 - 단편 게시판
브라질. 아마존 강을 낀 마나우스 시에서 동으로 600km 정도 떨어진 한 작은 마을의 이야기이다.
강을 생명줄로 해서 살아가는 이 마을에는 인습에 가까운 미신이 전해져 내려왔다. 그것은 바로 강에 있는 물고기 신, 즉 어신(魚神)에게 제물을 바치는 풍습이었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인신공양의 형태를 띄었으나, 최근에는 소 등의 동물을 윗마을에서 사와서 강물에 바치는 정도로 완화되었다.
한국에서 파송된 개신교 선교사 김유탄이 3년전 이곳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 풍습은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 마을에 교회를 세우고,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토속 신앙에서 개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풍습은 점점 사라져 갔다. 한달에 한번씩 하던 공양이 두달로 뜸해지고, 반년으로 줄더니, 최근에는 자취를 감추었다.
이 공로는 김유탄 선교사의 노력에 있었다. 선교사라 보기 믿기 힘들 정도의 건장한 체격과 완력은 자력으로 작은 교회를 제우는 것을 가능케 했고, 그 놀라움과 근성에 관심을 가진 주민들이 하나둘 교회에 다니면서 인습을 버려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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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이 있는 주일예배의 일이다.
"훌리오, 오늘 예배 안드릴거야?"
한 소년이 훌리오라는 이름의 다른 소년에게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오늘은 수영좀 하고 놀래. 솔직히 너도 매주 예배로 시간 잡아먹는거 좀 싫잖아."
"하지만 선교사님이 알면 화내실지도..."
"몰라, 오늘은 그냥 놀래!"
"혼나도 난 모른다!"
그렇게 말한뒤 훌리오는 반 나체로 강물에 뛰어들었다. 이번엔 훌리오가 모처럼 종일 수영을 즐길 참이었다.
"선교사님에겐 미안하지만 난 노는 쪽이 교회보다 좋다구."
한창 물놀이를 즐기는 훌리오. 그 아이는 알지 못했다.
'놈'이 서서히 수면 아래에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놈'의 감각은 전부 훌리오에게 집중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을.
그리고...'놈'의 오늘 오전 식사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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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탄은 마을의 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하고 있었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마을에는 인습이 있었습니다. 물고기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풍습이었죠. 그러나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그것은 사라졌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이것을 우리의 자랑으로 삼아야 합니다. 우리는 헛돤 우상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의 피로 한 형제가 된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그때 마을사람 한명이 허겁지겁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당신은 아직 믿지 않는 분이실텐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구요! 선교사 양반, 그리고 모두들 나와봐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밖으로 나온 유탄과 마을 사람들은 안내를 받아 강변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은 훌리오를 볼수 있었다. 살아있는 훌리오가 아닌, 머리와 몸의 일부만 남은 훌리오를.
"훌리오...!"
그 아이의 사체 앞에서 모두들 침묵하거나 혹은 오열했다.
"어째서...이 아이가..."
유탄도 거의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교회에 출석하던 아이였는데, 다소 장난기는 있었지만 그래도 선량한 아이였는데.
이때 누군가의 입에서 마치 주문과도 같은 말이 나왔다.
"어신(魚神)이다."
"뭐?"
"어신께서 노하셨다. 확실해. 우리가 제물을 바치지 않아서 어신께서 노하신 것이야."
유탄이 소리질렀다.
"그만둬! 이건 신의 짓이 아냐! 황소상어(식인상어의 일종. 민물로 올라와 사람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의 짓이다!"
그러나 유탄의 절규같은 외침에도 마을사람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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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추수감사절. 유탄이 개척한 교회에는 평소에 절반도 안되는 인원만이 출석했다. 어신에 대한 공포 때문인가? 이렇게 생각한 그는 힘없이 예배를 마치고 장로를 맡고 있는 촌장에게 말을 건넸다.
"마을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오전부터 어신에 대한 제사 의식을 하고 있소이다. 내가 막기엔 그들의 공포는 너무 커져 버렸지."
"....."
장로가 물었다.
"선교사 양반."
"네, 촌장님."
"어떻게 훌리오를 죽인 것이 상어의 짓이라 알수 있었던 건가?"
유탄이 대답했다.
"저는 믿음을 가지기 전 호주에서 바닷일을 했었습니다. 바로 상어잡이였죠."
"오...그래서 잘 알았던 것이군."
"백상아리,뱀상어,그리고 황소상어...저는 부적을 옷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이 상어들을 사냥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 안전을 지켜준다고 믿었죠."
유탄은 말을 이어나갔다.
"어느날 백상아리를 잡기 위해 바다에 생선의 피를 뿌리던 때였습니다. 동료 하나가 와이어에 다리가 걸려 바다로 추락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구할 준비를 하기도 전, 그 동료는 피냄새를 맡고 따라온 백상아리의 밥이 되고 말았지요."
"그런 일이..."
"그 동료는 부적과 같은 문신을 한 사모아인이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바닷사나이들이 흔히 가지는 토속신앙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지요. 과연 인생의 길흉화복은 누가 주관하는 것인가? 사람은 왜 죽는 것인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지다 저는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고..."
"지금은 선교사가 된 것이구료."
유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유탄이 강가로 갔을때는 이미 제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동물의 피냄새가 유탄의 코를 찔렀다. 최악이다.이런 짓은 '놈'을 계속 이곳에 맴돌게 만드는 원인이다.
그때 불현듯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곳 마을 주민들은 수백년 이상 사람이나 동물을 베어 그 피와 고기를 어신에게 바쳐왔다. 그 어신의 정체는 분명 메가 사이즈의 민물상어였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제물의 피가 어신의 두려움을 잠재운다고 생각해 왔겠지만, 분명 피냄새는 대대로 상어를 꼬이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을 터다.
"그만 둬! 다들 뭐하는 거야!"
유탄은 이 인습의 부활에 분노했다.
이때, 교회에 다녔던 한 사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선교사님...죄송합니다...저희 마을의 안전을 위해서...어쩔수 없었습니다....크흑..."
유탄이 대답했다.
"정 그러면 내가 그 어신을 잡으면 될것 아닙니까?"
유탄의 말에 마을사람들 사이에 소란이 일어났다.
"안돼요 선교사님! 선교사님도 당해요!"
마을 사람들의 호소에도 아랑곳없이, 유탄은 작살과 샷건을 들고 작은 배에 올라탔다.
"하지 마세요, 선교사님! 저는 선교사님까지 죽는건 보고싶지 않아요!"
유탄이 탄 쪽배가 서서히 강가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을 뒤로 한채, 그가 중얼거렸다.
"걱정은 좋은데, 나를 다들 과소평가하는군. 나는 어신을 잡아서 먹고살던 사람이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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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가운데에서 유탄이 쪽배를 세웠다. 이미 피냄새를 맡고 '놈'이 다가오기 시작했으라 그는 확신했다. 상어 헌터의 감이었다.
잠시 후,
"오는군."
물 위로 등지느러미를 아주 약간 드러내고 놈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수면에 드러난 실루엣을 볼때 몸길이 약 4미터로 짐작되었다. 동종으로선 괴물 급의 덩치다. 하고자 한다면 유탄이 탄 배 정도는 쉽사리 뒤집어 엎을 수 있을 것이다.
유탄은 작살을 쥐었다. 그리고 중심을 낮추어 놈의 공격에 대비했다.
"!!"
순간 놈이 수면으로 솟구쳐 올라 점프했다. 그와 동시에 유탄은 놈을 향해 작살을 있는 힘껏 내질렀다.
"제길!"
작살은 놈의 아가미 쪽을 스치며 꽂힌듯 싶었으나 이내 수면에 떨어졌다. 그리고 선체의 옆구리를 문 놈이 그대로 몸을 흔들어 유탄을 배에서 떨어뜨리려 했다.
"빌어먹을 괴물 자식! 힘이...거의 백상아리 급인데!"
흔들리는 배에서 유탄은 가까스로 샷건을 쥐었다. 놈이 선체를 물고 몸을 낮춰 유탄을 가라앉히려 할 순간, 그가 놈의 입가로 미끄러지듯 다가갔다.
"너와 네 선조들이 해왔던 짓을 이제 끝내주마!"
놈과의 거리가 1미터 정도로 좁혀진 순간, 놈의 벌린 입 속이 그대로 드러났다.
유탄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샷건을 놈의 턱 안쪽에 조준했다.
그리고 놈의 입이 눈 앞 까지 다가온 그 순간,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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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뒤, 한국에서 파송된 선교사 최다윗이 마을에 도착했다. 외부와의 유일한 통로인 소형 동력선에서 내린 다윗을 유탄이 반겼다.
"김유탄 선교사님이시군요. 혼자 여기를 개척하시느라 힘드셨겠습니다."
"뭘요. 다 하나님이 하신 건데요."
유탄은 다윗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이 추수감사절이었죠."
"네, 칠면조는 아니지만 맛있는 것을 남겨 두었습니다."
유탄은 다윗에게 몇점의 고기와 반찬을 대접했다. 그것을 감사히 받아 씹어 삼키는 다윗의 얼굴은 맛있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와, 정말 맛있네요! 이거 재료가 뭐죠?"
유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시면 기절하실까봐 비밀로 할게요."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