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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7/5) 판타지 갤러리. written by 미스트
* 글의 게재를 허락해주신 미스트님께 감사드립니다.
* 글의 어조 등에 있어서는 별다른 수정이 없이, DCinSide 판타지 갤러리의 글을 원본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까르뜨. 빠라드 드 까르뜨. 팔 위로 앙 까르뜨 하고, 끝까지 찌르기.
아침이 밝아 오고 있었다. 희미한 새벽의 첫 햇살이 블리인드 사이로 스며들면서 검술 연습실 사면의 유리벽에 부딪쳐 천 개 만 개의 무한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띠에르스. 빠라드 앙 띠에르스. 팔 위로 띠에르스 하기.
벽에 있는 낡은 무기 걸이에는 침묵의 형을 선고받은 녹슨 칼들이 영원한 잠 속에 빠진 채 걸려 있었다. 부드러운 황금빛 햇살이 방 안을 비추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먼지가 소복이 쌓인, 세월의 흔적으로 거무스름하게 변해 버린 낡은 장식장과 곳곳에 긁힌 자국이 선명한 플러뢰에까지는 닿지 못하고 있었다.
깊숙이 까르뜨 하기. 반 바퀴 돌며 빠라드. 앙 까르뜨로 찌르기.
한쪽 벽면에는 뒤틀려 가는 액자 속에 누렇게 변색된 자격증 몇 개가 걸려 있었다. 자격증의 잉크도 흐릿하게 변색되었고,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바탕의 양피지도 거의 내용을 해독할 수조차 없게 변해 있었다. 아래 부분에는 이제는 이미 오래전에 죽고 없는 사람들의 서명이 있었고, 로마, 빠리, 빈, 상트 뻬떼르부르크라는 지명과 날짜가 씌여 있었다.
까르뜨. 어깨와 고개를 뒤로 젖히고. 낮게 까르뜨 하기.
바닥에는 오랜 세월을 사용해 윤이 반지르르하게 나는 은제 손잡이가 달린 칼이 나뒹굴고 있었다. 손잡이 위에는 가느다란 아라베스크 양식의 문체로 <덤벼!>라는 글귀가 멋지게 새겨져 있었다.
팔 위쪽으로 까르뜨. 빠라드 아 쁘림. 앙 스공드로 깊게 찌르기.
빛바랜 카펫 위로 심지가 다 타 들어가 거의 꺼져 가면서 남은 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등잔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등잔 옆으로 참으로 아름다웠던 한 여인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 실크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이제는 움직이지 않는 목덜미 아래로, 마치 매의 깃처럼 자개 핀으로 묶은 머리채 옆으로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 피는 서서히 카펫의 올 하나하나를 적시고 있었고, 스며드는 햇살을 받아 연붉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안쪽으로 까르뜨. 빠라드 드 까르뜨. 앙 쁘림으로 찌르기.
어두컴컴한 연습실 한쪽 구석에는, 호두나무로 만든 낡은 탁자 위에 섬세하게 세공한 길쭉한 유리병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병이 넘어지면서 그 속에 들어 있던 마른 장미 꽃잎으로 만든 포푸리들이, 곳곳에 금이 가 애처로워 보이는 탁자 위로 우수 어린 그림이라도 그려 내듯이 흩어져 있었다.
팔 바깥쪽으로 스공드. 반대쪽은 앙 옥타브로 방어. 띠에르스로 찌르기.
거리에서는 거친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서 내는 울부짖음과도 같은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고 있었다. 블라인드 틈새로 희미한 사람들의 함성도 들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에게 자유를 가져다줄 새로운 날의 도래를 열성적으로 환영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왕 폐하는 이미 축출되었고, 저 멀리서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희망으로 가득찬 상자를 자신들에게 선물해 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바깥쪽으로 스공드. 앙 옥타브로 방어. 팔 위에 까르뜨로 찌르기.
이 모든 것과 격리된 채, 시간의 흐름도 정지해 버리고 모든 것이 침묵 속에 침잠해 버린 것처럼 고요와 정적만이 감도는 검술 연습실 한가운데에는, 노인 하나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날씬하고 차분한 외모를 지녔고 약간 매부리코에 이마가 넓었으며, 머리는 백발이었고 콧수염은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었고, 옆구리가 온통 피로 젖었으며 피딱지가 말라붙어 가고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의 자세에는 긍지와 자부심이 묻어났고, 오른손에는 이탈리아식 손잡이가 달린 플러뢰를 들고 있었다. 두 다리는 약간 구부리고 있었고, 왼팔은 어깨 위쪽으로 직각으로 쳐들고 있었으며 손목만 꺾어 손이 앞으로 향하도록 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전통 검술 자세였다. 손바닥이 깊이 베인 것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했다. 그는 말없이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들여다보더니, 온 신경을 집중시켜 검술 동작 하나하나를 취해 보았다. 그리고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창백한 입술로 그 동작 하나하나에 번호를 매겨가고 있었다. 그는 쉬지 않고 이 모든 동작들을 차례대로 정확하게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그리고 완전히 자기 자신에 몰두한 채, 주변의 모든 것은 잊어버린 채 오로지 그 동작들을 머릿속에 새겨 넣기 위해 애썼다. 절대적 정교함과 수학적 정확함으로 서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이 모든 동작들의 단계단계를 직접 실행에 옮겨 보았다. 그는 마침내 인간의 머리로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공격법을 터득한 것이다.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검의 대가" 마지막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