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전에 그 높은 명성은 익히 들었는데 눈앞에서 [천사몽] 영상이 돌아가는 내내 정말로 아 씨발, 할 말을 잃었다 ;;; 마치 떼로 죽은 해파리 시체가 학교 분수대 해면 위로 둥둥 부유하여 떠오르는 광경을 보는 듯하였다. 배우들은 여명, 박은혜, 윤태영("호...호개야!"), 이나영(나영이 누나 ㅜㅜ), 안석환, 박영로 등 나름대로의 브랜드를 가진 배우들이다. 멋진 배우들을 모두 긁어모아서도 이런 괴작을 만들 수 있다니 이것 또한 재능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처음에는 성진 역을 맡은 여명이 왜 저렇게 호세 레저를 능가하는 발음을 구사할까 싶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까 [첨밀밀(甛蜜蜜, 1996)]과 [더 히어로(眞心英雄, 1998)]에 나왔던 중국 배우였다. 도대체 한국인 역할에 왜 중국 배우를 섭외하는지 모르겠다. 얼굴은 잘생겼지만 "로제가 업뜨면 데 인땡은 아무 으미도 업뜹니당" 말하는 배우에게 애틋한 마음을 갖기는 어려운 일이 아닌가? 후시녹음(더빙)한 버전도 있고 여명 대신 목소리를 맡은 사람은 엄태국이란 양반인데 엠비씨 13기 성우다. 그렇게 고생할 거면 중국 배우를 안 쓰면 될 거 아닌가, 성진 자리에 왜 하필 여명인가. 정신이 아뜩하다.

잠시 방심하다가 앗 하는 순간 영화는 감정을 폭발시킨다. 아니, 꾸역꾸역 나와서 넘쳐 흐르는 잉여감정을 그냥 쓰레기통에 폐기 처분한다. 왜 여기서 이런 상황에서 저 말을 해야 하는지 보는이는 모른다. 영화만 알고 있다. 21세기 영화면서도 파워 레인저보다 나을 것이 없는 특수효과와 조잡하기 짝이 없는 촬영 솜씨를 보라. 어두침침한 화면이 집에 있는 캠코더로 찍어도 그렇게는 안 나올 법하다. 자를 데서 안 자르고 자르지 말아야 할 곳에서 뚝! 뚝! 잘라버리는 편집 솜씨는 또 어떻고. 이 영화의 영상위 등급을 보니까 열두살 관람가던데 아주 적확한 판단인 거 같다. 열두살 아래가 보기에는 허세가 심하고, 열두살 위가 보기에는 젖내가 나고 멍청하다. 이런 질풍노도의 영화를 보려면 딱 질풍노도의 시기인 열두살이 좋다. 보통 나는 심술궂은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 시나리오 상의 약점을 두어 번 꼬집어 줄 수가 있는데, [천사몽]은 그럴 수가 없다. 무협에서 흔히 모든 동작이 초식이라면 아예 초식이 없는 무초(無招)의 경지에 이른다고 하지 않는가. 영화 전체가 약점이면 아예 약점이 없는 도검불침 절대무적의 경지가 된 것이라. 그래도 말이다, 나영이 누나는 왜 바이크 타고 추격전을 벌였으며 왜 느닷없이 총 맞아 죽는지 그거는 쫌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