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마당 - 콘라드의 영화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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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쌍욕을 뱉으며 황소처럼 달려드는 놈보다, 입을 꾹 다물고 눈은 조용히 흡뜨고 다가오는 놈이 더 무섭다. [기담]이 바로 그런 영화다. 때는 일제치하, 안생병원이라는 작은 병원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를 엮어놓은 것이다. 에피소드 셋이 조금씩 맞물리고 엮이는 옴니버스 형식이지만, 아주 적은 부분이라 따로 떨어진 세 가지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이야기 셋의 테마는 모두 사랑이며 나름대로 쓸쓸하고 그리운 정서가 녹아있는데, [기담]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내용이나 볼거리보다는 희멀건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기담]의 공포 분위기는 눅눅하게 정체되어 있고 하얗게 탈색되어 있다. 병원이라는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듯싶지만 그렇게 약품 냄새가 훅 끼치는 화면에 신경을 마구 긁어대는 음향효과가 합세하면 심장의 쿵쿵거림이 상상을 초월한다. 15세 딱지가 붙었지만 그 압도적인 분위기를 생각하면 18세 딱지를 붙여도 지나치지는 않을 듯싶다. 특히 두번째 '아저씨 변태취향 여자애' 이야기에서, 엄마 귀신이 삐삑삑삐삑대는 소리를 들으니 숨이 절로 턱 막힐 지경이었다.
이야기 간의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부질없는 노릇이겠지만 세가지 다른 맛을 보듯 즐긴다면 분명 만족스러울 것이라 본다. 사람 홀리게 하는 약냄새 분위기가 더욱 소름 쭉 끼치게 한다. 여고괴담 시리즈보다 (최소한 3, 4편 보다는)나은 영화라 생각하는데, 어찌하여 흥행하지 못하고 컬트 취급을 받는지 안타깝고 씁쓸하다. 덧붙여 [기담]은 깊은 밤 불을 다 꺼놓고 홀로 봐야 제맛이라 생각한다. 무섭다. 진짜 무섭다. 나 정말 벌벌 떨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