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룡전
예니체리

창룡전은 일본에서 돈을 제일 많이 번 장르문학 작가중 하나로 꼽히는 다나카요시키(田中芳樹,1952~)의 전기(傳奇)소설이다. 1987년부터 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20년째,  아직까지 미완이다. 2003년 일본에서 13권이 나온 이후, 현재까지 감감무소식, 소설내의 진도로 봐서 당분간은 완결될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1990년대말(최근권에서는 21세기로 배경이 바뀌었다) 일본, 4대용왕의 환생인 류도(竜堂)사형제가 있었다. 동해용왕의 환생으로 말썽꾸러기동생들을 관리하는 하지메(始), 남해용왕의 환생으로 시니컬하고 차가운 성격의 쯔즈쿠(続), 서해용왕의 환생으로 말썽꾸러기인데다가 호전적인 오와루(終), 북해용왕의 환생으로 얌전한 성격의 아마루(余)가 바로 주인공이다. 이들은 생명의 위기가 닥치면 중국전설에 나올 법한 용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주인공4형제의 능력을 탐내는 일본과 세계의 어둠의 세력들이 4형제에게 시비를 걸게 되고, 아무쪼록 평화롭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주인공들이 어둠의 세력들과 싸우는 이야기다.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인상적이고, 문장도 재미있게 읽힌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전기물에서 동양적인 신화나 전설등이 잘 녹아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창룡전을 재미있게 읽었던 만큼 뒤로 갈수록 실망도 컸다.

일단 너무 길다. 길다는 것이 단점은 아니다. 그렇지만 현실세계에서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소설내에서 흐른 시간은 불과 반년밖에 안 된다. 2권이나 3권까지만 해도 건재했던 소련은 1991년 멸망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는달리 1999년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고, 세기가 바뀌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수많은 수상이 교체되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들이 생길 때마다 소설은 설득력을 잃어간다. 원래의 설정에서 배경은 20세기의 세기마을 얼마 앞두지 않은 일본이었을텐데, 최근 13권에서는 미국의 아프간침공이나 이라크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소설내에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라이트노벨은 한권, 한권이 완성도를 가진다. 일단 출판해서 1권이 인기가 없으면 속편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창룡전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작가가 속편을 쓰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창룡전은 시리즈화, 그것도 20년간 계속되는 시리즈가 되었고, 당초의 일본이나 세계정세와 최근의 그것은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 되고 말았다. 창룡전같은 경우는 현실의 정치, 경제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스토리를 진행시키고 있는만큼 20년의 세월은 모순을 드러내게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창룡전에 대한 두번째 불만은 작가의 정치적 사상이 너무나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창룡전은 미국의 패권주의와 일본의 부패한 정치인과 기업인, 우익적인 역사인식에 대해 시니컬한 비판으로 가득 차 있다. 개인적으로는 창룡전내에 나오는 작가인 다나카요시키의 생각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적잖아 있다. 특히 일본사회에 대한 비판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는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의 정치적 입장에 공감하는가, 하지 않는가와는 별개로 그 정치적 사상이 소설에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데는 반발하지 않을 수 없다. 흔히들 한국의 이영도(1972~)의 소설에 그의 철학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는 한다. 그렇지만 다나카요시키의 창룡전에는 정치적 사상이 상당부분 들어있다는 것이 더욱 악질적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특정의 정치색을 전파하기 위해 창룡전이라는 프로파간다소설을 썼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그렇지만 작가의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전달하는 그의 방법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점은 작가자신이 소설을 끌어나가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나카요시키는 자기자신조차도 감당하지 못할 너무나 엄청난 캐릭터들을 만들어버렸다. 류도 사형제도 그렇지만 고바야카와 나츠코라는 캐릭터는 작가가 만들어낸 괴물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작가조차도 이들 캐릭터들을 어떻게 할 지 감을 잡지 못한 채, 스토리의 전개를 캐릭터들에게 맡겨 버렸다. 즉, 캐릭터들의 폭주를 방조하면서, 캐릭터들의 폭주를 따라서 스토리를 써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라이트노벨에서 캐릭터가 가장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감당하지 못할 캐릭터들의 폭주를 방관하면서, 캐릭터들에게 스토리의 전개를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그렇지만 창룡전의 경우, 너무나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 독이 되고 있다. 작가가 스토리의 전개를 책임지지 못 하고 있기에 쉽사리 끝내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창룡전은 재미있는 소설이다. 문제는 작가가 무책임하게 만든 캐릭터들이 제어할 수 없는 수준까지 가 버린 바람에 무책임하게 스토리를 늘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년간의 초장편소설이 되어버렸고, 현실세계의 정치적 현상에 대한 비판을 강조한 나머지, 모순이 드러나면서 완성도에 큰 흠집을 남겼다. 여러모로 안타까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