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수가 보이는 으리으리한 별장에 휴가를 보내러, 부유한 가족이 놀러 온다. 행복한 부부와 귀여운 아들, 큼직하고 비싸 보이는 개까지 완벽한 부자 집안의 모습이다. 심지어 이들은 품위 있는 클래식을 들으며 알아맞추기 게임까지 하고 있다. 아주 평온하고 느긋하다. 그런데 헨델의 음악이 달콤하게 흐르다 멈추더니 별안간 익스트림 메탈의 미치광이 같은 소음이 폭발한다. 꽈꽈꽝! 그리고 화면에 제목이 뜬다. "퍼니 게임"

2. [퍼니 게임 US(Funny Games U.S., 2007)]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작품이다. 그가 옛날에 만들었던 [퍼니 게임(Funny Games, 1997)]을 10년 후 리메이크한 영화다. 같은 감독에 같은 영화. 그러나 10년의 세월을 돌아온 게임은 훨씬 세련되고 매끈한 모습을 하고 있다.

3. 온전한 맛을 해칠 염려가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내게 화를 낼 것이 걱정되어 미리 밝혀둔다. 이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는 관객의 기대를 완벽하게 배신한다! 아마도 영화는 (일반적인)관객의 바람대로 결코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정체를 모르는 두 청년, 폴과 피터가 예의 바르게 들어와서 벌이는 예의 없는 폭력들이 완벽했던 가족의 모습을 철저하게 파괴한다. '퍼니 게임'은 지극히 불쾌한 공포다.

4. 마누라 '앤'의 역할로 나오미 왓츠가 출연한다. 이 영화에서도 단연 발군의 연기를 보여준다.

5. 똑똑하다. 이는 스릴러의 스타일만 빌려왔을 뿐, 실상 엄청나게 신랄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이 불쾌한 게임은 영화 안의 일이 아니다. 폴은 고개를 돌려 영화 바깥의 관객들에게 게임에 동참할 것을 강제한다. 싫으나 좋으나 관객은 게임을 함께하고 있다.

6. 감독이 즐겨 쓰는 롱테이크 숏은 끈적 끈적 달라붙는다. 영화는 서두르려 하지 않고 폴과 피터가 벌이는 파괴를 진득하게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한 장면에서는 10분에 가깝도록 화면이 고정되어 있다. 이로 하여금 더욱 관객을 불쾌하게 하고 노여움을 느끼게 한다. 아까 말했듯, 관객은 게임을 함께하고 있지만 고통받는 이들을 지켜볼 뿐이다. 관객은 완벽하게 무력하다.

7. [퍼니 게임 US]는 무력(武力)과 무력(無力)의 영화다. 폴이 리모컨을 써서 상황을 '완전히 컨트롤'하는 초현실적 장면에 이르면, 영화가 다른 스릴러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불쾌감의 까닭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고야 만다. 게임의 권력은 몽땅 폴과 피터에게 있다. 영화 속으로 다이빙할 수도 없는 일이니 관객은 완전히 무력하다. 분노하지만 도와줄 방법이 전연 없다. 영화 초반에 우연히 요트에 흘린 칼이 나중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면 [퍼니 게임 US]의 정체가 분명해진다.

8. "영웅은 픽션에서만 존재한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