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행사 - 판갤SF대회
글 수 47
회사업무 때문에 급히 고속이동망을 사용할 일이 생겼다.
지난달 이웃 행성에 차린 분점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고로 부랴부랴 37번 터미널까지 뛰어왔다.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터미널은 35번이지만 굳이 37번을 고른 데는 이유가 있다.
터미널이 무조건 가깝다고 좋은 건 아니니까.
서비스 시대는 지났지만, 현대에 있어서도 동일 조건이면 서비스가 좋은 쪽이 유리하단 건 지당한 사실이다.
내가 37번 터미널을 고른 이유가 대체 뭐냐고?
그건 바로 하이웨이 햄스타 때문이지!
햄스터와는 다르다, 햄스터와는.
이 하이웨이 햄스타는 37번 터미널의 패스트 푸드점에서 판매하는 햄버거인데,
터미널 이용객에 한해 무려 공짜로 서비스를 한단다.
혹자는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지.
‘공짜라고 무조건 좋은 건가요? 맛은 최악일지도 모르잖아요.’
그거야말로 모르시는 말씀.
하이웨이 햄스타는 저렴하면서 맛도 좋은 최고의 패스트 푸드지.
그게 가능한 이유는 재료를 효율적으로 쓰기 때문이라나?
혹자는 인육이 쓰이기 때문에 그렇게 맛난 거라고도 하는데, 이건 약간 헛소리지.
하이웨이 햄스타를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해 37번 터미널의 단골객이 된단 소문도 있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고.
어쨌든 표를 보여주고 받은 이 하이웨이 햄스타를 베어 물며, 내 순서를 기다리기로 했다. 내 앞으로 늘어선 수십 명을 보면 내심 초조하기도 하다.
사실 시간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니까
하지만 대기열은 정말 빠르게 줄어간다.
한명 한명씩 줄어가는 그 길이를 보자면 머잖아 내 차례가 오겠지.
사실 대기열이 길게 늘어설만한 이유도 없다.
이 고속이동망은 정말로 순식간에 목적지까지 이동하니까.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목적지까지 도착할 정돈데, 오늘은 아무래도 일이 생긴 거 같다.
그런 사람들이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이따금씩 나타날 때면 정말 골치가 아파진다.
뒷사람은 그 사람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기다려야만 하거든.
참 짜증나는 규칙이 아닐 수 없지.
“아차, 내가 이타카 행성으로 가는 거였지? 이봐요, 안내원양, 여기가 이타카 행성으로 가는 라인이었죠?”
특히 내 바로 앞에 섰다가 우왕좌왕하는 이 아저씨.
“아니오, 손님. 이 라인은 크투카 행성으로 이어집니다. 이타카 행성은 저쪽 45번 라인을 이용하셔야 해요.”
“아니, 내 정신 좀 봐. 난 크투카로 가는 거였지? 이야, 고맙습니다.”
안내원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딱 보니 이 아저씨, 정신질환도가 60%를 넘어설 거 같다.
일반인의 기준인 30%의 두 배 정도는 될 거 같단 뜻이지.
그래도 생각보단 일이 쉽게 풀려 다행이다.
이 정도 시간지체라면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이지.
정말 심할 땐 10시간 가까이 밀릴 때도 있으니까.
이 아저씨가 라인에 들어가고, 내 순서가 됐을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순조로웠다.
“아니, 이봐요!”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게 뭐람?
“아이런, 죄송합니다.”
내가 막 들어가려는 순간에 뛰쳐나와선 날 놀라게 만들지 않겠어?
“여기가 아니었군요. 역시 이타카로 가던 길이었네요.”
“아, 진짜. 조심 좀 하세요. 하마터면 다칠 뻔 했잖아요?”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그 순간엔 놀라서 머리끝까지 열불이 났지만, 그래도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데 어떻게 화를 낼 수 있겠어?
웃는 얼굴에 침 뱉으면 벌 받는다고.
“됐어요. 저도 바쁘니 가던 길 가세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그럼 실례합니다.”
그러면서 허둥지둥 어디론가 달려가는데, 참.
저 아저씨도 어느 집의 가장일지 모르는 거고, 기다리는 사람도 있겠지.
아픈 사람한테 너무한 게 아닌가 생각도 하다가 뒷사람의 사나운 눈초리 덕분에 깨달았다.
“아차, 지각이다!”
허둥거리며 라인에 들어가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 내부는 10평도 안 되는 좁은 방으로, 중앙에 있는 의자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면 모든 준비가 끝나는 수순이다.
안전벨트까지 다 매면 방 천정에 달린 전등이 깜빡거리는지 확인한다.
그 등이 세 번 깜빡이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제 안전벨트를 풀고 일어나서…,
“응?”
문제가 생긴 듯하다.
안전벨트의 안전장치가 해제되지 않았다.
“뭐, 뭐야 이거?”
아무리 잡아당기고 끄르려고 해도 미동도 않는다.
근 10년간 고속이동망을 이용하면서 처음 겪는 트러블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어쩌면 옷만 전송된 건지도 모르지.
내가 홀딱 벗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어찌됐건 일단은 이 위기를 넘기는 게 급선무겠지.
좌석 팔걸이 아래에 달린 비상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다.
어쩌면 이 방 전체에 문제가 생긴 걸지도 모르겠다.
“어디, 감시 카메라라도 제대로 작동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는데…….”
그런 희망을 갖고 방을 훑어보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방의 벽지가, 불빛이 깜빡이기 전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게 왜 문제가 되냐면 행성마다 라인의 벽을 바르는 벽지 무늬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행가들의 경우엔 그 벽지만을 보고도 어느 행성인지 알아맞히기도 한다더라.
즉, 나는 이웃 행성으로 이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행성이동 대신에 위치이동을 겪어야만 했다.
“으아아악!”
갑작스럽게 바닥이 꺼지고, 안전벨트가 나의 구속을 해제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아래의 바닥에 떨어지고야 말았다.
“아이고, 허리야…….”
운 좋게도 머리부터 떨어지진 않았지만, 전신에 가해진 충격량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자네, 괜찮나?”
다행스럽게도 나 혼자 고립된 상황은 아닌 거 같다.
“네, 괜찮습니다.”
“괜찮다니 다행이군. 아, 그런데 몸은 좀 어떤가?”
“예? 무슨?”
그리곤 깨달았다.
바로 내 앞에 줄섰던 그 맛간 아저씨잖아.
게다가 나처럼 벌거벗은 상태이고.
“아, 그렇지. 큰일 났다네! 우린 죽을 거야!”
아, 정말이지 이 뜬금없는 대사는 종체 종잡기가 힘들단 말입니다.
갑자기 죽는다고 말해도 설득력 없다고요.
“죽긴 왜 죽어요?”
“그러니까, 저기, 저 벽에서!”
“어이쿠!”
아저씨의 말을 끊는 비명소리.
내적 요인이든 외적 요인이든 뭐든 진짜 이 아저씨랑 대화하기 힘들어 죽겠다.
아저씨는 뭔가를 말하려다 말고 천장에서 떨어진 사람을 부축했다.
“이봐요, 괜찮소?”
“그래, 괜찮으이. 근데 여기가, 이타카인가?”
세상에 맙소사 하늘님도 맙소사!
천장에서 새로이 떨어진 사람은 내가 방금 전까지 말을 트려던 아저씨 본인이 아닌가?
“어?!”
“어?!”
비단 나뿐만 아니라, 아저씨들 또한 되게 놀라는 거 같다.
“당신 누구야?”
“당신 누구야?”
일란성 쌍둥이처럼 똑같은 타이밍에 똑같은 말을 내뱉는다.
생각하는 과정이 똑같단 건가?
“나는 이타카로 가고 있엇는데, 아니, 크투카…,”
“나는 이타카로 가고 있엇는데, 아니, 크투카…,”
으악, 못해먹겠다.
“그만! 그만! 그마안!”
보다 못해 둘을 억지로 떼어놓았다.
저 둘만 놔두면 끝이 없단 말야.
이러다간 내 정신질환도가 1에 한없이 가까워질 거다.
“차근차근 처음부터 말해요. 자, 먼저 온 아저씨부터.”
“그러니까 내가 먼저 왔고, 그 다음에 네가 왔고, 아니, 네가 늦게 왔지.”
“그러니까 내가 먼저 왔고, 그 다음에 네가 왔고, 아니, 네가 늦게 왔지.”
“크아아악!”
이 아저씬 자기가 먼전지 나중인지도 헷갈리고 앉았다.
그럼 설마 이 방법도 안 통할까?
“자자, 왼쪽 아저씨…,”
“그럼 내가 먼저….”
“그럼 내가 먼저….”
아, 한 명만 있어도 충분히 골 때리는데 둘 있으니까 두 배로 골치가 아프다.
“됐네요. 당신부터 하세요.”
결국 손에 잡히는 대로 한 명을 붙들었다.
“자, 아저씨. 아저씨도 라인에 앉았다가 떨어진 건가요?”
“그러니깐 난 이타카에 갔는데 생각해보니 크투카로 가야 되는 거야. 그래서 되돌아왔다가 자넬 만난 거지.”
“잠깐만요, 아저씬 라인 입구에서 나왔잖아요? 아저씨 말 대로면 출구에서 나왔어야죠.”
라인은 오직 한 방향으로만 이동이 가능하잖아.
“이상한가? 그냥 크투카에 도착했다가 역조작해서 돌아왔거든. 근데 안 이상한 거 같은데.”
“말도 안 돼. 당신이 무슨 라인 기술자라도 된답니까?”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았지?”
“아아, 됐어요. 그렇다고 칩시다.”
말도 안 되지.
쓸 사람이 없어서 이런 아저씨들을?
“아무튼 그래서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타카에 가야 되니까 라인에 타서 여기에 떨어졌어.”
“그게 다입니까?”
“그게 다지.”
정말 미치고 팔딱 뛰겠네.
이게 웬 헛소리냐 생각하는 건 당연하고, 날 놀려먹는 건지도 모른다.
근데 또 저렇게 진지한 표정은 뭐냐고?
“어휴, 어쨌든 이쪽 아저씨 말도 들어보죠.”
“나는 이타카에 가려고 라인을 탔는데 여기로 떨어졌지. 어쩌면 크투카로 가려고 했을지도 몰라.”
“아저씨도 물론 그게 다고요?”
“잘 아는구만. 잘 아는 거겠지.”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대단한 아저씨 분들.
“일단 상황을 좀 정리해봅시다.”
그러니까 이쪽 아저씨는 이타카에 갔다가 크투카에 갔다가 이타카로 가려고 하신 분이고, 저쪽 아저씨는 이타카에 가던 분이란 거죠?“
“그렇지. 나는 크투카에 가다가 떨어졌고, 안 떨어진 나는 다시 이타카에 갔다가 와서 크투카에 가다가 저사람이 된 거지.”
아, 또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
“그게 뭔 소리에요? 아저씨가 저 아저씨가 된다뇨?”
“내가 저 사람이야.”
“저 사람이 나지.”
이구동성으로 헛소리를 하는데 이젠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타카에 가려고 이타카에 복사를 했으니까, 남은 나는 여기 떨어졌고, 복사된 내가 크투카에 가려던 걸 기억해서 다시 여기로 복사한 사람이 저 사람이지.”
“나는 다시 이타카에 가려고 이타카에 복사해서 여기에 떨어진 거고.”
혹시 이 사람들은 뭔가를 알고 있는 거야?
정말 미친 소리인 건 나도 알지만 혹시나 가능성을 찾아보잔 거지.
그래, 이 사람들 말대로, 아니 두 명의 이 사람이 라인 기술자라고 하자고.
일단 정리를 할 필요가 있겠지.
“그러니까, 라인에 들어가면, 목적지로 복사가 된단 거예요?”
“그렇지. 나도 이타카에 가려고 이타카에 복사를 했잖아.”
“그렇지. 나도 이타카에 가려고 이타카에 복사를 했잖아.”
“복사를 한 사람은 여기로 떨어지는 거고요?”
“그렇지. 이타카로 복사한 나는 여기로 떨어진 거지.”
“그렇지. 이타카로 복사한 나는 여기로 떨어진 거지.”
이걸 정리해보면 순간이동망은 사람을 옮기는 게 아니라 복사한다는 거다.
복사하기 전의 원본은 여기로 떨어지는 거고.
정말 정신 나간 말이지만 일단은 믿어보자고.
“지금까지 무수한 사람들이 여기에 떨어졌겠네요?”
“응.”
“응.”
“그럼 그들은 어딨죠?”
“저기로 끌려갔지.”
“저기로 끌려갔겠지.”
두 사람의 아저씨는 이구동성으로 벽의 한켠을 가리킨다.
유독 거의 절반에 가깝게 금이 가있는 벽을.
“저기로 끌려가면 어떻게 되는데요?”
“아참, 죽는다고. 그러니까 큰일났지.”
“아참, 죽는다고. 그러니까 큰일났군.”
어쩌면 아저씨는 올바른 소리를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 말이 올바르단 가정이 아니라, 진실일지도 몰라.
라인에서 인간을 복제한다면 원본을 제거해야 정체성 때문에 혼란을 겪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죽을 걸 알면서도 라인에 들어간 이유는 뭐에요?”
“아, 맞다. 죽지? 죽는군!”
“아, 맞다. 죽지? 죽는군!”
“아뇨, 됐어요. 물어본 제가 바보죠.”
첫인상부터 저런 사람이었단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앞으로 5분 후에 벽이 열릴 거야.”
“앞으로 5분 후에 벽이 열릴 거야.”
자기가 죽을 상황인데도 정신을 못 차리다니.
그것도 고작 5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진짜로 미친 사람인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미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르지.
우주여행 시대의 새장을 열었다고도 일컫는 기술 아래에 이런 잔혹한 진실이 숨어있단 걸 깨달았을 때, 나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나마도 날 약간 미치게 해서 충격을 완화시켜준 당신네들께 감사하는 게 좋을까?
아저씨의 말대로라면 난 지금쯤 분점에서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겠지.
아니, 곧 복사를 끝내고 바닥에 떨어지겠지.
그래도 ‘내’가 살아있을 거란 사실에 기뻐하는 게 좋겠지?
거기다가 하이웨이 햄스타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됐잖아?
어쩌면 내가 먹었던 패티 중엔 과거 나였던 원본이 섞였을 지도 모르고,
내 복제체가 다시 날 먹을 지도 모르겠다.
“이거 끔찍하군.”
“정말 끔찍하지. 아마도 끔찍해. 왠지 그럴걸?”
“정말 끔찍하지. 아마도 끔찍해. 왠지 그럴걸?”
지난달 이웃 행성에 차린 분점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고로 부랴부랴 37번 터미널까지 뛰어왔다.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터미널은 35번이지만 굳이 37번을 고른 데는 이유가 있다.
터미널이 무조건 가깝다고 좋은 건 아니니까.
서비스 시대는 지났지만, 현대에 있어서도 동일 조건이면 서비스가 좋은 쪽이 유리하단 건 지당한 사실이다.
내가 37번 터미널을 고른 이유가 대체 뭐냐고?
그건 바로 하이웨이 햄스타 때문이지!
햄스터와는 다르다, 햄스터와는.
이 하이웨이 햄스타는 37번 터미널의 패스트 푸드점에서 판매하는 햄버거인데,
터미널 이용객에 한해 무려 공짜로 서비스를 한단다.
혹자는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지.
‘공짜라고 무조건 좋은 건가요? 맛은 최악일지도 모르잖아요.’
그거야말로 모르시는 말씀.
하이웨이 햄스타는 저렴하면서 맛도 좋은 최고의 패스트 푸드지.
그게 가능한 이유는 재료를 효율적으로 쓰기 때문이라나?
혹자는 인육이 쓰이기 때문에 그렇게 맛난 거라고도 하는데, 이건 약간 헛소리지.
하이웨이 햄스타를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해 37번 터미널의 단골객이 된단 소문도 있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고.
어쨌든 표를 보여주고 받은 이 하이웨이 햄스타를 베어 물며, 내 순서를 기다리기로 했다. 내 앞으로 늘어선 수십 명을 보면 내심 초조하기도 하다.
사실 시간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니까
하지만 대기열은 정말 빠르게 줄어간다.
한명 한명씩 줄어가는 그 길이를 보자면 머잖아 내 차례가 오겠지.
사실 대기열이 길게 늘어설만한 이유도 없다.
이 고속이동망은 정말로 순식간에 목적지까지 이동하니까.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목적지까지 도착할 정돈데, 오늘은 아무래도 일이 생긴 거 같다.
그런 사람들이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 이따금씩 나타날 때면 정말 골치가 아파진다.
뒷사람은 그 사람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기다려야만 하거든.
참 짜증나는 규칙이 아닐 수 없지.
“아차, 내가 이타카 행성으로 가는 거였지? 이봐요, 안내원양, 여기가 이타카 행성으로 가는 라인이었죠?”
특히 내 바로 앞에 섰다가 우왕좌왕하는 이 아저씨.
“아니오, 손님. 이 라인은 크투카 행성으로 이어집니다. 이타카 행성은 저쪽 45번 라인을 이용하셔야 해요.”
“아니, 내 정신 좀 봐. 난 크투카로 가는 거였지? 이야, 고맙습니다.”
안내원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딱 보니 이 아저씨, 정신질환도가 60%를 넘어설 거 같다.
일반인의 기준인 30%의 두 배 정도는 될 거 같단 뜻이지.
그래도 생각보단 일이 쉽게 풀려 다행이다.
이 정도 시간지체라면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이지.
정말 심할 땐 10시간 가까이 밀릴 때도 있으니까.
이 아저씨가 라인에 들어가고, 내 순서가 됐을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순조로웠다.
“아니, 이봐요!”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게 뭐람?
“아이런, 죄송합니다.”
내가 막 들어가려는 순간에 뛰쳐나와선 날 놀라게 만들지 않겠어?
“여기가 아니었군요. 역시 이타카로 가던 길이었네요.”
“아, 진짜. 조심 좀 하세요. 하마터면 다칠 뻔 했잖아요?”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그 순간엔 놀라서 머리끝까지 열불이 났지만, 그래도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데 어떻게 화를 낼 수 있겠어?
웃는 얼굴에 침 뱉으면 벌 받는다고.
“됐어요. 저도 바쁘니 가던 길 가세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그럼 실례합니다.”
그러면서 허둥지둥 어디론가 달려가는데, 참.
저 아저씨도 어느 집의 가장일지 모르는 거고, 기다리는 사람도 있겠지.
아픈 사람한테 너무한 게 아닌가 생각도 하다가 뒷사람의 사나운 눈초리 덕분에 깨달았다.
“아차, 지각이다!”
허둥거리며 라인에 들어가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 내부는 10평도 안 되는 좁은 방으로, 중앙에 있는 의자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면 모든 준비가 끝나는 수순이다.
안전벨트까지 다 매면 방 천정에 달린 전등이 깜빡거리는지 확인한다.
그 등이 세 번 깜빡이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제 안전벨트를 풀고 일어나서…,
“응?”
문제가 생긴 듯하다.
안전벨트의 안전장치가 해제되지 않았다.
“뭐, 뭐야 이거?”
아무리 잡아당기고 끄르려고 해도 미동도 않는다.
근 10년간 고속이동망을 이용하면서 처음 겪는 트러블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어쩌면 옷만 전송된 건지도 모르지.
내가 홀딱 벗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어찌됐건 일단은 이 위기를 넘기는 게 급선무겠지.
좌석 팔걸이 아래에 달린 비상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다.
어쩌면 이 방 전체에 문제가 생긴 걸지도 모르겠다.
“어디, 감시 카메라라도 제대로 작동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는데…….”
그런 희망을 갖고 방을 훑어보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방의 벽지가, 불빛이 깜빡이기 전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게 왜 문제가 되냐면 행성마다 라인의 벽을 바르는 벽지 무늬가 다르기 때문이다.
여행가들의 경우엔 그 벽지만을 보고도 어느 행성인지 알아맞히기도 한다더라.
즉, 나는 이웃 행성으로 이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행성이동 대신에 위치이동을 겪어야만 했다.
“으아아악!”
갑작스럽게 바닥이 꺼지고, 안전벨트가 나의 구속을 해제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아래의 바닥에 떨어지고야 말았다.
“아이고, 허리야…….”
운 좋게도 머리부터 떨어지진 않았지만, 전신에 가해진 충격량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자네, 괜찮나?”
다행스럽게도 나 혼자 고립된 상황은 아닌 거 같다.
“네, 괜찮습니다.”
“괜찮다니 다행이군. 아, 그런데 몸은 좀 어떤가?”
“예? 무슨?”
그리곤 깨달았다.
바로 내 앞에 줄섰던 그 맛간 아저씨잖아.
게다가 나처럼 벌거벗은 상태이고.
“아, 그렇지. 큰일 났다네! 우린 죽을 거야!”
아, 정말이지 이 뜬금없는 대사는 종체 종잡기가 힘들단 말입니다.
갑자기 죽는다고 말해도 설득력 없다고요.
“죽긴 왜 죽어요?”
“그러니까, 저기, 저 벽에서!”
“어이쿠!”
아저씨의 말을 끊는 비명소리.
내적 요인이든 외적 요인이든 뭐든 진짜 이 아저씨랑 대화하기 힘들어 죽겠다.
아저씨는 뭔가를 말하려다 말고 천장에서 떨어진 사람을 부축했다.
“이봐요, 괜찮소?”
“그래, 괜찮으이. 근데 여기가, 이타카인가?”
세상에 맙소사 하늘님도 맙소사!
천장에서 새로이 떨어진 사람은 내가 방금 전까지 말을 트려던 아저씨 본인이 아닌가?
“어?!”
“어?!”
비단 나뿐만 아니라, 아저씨들 또한 되게 놀라는 거 같다.
“당신 누구야?”
“당신 누구야?”
일란성 쌍둥이처럼 똑같은 타이밍에 똑같은 말을 내뱉는다.
생각하는 과정이 똑같단 건가?
“나는 이타카로 가고 있엇는데, 아니, 크투카…,”
“나는 이타카로 가고 있엇는데, 아니, 크투카…,”
으악, 못해먹겠다.
“그만! 그만! 그마안!”
보다 못해 둘을 억지로 떼어놓았다.
저 둘만 놔두면 끝이 없단 말야.
이러다간 내 정신질환도가 1에 한없이 가까워질 거다.
“차근차근 처음부터 말해요. 자, 먼저 온 아저씨부터.”
“그러니까 내가 먼저 왔고, 그 다음에 네가 왔고, 아니, 네가 늦게 왔지.”
“그러니까 내가 먼저 왔고, 그 다음에 네가 왔고, 아니, 네가 늦게 왔지.”
“크아아악!”
이 아저씬 자기가 먼전지 나중인지도 헷갈리고 앉았다.
그럼 설마 이 방법도 안 통할까?
“자자, 왼쪽 아저씨…,”
“그럼 내가 먼저….”
“그럼 내가 먼저….”
아, 한 명만 있어도 충분히 골 때리는데 둘 있으니까 두 배로 골치가 아프다.
“됐네요. 당신부터 하세요.”
결국 손에 잡히는 대로 한 명을 붙들었다.
“자, 아저씨. 아저씨도 라인에 앉았다가 떨어진 건가요?”
“그러니깐 난 이타카에 갔는데 생각해보니 크투카로 가야 되는 거야. 그래서 되돌아왔다가 자넬 만난 거지.”
“잠깐만요, 아저씬 라인 입구에서 나왔잖아요? 아저씨 말 대로면 출구에서 나왔어야죠.”
라인은 오직 한 방향으로만 이동이 가능하잖아.
“이상한가? 그냥 크투카에 도착했다가 역조작해서 돌아왔거든. 근데 안 이상한 거 같은데.”
“말도 안 돼. 당신이 무슨 라인 기술자라도 된답니까?”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았지?”
“아아, 됐어요. 그렇다고 칩시다.”
말도 안 되지.
쓸 사람이 없어서 이런 아저씨들을?
“아무튼 그래서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타카에 가야 되니까 라인에 타서 여기에 떨어졌어.”
“그게 다입니까?”
“그게 다지.”
정말 미치고 팔딱 뛰겠네.
이게 웬 헛소리냐 생각하는 건 당연하고, 날 놀려먹는 건지도 모른다.
근데 또 저렇게 진지한 표정은 뭐냐고?
“어휴, 어쨌든 이쪽 아저씨 말도 들어보죠.”
“나는 이타카에 가려고 라인을 탔는데 여기로 떨어졌지. 어쩌면 크투카로 가려고 했을지도 몰라.”
“아저씨도 물론 그게 다고요?”
“잘 아는구만. 잘 아는 거겠지.”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대단한 아저씨 분들.
“일단 상황을 좀 정리해봅시다.”
그러니까 이쪽 아저씨는 이타카에 갔다가 크투카에 갔다가 이타카로 가려고 하신 분이고, 저쪽 아저씨는 이타카에 가던 분이란 거죠?“
“그렇지. 나는 크투카에 가다가 떨어졌고, 안 떨어진 나는 다시 이타카에 갔다가 와서 크투카에 가다가 저사람이 된 거지.”
아, 또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
“그게 뭔 소리에요? 아저씨가 저 아저씨가 된다뇨?”
“내가 저 사람이야.”
“저 사람이 나지.”
이구동성으로 헛소리를 하는데 이젠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타카에 가려고 이타카에 복사를 했으니까, 남은 나는 여기 떨어졌고, 복사된 내가 크투카에 가려던 걸 기억해서 다시 여기로 복사한 사람이 저 사람이지.”
“나는 다시 이타카에 가려고 이타카에 복사해서 여기에 떨어진 거고.”
혹시 이 사람들은 뭔가를 알고 있는 거야?
정말 미친 소리인 건 나도 알지만 혹시나 가능성을 찾아보잔 거지.
그래, 이 사람들 말대로, 아니 두 명의 이 사람이 라인 기술자라고 하자고.
일단 정리를 할 필요가 있겠지.
“그러니까, 라인에 들어가면, 목적지로 복사가 된단 거예요?”
“그렇지. 나도 이타카에 가려고 이타카에 복사를 했잖아.”
“그렇지. 나도 이타카에 가려고 이타카에 복사를 했잖아.”
“복사를 한 사람은 여기로 떨어지는 거고요?”
“그렇지. 이타카로 복사한 나는 여기로 떨어진 거지.”
“그렇지. 이타카로 복사한 나는 여기로 떨어진 거지.”
이걸 정리해보면 순간이동망은 사람을 옮기는 게 아니라 복사한다는 거다.
복사하기 전의 원본은 여기로 떨어지는 거고.
정말 정신 나간 말이지만 일단은 믿어보자고.
“지금까지 무수한 사람들이 여기에 떨어졌겠네요?”
“응.”
“응.”
“그럼 그들은 어딨죠?”
“저기로 끌려갔지.”
“저기로 끌려갔겠지.”
두 사람의 아저씨는 이구동성으로 벽의 한켠을 가리킨다.
유독 거의 절반에 가깝게 금이 가있는 벽을.
“저기로 끌려가면 어떻게 되는데요?”
“아참, 죽는다고. 그러니까 큰일났지.”
“아참, 죽는다고. 그러니까 큰일났군.”
어쩌면 아저씨는 올바른 소리를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 말이 올바르단 가정이 아니라, 진실일지도 몰라.
라인에서 인간을 복제한다면 원본을 제거해야 정체성 때문에 혼란을 겪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죽을 걸 알면서도 라인에 들어간 이유는 뭐에요?”
“아, 맞다. 죽지? 죽는군!”
“아, 맞다. 죽지? 죽는군!”
“아뇨, 됐어요. 물어본 제가 바보죠.”
첫인상부터 저런 사람이었단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앞으로 5분 후에 벽이 열릴 거야.”
“앞으로 5분 후에 벽이 열릴 거야.”
자기가 죽을 상황인데도 정신을 못 차리다니.
그것도 고작 5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진짜로 미친 사람인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미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르지.
우주여행 시대의 새장을 열었다고도 일컫는 기술 아래에 이런 잔혹한 진실이 숨어있단 걸 깨달았을 때, 나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나마도 날 약간 미치게 해서 충격을 완화시켜준 당신네들께 감사하는 게 좋을까?
아저씨의 말대로라면 난 지금쯤 분점에서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겠지.
아니, 곧 복사를 끝내고 바닥에 떨어지겠지.
그래도 ‘내’가 살아있을 거란 사실에 기뻐하는 게 좋겠지?
거기다가 하이웨이 햄스타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됐잖아?
어쩌면 내가 먹었던 패티 중엔 과거 나였던 원본이 섞였을 지도 모르고,
내 복제체가 다시 날 먹을 지도 모르겠다.
“이거 끔찍하군.”
“정말 끔찍하지. 아마도 끔찍해. 왠지 그럴걸?”
“정말 끔찍하지. 아마도 끔찍해. 왠지 그럴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