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상은 어디까지나 한 독자 개인의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작품의 감상과 해석은 작가의 실제 의도 내지 다른 분들의 감상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상 간에 작품의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관심이 가는 작품들은 작품 제목 밑에 제시된 링크를 클릭하셔서 작품을 먼저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쥐풀린’, ‘광장 앞에서’, ‘촛불을 든 당신 아름답습니다’,
‘한발로 물구나무서는 개’ by 일엽편주
http://fangal.org/xe/38788 (쥐풀린)
http://fangal.org/xe/38790 (광장 앞에서)
http://fangal.org/xe/38791 (촛불을 든 당신 아름답습니다)
http://fangal.org/xe/38797 (한발로 물구나무서는 개)

 

 12월의 엽편들은 ‘한발로 물구나무서는 개’를 제외하면 정치색이나 작가의 견해가 지나칠 만큼 전면으로 드러난 느낌입니다.

 

 ‘쥐풀린’에서는 삽질에 대한 비유,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희화화하는 과정에서 재기가 느껴집니다. 특히, ‘대통령’을 상당히 비천한 직업에 비유한 건, 얼핏 (이런 정치색을 가진 분들이라면 불편해하실 수도 있는 비유겠습니다만) 이문열의 ‘우리들이 행복해지기까지’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그 작품에서는 제법 이상적인 사회를 이룩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이 마치 예비군 훈련이라도 되듯 몹시 귀찮은 일로, 국민들이 추첨을 통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맡고 있더라고요.

 

 한데 채플린을 쥐풀린으로 각색을 하긴 했지만 촛불시위와 정부의 입장과 행위에 대한 견해가 이 경우에는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광장 앞에서’와 ‘촛불을 든 당신 아름답습니다’ 같은 경우는 더욱 말할 것도 없겠죠.

 

 이런 부분에 대한 견해에 있어서는 어떤 의견의 차이도 가능하리라 생각하지만, 서광님의 작품을 코멘트 하는 과정에서도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듯 판갈 비/감란에서 정치적인 작품에 평을 달기는 조심스럽고 애매한 감이 있습니다.

 

 다만, ‘한발로 물구나무서는 개’의 경우는 희극적인 요소를 적절히 가미하여 재미있는 글을 짜셨다는 느낌인데요. 여기에 어떤 함의가 있을 것을 감안하더라도 대단한 재주를 부리는 개를 화자로 삼고 그 재주를 부려야 하는 부조리한 상황을 능청스럽게 그려낸 작품의 묘미가 좋군요. 풍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더라도 이야기 자체를 받아들이는 데는 앞서의 작품보다 이런 쪽이 거부감이 덜하겠죠.


 

‘동행’ by 위래
http://fangal.org/xe/38789

 

 이 작품 역시도 보기에 따라서는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 요소에 대한 적절한 함의를 품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 함의를 담아내는 우스꽝스럽고 능청스런 대사와 상황 묘사는 좋습니다. ‘오발’에서처럼 잘 변용을 하면 다른 작품에서 소품처럼 활용할 여지도 있어 뵈고요. 제시된 상황이나 주고받는 대사들 자체는 어디선가 본 듯한 소품의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만.

 

 어쩌면 이런 상황이나 분위기를 연습해보려 연습장처럼 활용해보신 엽편은 아니었는가 하는 혐의도 지워보겠는데, 어찌되었든 글의 분위기나 상황, 대사 자체는 제 취향의 것이다 보니 다소간의 애착이 가는 면도 있습니다.

 


'Kill Suk‘ by 노유
http://fangal.org/xe/38792

 

 한편, ‘Kill Suk’은 반전 및 글의 구조가 다소 엉성하게 느껴집니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비리 혐의가 거론되던 시기의 글이니 소재 자체는 시의적절성이 있으나, 왜 굳이 실명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해당 사건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작가의 해석, 의미 부여가 부재하고 있다보니 단순한 흥미의 선을 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글의 전개 과정에서도 적절한 긴장감이 없는데, 너무 쉽게 계획대로 상황을 풀어나간 것은 다소 안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보니 글이 전반적으로 밋밋해져버린 것은 아닌가 싶네요.


 

‘문을 박차고 간 그녀는 어디로 갈까요?’, ‘별도화지’ by 김병창
http://fangal.org/xe/38793 (문을 박차고 간 그녀는 어디로 갈까요?)
http://fangal.org/xe/38794 (별도화지)

 

 우선, ‘문을 박차고~’의 경우는 일전에 올리셨던 글에 비하면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듯하네요. 조사, 서술어, 수식어 등이 알맞게 선택된 것인지. 구조가 적절한 것인지를 짚어보게 되는 문장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고민이 부족한 문장이라 하겠는데, 퇴고를 위해 보완될 수 있는 만큼 작가의 정성이 필요한 부분이겠죠. 이 앞뒤로 올리신 다른 작품들을 살필 때에는 문장을 다듬는 수준에 차이가 있는 것이 조금 의외로군요.

 

 또, 이야기가 지나치게 상투적인 점도 아쉬웠고, 인물이 가수라는 꿈에 접근하기 어려운 장애로서 굳이 공주라는 신분을 설정할 필요가 있었는가. 그러한 신분이 차후에 어떻게 장애로 작용하느냐를 따져보면, 글의 여러 요소와 역할을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맞춰볼 수 있는 가에 대해서도 좀 더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반면 ‘별도화지’의 경우에는 단정하고 잔잔한 어조로, 문장과 표현의 미숙함이 덜하더군요. 문장간 이음새도 좋은 편인데, 인물의 심리며 사고를 따라가다 보면 설정된 인물보다는 좀 더 나이 어린 느낌이 있어 거북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다만 아쉽습니다.

 

 ‘별도화지’의 감수성은 대체로 좋은 느낌입니다. 한편으로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떠오르는 부부의 차분하고 조용한 사랑 얘기에 제법 적합한 어조를 찾은 감도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사연들을 구구절절 풀어놓지 않고 인물의 대사 등을 통해 적절히 압축하여 제시하는 기교도 나쁘지 않았고요.

 

 다만, 글에 담은 서정적이고 잔잔한 감수성 위에 무언가를 더 첨가하지 않고서는 글이 개성과 특징을 담기에 다소 무취하지 않은가, 어떤 한계가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문득, 생각나서’ by 알 버스터
http://fangal.org/xe/38796

 

 인터넷 세대라면 대상은 다르더라도 누구나 종종 겪었을 법한 이야기인 듯 하군요. 덕분에 소재의 친숙함이란 강점이 있겠고, 또 그런 상황을 놓치지 않는 재치 있는 성찰 역시 글에서 보여준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엽편의 형식을 취하긴 했어도 딱히 큰 인상을 주지 못하는 소품에 머무른 점은 아무래도 아쉬울 부분이겠죠.


 

‘나비와 바다’, ‘고시생 구보 씨의 일일’ by 쳉
http://fangal.org/xe/38798 (나비와 바다)
http://fangal.org/xe/38799

 

 두 글 모두 문장이나 표현방식은 안정되고 세련된 면이 있네요.

 

 ‘나비와 바다’의 경우는 밀도가 상당히 높고, 여운을 남기는 글 말미의 표현도 인상적입니다. 다만, 글이 사변적이라 서사가 부족하고, 자연 글의 맥락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아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고시생 구보 씨의 일일’ 역시 인상이 제법 강렬한 작품인 듯한데요. 작품에 적절한 긴장을 부여하는 나와 남자 사이의 관계는, 그 기술 과정의 재치나 노련한 표현의 방식들이 적절히 맞아 떨어졌고, 앞 작품에 비해서는 서사가 뚜렷하면서도 또 결말에서는 뻔뻔하고도 애매하게 현실을 일탈해버리는 몽환적인 전개도 눈에 띕니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모난 곳 없이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했고요. 아마 덕분으로 글의 여운과 울림도 더욱 짙어진 것일 텐데, 고시생이라든 무엇이든 불안한 미래에의 삶 즈음으로 전형화 될 수 있는 대상들에게 던지는 그 따뜻하고 희망어린 시선이 무엇보다 반갑군요.

 

 이걸로 2009년의 단편란 게재 작품 감상을 모두 마치게 되었네요. 비록 재미있는 엽편들도 간간이 눈에 띄지만 짧은 분량의 작품들이 주가 되는 점은 보기에 따라서는 다소간에 아쉬울 사항은 아닌가도 싶습니다.  몇몇 작품은 감상을 제외하였습니다. 동어반복이 쑥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서광 님의 바비도X 같은 경우에는 한줄 감상란에서 주어진 귀우혁 님의 단평이 그대로 유효할 듯하네요. 이 감상문에서 다소 성의없이 지나가게 된 점은 사과드립니다.

 

 한편으로, 2009년 이달의 단편 선정은 밀린 것이 많아 한번에는 어렵겠으나 순차적으로 선정하며 적체를 해소해나갈 요량입니다. 조만간 분기별로 나눠 의견을 모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