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행사 - 판갤SF대회
글 수 47
까칠한 감촉이 발에 닿는다. 균형을 잡고 찬찬히 사방을 둘러보면 잿빛 지면이 이어져 있고, 지평선 끝으로 검은 융단이 바닥끝을 집어삼킬 듯이 펼쳐진다. 그 위에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것들은 별빛. 저 별빛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눈을 감았을 때와 떴을 때 달리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그저 검기만 한 공간이라면 우주는 달리 우주라 불리지 않았을 테지.
별안간 숨이 차다. 거친 잿빛의 바닥을 내려다보며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떠, 별빛을 별빛의 바탕만큼이나 검은 동공 가득히 담는다. 그렇게 내 눈에도 하나의 우주가 생겨난다. 놀랍도록 무수하다. 이 광경을 캔버스 위에 그린다면 천 단계 이상의 원근감은 필요할 거다. 좀처럼 숨을 쉴 수 없는 이유가 그 압도적인 광활함에 짓눌린 탓인지, 아니면 이곳이 대기가 없는 우주이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별빛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올려다 본 곳에 지구가 있다. 너무나도 왜소하고 조그마한, 붉은 빛마저 띠고 있는 짙은 갈색의 지구. 이미 그곳을 ‘지구’라고 이름붙인 생명체들이 존재하지 않는 지구. 이제 그곳을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은 우주를 통틀어 나 한 사람, 그것밖에 없는 세계.
고요한 종말이 찾아온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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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멀찍이 드리운 잿빛 벽이다. 스스로 고른 색깔임에도 역시 칙칙하다. 가끔은 하늘을 보며 잠에서 깨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옆으로 누워 자는 버릇을 좀처럼 고칠 수가 없다. 안 선생의 말로는, 항상 누워서 지내기 때문에 스스로 잘 때와 깨어있을 때의 구분을 지어두고 싶기 때문일 거라고 한다. 단순히 잠버릇이 안 좋은 거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덧붙이긴 했지만.
몸을 뒤척여 똑바로 누운 다음, 태양 빛을 잔뜩 머금은 구름을 읽었다. 날씨 쾌청, 세계 평안. 오늘의 하늘은 자는 듯이 조용하여 나도 다시 잠들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시 그렇고 있자니 문밖에 있는 소독 기구가 기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식사를 손에 든 안경잡이 남자가 들어온다.
“솔루 양, 좋은 아침.”
“예에, 뭐.”
손짓을 곁들인 붙임성 있는 인사를 귓등으로 받고, 짧은 대답을 돌려보낸다. 시선은 그대로 하늘에 주고 있는 채로 그가 들고 온 아침식사의 냄새를 맡는다. 안 봐도 뻔한 초록색 냄새가 풍긴다.
“가끔은 아침에도 육류가 섞이면 좋겠군요.”
“그건 안 되지. 금방 살찐다.”
“필요한 만큼의 운동은 하는데요.”
그는 이불 위에 아침식사가 담긴 그릇을 올려놓은 뒤, 누워있는 내 등에 손을 두르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버릇이 되면 무서운 거야. 지금이 딱 좋아, 지금이.”
“자기 취향을 내게 강요하지 말아 주세요, 택 씨. 채소는 당신 애인이나 잔뜩 먹여요.”
“하하하. 없는 거 알면서 왜 그래. 하루에 한 번 솔루 양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이 남자와의 시답잖은 농담도 이젠 일상처럼 굳은 모양이다. 매일같이 보는 얼굴인데 조금 더 조용한 사람이 좋았을까? 하지만 바깥에 나갈 일 없는 내가 말하는 법을 잊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어쩌면 그의 덕분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감사할 마음이 드는 건 아니지만.
“오늘의 지구는 어때? 체할 것 같진 않아?”
택 씨는 직경 41미터의 유리돔 저편으로 널따랗고 파랗게 펼쳐져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무런 문제도 없네요. 지루할 정도로.”
“지루하긴, 무사태평한 게 제일이지. 피스!”
피스 따윌 지껄이며 엄지를 치켜세워 보이는 그. 언제나 그렇듯 딱히 어울려줄 기분이 들지 않아, 묵묵히 아침식사로 준비된 배추와 오이를 입에 넣고 씹었다.
“참, 오늘 자로 이런 기사가 나왔어. 볼래?”
보겠다고 대답도 안 했는데 눈앞으로 스크랩한 신문 기사를 들이민다. 최소한 이 쪽이 밥 먹는 것만이라도 방해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는데, 더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건 수년간의 경험으로 충분히 학습했다. 잠자코 기사의 제목을 읽었다.
기사는 [하늘을 읽는 소녀, 이번에도 재난을 막아내다]라는 타이틀로, 국제 기상청에서도 관측하지 못한 기상이변을 예고함으로써 커다란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재난을 막았다는 내용. 처음 몇 번은 꽤 대서특필 되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이제 와서는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몇 년이나 비슷한 기사를 쓰기가 지겨웠는지 이번에는 손해를 피한 사람들의 감사의 멘트 같은 것을 곁들이고 있었다. ‘손주들의 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라는 말이 본 적 없는 노인의 얼굴 사진 옆에 쓰여 있다.
“어떠냐? 나쁘지 않은 기분이지?”
“별로 구해주고 싶어서 구해준 것도 아닌데 뭘. 시키니까 하는 거죠.”
“차갑네, 차가워. 예쁜 얼굴에 어울리게 조금 더 세상을 사랑하면 좋을 텐데 말이야.”
핫, 하고 코웃음을 쳤다.
사랑하라고? 농담이라도 사양한다. 애초에 나는 그 세상이란 게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도 모르니까. 언제 어떻게 태어났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최소한 내가 기억하고 있는 무렵부터 나는 이 유리돔 안에 갇혀 살았다. 돔에 단 하나 있는 출구인 저 잿빛 문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본 적이 없다. 이 직경 41미터의 유리돔만이 내 세계의 전부다. 신이 내게 나누어 준 아주 약간의 지구다. 나만이 지구라고 부르고 있을 뿐인, 퀴퀴한 냄새가 나는 지긋지긋한 지구다.
이 좁은 공간조차도 사랑하지 못하는 내게, 더 이상의 무엇을 바라다니. 그러니까 당신들을 좋아할 수가 없는 거다.
순식간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덜 비운 그릇을 내밀자, 택 씨가 그것을 받아들었다. 내 얼굴을 보고 그는 실언을 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만 수년간 봐온 눈치만은 있어, 더 이상 내 기분을 해치는 일 없이 짤막한 인사를 남기고 조용히 돌아갔다. 잿빛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한 뒤, 나는 다시 몸을 누이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하늘. 태평하게 흘러가는 구름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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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좋았다.
침대 위에 누워만 있는 내가 바깥의 사람들과 유일하게 똑같이 바라볼 수 있는 풍경. 푸르고, 하얗고, 너무나도 맑아서, 보고 있으면 그냥 행복했다. 가끔은 울거나 화를 내기도 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는 것도 재미있었다. 유리돔 천장에 새가 날아와 앉을 때면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었다. 푸른 하늘을 공유하는 모든 생명이 나의 친구처럼 느껴지곤 했다.
조금 나이를 먹고 난 다음에는 해가 지고 난 뒤의 하늘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무섭게만 보이던 까만 하늘이 조금씩 친근해진 건 열네 살 쯤 되었을 무렵으로, 보통의 여자아이라면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였다. 공부는 질색이었지만 별자리만큼은 열심히 외웠다. 하늘에 빛나는 것들 중 가장 밝은 별이 북극성이 아니라 시리우스였다는 것도 그 때가 되어서 알았다.
그런 내가 하늘로부터 흥미를 잃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점심을 먹은 다음 베개 삼아 잠들었던 하얀 구름의 포근함도, 작게 빛나는 별 하나하나가 사실은 커다란 행성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의 놀라움도,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는 추억이다. 새로울 것 없는 매일에 뒤섞여 기억의 한구석에 처박힌 잡동사니 같은, 모두 합쳐도 사진 한 장 정도의 가치밖에 남지 않은 어색한 과거의 일이다.
하늘 따윈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고, 열여덟 살의 내가 소리쳤다.
그 순간 하늘이 붉게 물들고 땅이 울렸다. 모든 것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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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호흡과 함께 눈을 떴다. 타고 남은 듯한 잿빛의 벽을 응시하고 있는 채로 한참이나 숨을 골랐다. 답답한 이불을 걷어낸 다음 앞섶을 풀고 가슴께를 내려다보니, 땀으로 피부가 축축하게 젖어 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직사광선과 복사열을 막기 위한 블라인드 셔터가 45도 부근까지 올라가 있는 걸 보아하니 평소보다 늦게까지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택 씨는 이미 다녀간 것인지, 침대에서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원형의 테이블 위에 아침식사가 놓여있다. 그게 아니라면 안 선생이 정기 검사를 하러 왔다가 놓고 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올해의 달력은 놓아두지 않았기에, 오늘이 검사를 하는 날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물론 어느 쪽이든 간에 오늘 중으로 다시 들르리라 생각하면 별로 신경 쓸 것도 없지만.
턱 끝에 맺힌 땀방울을 훔쳐 이불에 대강 문질러 닦은 후, 의자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새삼스럽지만 정말로 맛이 없다. 싫은 것에 익숙해진다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 차라리 고기가 어떤 맛인지 몰랐으면 좋았을 거라고, 간혹 생각한다.
다시 침대 위에 눕는다. 망막에 맺힌 하늘은 어제와 다름없었으나 공연히 비가 왔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지나치게 맑은 날씨라,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 땀은 다 말랐지만 불쾌함은 가시지 않는다. 목욕이 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목욕을 한 번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귀찮은 절차를 떠올리다 보면, ‘하고 싶다’는 표현이 어울리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살균된 접이식 욕조에 정제 소독한 충분한 양의 물을 담는 데만 한 시간 이상이 걸리고, 돔 내의 온도, 습도와 공기 조성에 변화가 없도록 정확히 조정해야 하며, 그나마 목욕을 할 수 있는 시간은 20분도 안 되는데다, 관측 팀의 치프인 안 선생이 줄곧 옆에 붙어있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하루가 다 간다. 차라리 안 하고 만다. 어차피 한 주에 한 번은 안 선생이 시키러 오니까, 그 날까지 참기로 했다.
불쾌함에 몸을 파묻고 사오십 분 남짓한 시간을 뒤척이고 있자니, 소독 기구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꽤 오래 돌아가고 있는 걸 보면 아마 안 선생일 것이다.
“일어났니?”
자로 잰 듯이 반복적인 리듬의 구두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안 선생에게,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떠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오늘도 아침을 남겼나보구나.”
“안 선생님도 매일 아침마다 생야채만 씹어 보시겠어요?”
그 날카로운 대꾸에도 안 선생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갖고 들어온 계측기를 점검하고 있다. 얼굴에 감정이 금방 드러나는 택 씨가 차라리 낫다. 이 사람과는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싫다.
“그리고, 달력 들여놔 주세요. 정기 검사일 정도는 스스로 확인하고 싶으니까.”
사실 ‘날짜 같은 걸 봐도 괴롭기만 하니까 달력은 필요 없다’고 먼저 말한 건 나였다. 나도 그녀도 그 정도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안 선생은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점검이 끝난 계측기를 내 입에 물려 줄 뿐이었다. 관심이 없는 거겠지. 물론 내일이 되면 잘 소독된 책상달력이 테이블 위에 놓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나는 잠자코 어금니로 계측기를 물고 입술을 닫았다.
계측기를 물고 있는 동안은 내가 입을 열 수 없기에 안 선생도 말을 하지 않는다. 그 15분간의 침묵은 정말로 끔찍하다. 계측기 때문에 좀처럼 넘기기 어려운 침이 목구멍에 고여 있다가 이따금씩 꿀꺽 소리를 내며 흘러들어간다. 그게 왠지 모르게 부끄럽고 불쾌해서, 얼굴이 달아오른다.
“내일 여기에 여자아이가 올 거야.”
내게서 돌려받은 계측기에 표시된 여러 가지 수치를 일람에 기록하던 안 선생이 갑작스레 그런 말을 꺼냈다. 뜬금없는 통보를 받은 나는 상당히 놀랐고, 그 이상으로 화가 났다. 내 처지를 동정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무슨 일로?”
“하늘을 좋아한다나 봐. 높은 곳에서 자세히 보고 싶대.”
“산에라도 올라가면 될 일을 뭐 하러 여기까지 와요?”
안 선생은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시기에 제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들여보내는 거죠?”
“이 관측 시스템은 정부 산하 기관이야. 아이 아버지가 그 쪽 사람이라 우리 입장에선 거절하기 어려운 이야기지.”
“자기들이 돈을 댔으니 이제 가져가겠단 얘기군요. 뭐, 별로 상관은 없지만 말이에요.”
“솔루,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
어쩌면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있을 곳을 빼앗기게 된대도 자기가 지켜 줄 것도 아니면서. 오히려 자기 손으로……,
거기까지 생각하자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찌되든 상관없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가져가고 싶으면 맘대로 하라지. 그러면 이 지옥 같은 인생도 미련 없이 끝장날 수 있을 테니까.”
그 말에 안 선생은 입을 다물었다. 나는 언제나 이렇다. 성격이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대화하는 요령이 없는 건지 알 수 없다. 이래서야 안 선생도 택 씨도, 나 같은 것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거다. 사실은 그냥 조금 어리광부리고 싶을 뿐이었는데. 보통의 18살이라면 절대로 부리지 않을, 그런 어리광이었지만.
안 선생은 속을 읽을 수 없는 눈으로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는 그 얼굴을 보고 있기가 싫어 고개를 돌렸다. 곧 안 선생은 검사 결과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는 말을 남기고 돔을 나갔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고, 여느 때처럼 책을 읽거나 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잠들기 전에는 밤하늘에 대고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다른 나라의 민요를 조용히 흥얼거려 보았다.
Ay, ay, ay, ay,
Canta y no llo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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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부드러운 두 팔로 자그마한 몸집의 나를 소중하게 보듬어 안고 있다.
우리들은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렇다.
이것은 아직 ‘하늘’을 ‘위’라고만 인식하고 있던 시절의 나다.
그 사람이 말했다.
보이니? 저 파란 것이 전부 하늘이란다.
모두가 살아가는 이 지구의 지붕이란다.
언어를 모르는 나는 거기에 대답하지 못한다.
다만 온기를 느끼고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때였다.
별안간 회색의 격벽이 세차게 드리워, 우리를 떼어 놓는다.
그 사람이 뭐라고 소리치고 있지만 들리지 않는다.
빛이 닫힌다.
나는 세상에 녹아들지 못한 앙금이 되어 어둠 속으로 침전한다.
디디고 설 곳이 없다.
손을 뻗어 봐도 잡을 것이 없다.
동아줄은 내려오지 않는다.
여기는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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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괜찮아요?”
이마에 얹힌 손이 차다. 아니면 내 이마가 뜨거운 걸까.
눈을 떠보니 아직 익숙지 않은 얼굴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올해 열한 살인, 모나라는 이름의 여자 아이다. 귀여운 이목구비와 하얀 피부, 그리고 거기에 대비되는 새카맣고 기다란 머릿결이 마치 동화 속 공주님 같은 느낌을 준다. 택 씨의 말에 따르자면 모나의 아버지는 어딘가의 국장으로, 굉장한 거물이라고 한다. 감은 잘 오지 않지만, 지구 최고 수준의 절대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이 유리돔은 아무나 올라오고 싶다고 올라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사실 하나도 대단할 건 없는 곳이지만 적어도 그걸로 어느 정도의 힘이 있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나쁜 꿈 꿨나 봐요.”
모나는 마른 수건으로 내 얼굴에 배인 땀을 닦고 있다. 그만두게 할 힘도 없었기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최근 들어 악몽을 꾸는 일이 잦다. 꿈에서까지 몸부림쳐야 하는 운명인가, 나는. 달리 누구에게 풀어놓을 수도 없는 그런 짜증스러움을 이 사이에 물고, 눈앞에서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는 빨간색 원피스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처음 왔을 때도 이 옷을 입고 있었지. 좋아하는 옷일까.
며칠 전 택 씨와 함께 찾아온 모나의 모습을 처음 확인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말로써 다할 수 없을 만한 것이었다. 안 선생을 통해 전해 듣긴 했지만, 솔직히 택 씨와 안 선생 이외의 인간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실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 실감의 순간, 가까스로 유지해 온 나의 세계가 뒤틀리고 있었다. 몹시 불쾌했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몇 배나 더.
이 꼬마도 좋아할 수 없다고, 내 가슴이 말했다.
“언니, 새 무리가 날아가고 있어요! 저건 무슨 새일까요?”
시끄러워.
하늘을 보며 놀고 있는 모나를 내버려두고, 나는 다시 누워서 잠을 청했다. 다시 찾아올 악몽을 두려워하면서도, 내가 눈을 돌릴 곳은 거기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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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요즘 잠이 많이 늘었죠.”
정기 검사를 하던 날, 검사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안 선생에게 나는 그렇게 말을 꺼냈다. 나는 원래부터 잠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할 일은 별로 없는 삶이었지만, 일고여덟 시간 정도를 자고 나면 누워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깨어 있는 시간이 더 짧다. 해가 지기 전에 잠이 들어 버려, 밤하늘을 마지막으로 본 지도 꽤 오래되었다.
“죽을 때가 다 된 걸까요?”
안 선생은 가던 걸음만 멈춘 채 대답이 없다. 이쪽을 보는 얼굴에는 평소의 무표정과는 조금 다른, 무엇인가가 담겨 있었다. 그것이 조금 이상하고 신기해서, 왠지 더 보고 싶어서,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해버렸다.
“역시 선생님은 거짓말은 못 하시네요. 그래도 그런 표정 지으실 것 없어요. 살아있다고 다 좋은 건 아니잖아요.”
그녀는 말없이 돌아서서 문을 닫고 나갔다. 그 등이 어쩐지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미안해요. 이런 말밖에 못 해서. 하지만 이제 곧 끝난다고 생각하니 억울한 걸 어떡하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내 삶이 그랬다는 걸. 알아 줬으면 했어요. 적어도 당신만이라도. 적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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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읽고, 그것을 기록하고, 아침을 먹고, 잠든다. 점심때 쯤 눈을 뜨면 모나가 와 있다. 모나는 대개 저 혼자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지만, 이따금씩 내게 말을 걸어오곤 한다.
오늘, 하늘을 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던 모나가 책을 읽고 있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언니는 꿈이 뭐예요?”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다. 있지도 않은 미래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어서, 오늘 꾼 꿈의 내용이라도 묻는가 싶었다. 희망이라든지, 하고 싶은 거라든지, 그런 걸 물었으면 대답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것도 무리였을 거다. 말이 되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적지 않으니까. 내가 여전히 책만 붙잡고 있자, 모나는 혼자서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나중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우리 집에는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하늘같은 건 지루하다면서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이 하늘을 좋아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어요.”
하늘을 향해 있는 모나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좋겠네. 꿈이 있어서. 밝은 내일이 있어서. 기댈 수 있는 미래가 있어서.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책을 들고 있던 손에 무심코 힘이 들어가, 금방이라도 집어던져버리고 말 것만 같았다.
“언니, 근데 있잖아요.”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모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선생님이 되려면 아직 10년은 더 있어야 하는데, 저, 그렇게 오래는 못 사나 봐요.”
모나는 말했다. 아버지와 의사가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고. 그리고 자신이 수 년 안에 온 몸의 근육이 마비되어 죽는 병에 걸렸고, 그 병이 이미 발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전 매일 하늘을 보면서 빌어요. ‘하느님, 그것보다 조금만 더 살면 안 될까요?’하고. 그런데……, 안 되는 것 같아요. 어제 밥을 먹다가 젓가락을 놓쳤어요. 엄마가 젓가락질 잘 한다고 칭찬해 줬었는데. 내가 동생보다 훨씬 잘 했었는데…….”
눈물이 차오른 모나의 맑은 눈동자를 보며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측은함이었을까? 안타까움이었을까? 어느 쪽도 아니었다. 나는 아마도, 안도하고 있었다. 처음 대하는 동질감에 낯설음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울음을 터뜨린 모나를 끌어안아 주었다. 비로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불쾌한 이물질과의 공존이, 합의된 동거로 옮겨가는 순간이었다.
모나가 돌아간 후, 문득 내가 너무도 역겹게 느껴져서 구토를 쏟았다. 묽은 위액에 초록색이 조금 섞인 볼품없는 모양이었지만, 택 씨와 안 선생에게 또 폐를 끼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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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을 느낄 수 없는 어둠의 복판에 떠 있다. 어디로도 흘러가지 않은 채, 그저 검은 물결 위에 부유하고 있다. 한편에는 지구가, 한편에는 태양이 보인다. 그 사이에 두 개의 운석 덩어리가 있다. 서로에게 이끌린 두 개의 운석은 나선의 궤적을 그리며 맞부딪친다. 작은 쪽은 부스러져 수백, 수천의 파편이 된다. 큰 쪽 덩어리의 움직임이 비틀리며 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 대기는 순식간에 깎여나가고, 별은 붉게 달아오른다. 이윽고 타오르던 불과 함께 생명이 식어 간다. 지구는 점차 갈색으로 바뀌어 간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종말의 세계로 변해 간다.
눈을 떴다. 숨을 들이킨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언제나와 같은 회색의 벽이 아닌 검은 밤하늘이었다. 가득 들이킨 숨을 내쉰 후, 나는 시야 가득 펼쳐지는 우주를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틀 뒤, 지구는 멸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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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여느 때와 같이 택 씨가 하늘을 기록하러 들어왔다. 나는 날씨에 관한 이야기만을 간략히 전하고, 동요를 최대한 감춘 채로 택 씨에게 물었다.
“택 씨. 하나 물어볼 게 있어요. 만약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게 된다면, 그걸 막을 수 있나요? 만약에 말이에요.”
“어라, 솔루가 그 얘길 어떻게 알지? 분명 어제 자 신문에 그런 이야기가…….”
택 씨는 신문 기사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요는 운석에 관한 이야기가 최근 신문에 났다는 것 같고, 그렇다는 건 내가 읽기 이전에 이미 운석의 움직임을 관측했다는 말이 된다. 나는 적당히 말을 끊고 내 질문의 요점을 재차 이야기했다. 거기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 없느냐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자면, 있어. 비교적 작은 크기의 운석은 흔적도 없이 깨부술 수 있고, 큰 것은 그렇게까지는 안 되더라도 궤도를 바꿔서 비껴가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양자포가 지구 여기저기에 있지. 운석충돌의 위험은 꽤 오래 전부터 대두되어 왔던 이야기였으니까. 음, 그리고 이건 국제 기밀이지만……. 실은 우리 쪽에도 그걸 보유하고 있지! 어때, 굉장하지 않아? 난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설ㄹㅔㅆ는지 모른다.”
택 씨는 신이 나서 얘기하고 있다. 국제 기밀이라고는 하는데 택 씨가 말하니까 그렇게까지 무게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지구에서 꽤 가까운 지점을 커다란 운석이 통과한다는 거 같은데……. 방심할 수 없으니까 마지막까지 긴장은 놓지 않겠지만, 아마 별 일은 없을 거야. 그냥 통과하는 것뿐이라고 안 박사님께서도 말씀하셨으니까.”
나는 귀를 의심했다.
“안 선생님이……?”
내가 읽은 운석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꺼내지 못한 채, 택 씨와의 대화는 거기에서 끝났다. 통과하는 것뿐이라고? 그럴 리가 없다. 수백 번에 걸쳐 하늘을 읽어 왔던 내 눈이 이제 와서 틀렸을 리가 없다. 실수가 아니라면,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사람이.
하지만 그래서?
우선 머리를 식힌 다음, 한 줌도 안 되는 상상력으로나마 멸망한 지구를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세계지만, 적어도 내겐 나쁠 것 없었다.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내게는. 어차피 나는 머잖아 이 좁은 유리돔 안에서 비참하고 지루했던 생애를 마칠 예정이니까. 혼자가 아니라면 억울하지 않다. 모두 다 같이 끝나 버리자. 내일이 없다는 것. 오늘에서 멈춘다는 것. 그것보다 더 공평할 수 있는 것은 내게 없다.
그것은 이 아이, 모나에게도 그렇다.
순수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착하고 예쁜 데다 좋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원래대로라면 행복한 인생을 살았을 아이. 하지만 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하늘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소박한 내일조차 손에 쥘 수 없는 아이.
하늘에게 마음이 있다면, 틀림없이 우리들을 싫어하는 걸 거다. 그러니까 나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자. 세계는 이대로 끝나도록 두자. 내가 읽은 하늘을 보고해야만 할 의무는 어디에도 없고,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그래, 그 편이 좋다.
“참, 언니. 내일 학교에서 사생대회 앨범이 나와요. 언니에게도 보여주고 싶은데, 가져와도 돼요?”
나는 모나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멸망 하루 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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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내 마음 속, 세계가 멸망하기로 되어 있는 날. 아침에 택 씨가 창백한 얼굴로 돔을 찾아왔다. 소독기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걸 보면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그는 숨을 고를 생각도 않은 채 내게 이렇게 물었다.
“안 박사님 오셨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구나.”
택 씨는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는 듯 문에 손을 댔다가, 다시 내 쪽을 돌아보았다.
“솔루 양, 이게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아주 잠깐 말을 골랐다.
“내일 또 보자.”
그리고는 돔을 뛰쳐나갔다.
아마,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안 것이다. 지금 뛰어가도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 운석은 이미 충돌했다. 궤도는 뒤틀렸다. 그 진로에 지구가 있다. 내가 읽은 하늘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앞으로 몇 십 분이면 세계는 끝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가라앉아 온다. 택 씨가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모나가 찾아왔다. 평소보다 이른 시각이다. 모르고 있었는데, 오늘이 토요일이었나 보다. 달력을 확인했다.
모나는 들어오자마자 내게 앨범 하나를 내밀었다.
“우리 학교에서 사생대회 때 애들이 그린 거예요. 주제는 하늘이고요. 제 것도 있어요.”
꽤 두껍다는 생각을 하며 앨범을 열어 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내가 몰랐던 하늘이 가득했다.
파란 하늘도, 하얀 하늘도, 핑크빛 하늘도, 초록 하늘도 있다.
새가 날고 있는 하늘도, 고래가 날고 있는 하늘도, 공룡이 날고 있는 하늘도 있다.
구름이 떠 있는 하늘도, 꽃이 피어 있는 하늘도, 파도가 넘실거리는 하늘도 있다.
너무나도 많은 하늘이 있어서, 안타까움에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왜 잊고 있었던 걸까.
하늘이 이렇게나 사랑스럽다는 것을.
앨범을 덮고 일어나, 모나의 손을 잡고 물었다.
“모나야. 밤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뭔지 알고 있니?”
“북극성……, 아니에요?”
나는 빙긋 웃었다. 이 또래 아이들은 대개 그렇게 알고 있는 건가 보다. 열네 살까지 몰랐던 내가 딱히 부끄러워 할 건 없었던 거다.
“아냐. 시리우스라는 별이야.”
“정말요?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 봐요.”
모나는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겨우 별 하나의 이름을 새로 알게 되었을 뿐이다. 아직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나아갈 수 있는 것이 하루가 되든, 한 달이 되든, 일 년이 되든, 아니면 혹시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약간 멍청한 실수를 해서 몇 십 년 후까지 이어지든, 그런 건 관계없다.
내일이 있다면, 내일로 향해. 내가 갖지 못한 만큼을 너에게 줄 테니까. 내가 너의 하늘을 지켜줄 테니까.
나는 모나의 손을 잡았다.
“난 지금부터 안 선생님과 택 씨를 찾아야 해. 하지만 혼자서 찾기에 이 건물은 너무 넓어. 날 좀 도와줄래?”
“언니, 방에서 나가려는 거예요?”
“그래. 여기서는 하늘밖에 안 보이니까.”
“하지만 언니는 밖에 나가면…….”
“도와줘.”
이제, 그 길밖에 없다.
“도와줘, 모나.”
모나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손을 맞잡아왔다. 발갛게 상기된 표정이 몹시도 귀엽게 느껴졌다.
내 소중한 동거인과 함께, 생애 처음으로, 회색의 문 저편을 향해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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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택은 마주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궤도상에 있던 다른 하나의 운석 데이터를 삭제하신 거, 안 박사님입니까.”
“그래, 내가 했어. 연구원들을 모두 지하에 가둬놓은 것도 나야.”
“어째서입니까. 솔루 때문입니까?”
“알면서 왜 물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양자포를 발사해야 합니다. 시간에 맞출 수 있는 것은 여기뿐입니다. 안 박사님!”
“싫어.”
“비켜 주십시오. 이게 마지막 경고입니다!”
“그 아이가 결정한 미래야. 누구에게도 넘겨줄 수 없어.”
“이 지구의 미래는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택이 떨리는 총구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지구?”
안은 코웃음을 쳤다.
“솔루가 이 세상을 뭐라고 불렀는지 알아? 지옥이라고 했어! 이 세상이 그 아이에게 허락한 것이 도대체 뭐가 있지? 하루 종일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어야 하는 침대? 지겹게도 재미없는 열 권짜리 별자리 책? 웃기지 마!”
안은 감정이 북받쳐 택에게 마주 겨누고 있던 권총을 벽에다 집어던졌다.
“누워 있을 침대 대신에 밟을 땅을 줬어야지. 별자리 책 대신에 교과서를 읽을 기회를 줬어야지. 하다못해 숨은 쉴 수 있게 해 줬어야지! 너희들과 같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해 줬어야지!”
토해내듯 소리친 안은 고개를 들고 숨을 골랐다. 침착한 무표정은 오간 데 없이 그간 감춰 왔던 수많은 감정이 한 데 뒤섞여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사랑도, 원망도, 슬픔도. 누구에게도 나눠줄 수 없었던, 닫아 놓았던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제 그녀의 가슴에는 단 한 사람의 딸, 솔루만이 남았다.
“비록 이 세상이 내게서 빼앗아갔어도, 우리의 연을 끊었어도, 여전히 그 아인 나의 전부야, 택. 네게도 하나쯤은 있겠지? 이 세상 모든 것과도 바꿀 수 없을만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이해합니다. 안 박사님. 하지만 그렇기에 저도 제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지켜야만 합니다. 이제 더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 셋을 세겠습니다.”
“지금부터 셋을 센대도 소용없어. 이거 보여?”
그렇게 말하며 안이 들어 보인 것은, 운석의 움직임을 입력하는 시스템과 그 궤도를 연산하는 컴퓨터 사이를 연결하고 있던 회로였다. 회로는 구릿빛 내장을 내보이며 끊겨 있었다.
“정말로 끝났군요. 모든 것이…….”
“화가 난다면 나를 쏴도 좋아, 택.”
택은 힘없이 웃으며 안을 겨누고 있던 총을 늘어뜨렸다.
당신을 지키기 위한 총이었는데요. 도대체 어디를 쏘면 좋은 겁니까?
그 한마디는 택의 목구멍에 들어찬 채,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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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는 예상대로 두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모나와 내가 들어섰다.
“아직 안 끝났어요.”
네 사람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분위기가 그렇게나 어색한 것은 그 때문이었을까.
“솔루, 네가 왜…….”
“택 씨, 양자포는 어떻게 됐죠?”
내가 안 선생의 말을 재빨리 끊으며 물었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틈이 없다. 택 씨는 벌리고 있던 입을 황급히 닫고 내 질문에 대답했다.
“틀렸어. 연산 능력을 가진 컴퓨터와 입력 시스템을 연결하고 있던 회로가 끊어졌어. 이제 발사 궤도를 수동으로 입력하는 수밖에 없는데,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냐.”
“그림으로 짚어내면 어때요?”
“처음부터 계산하는 것보다야 편하겠지만, 그렇게 형편 좋은 그림이 어디 있어?”
“삼차원으로 영상 띄울 수 있어요? 지구에서부터 운석 충돌 지점까지.”
“할 수는 있지만……, 그걸로 뭘 어쩌려고?”
“내가 매일 아침 신문 대신에 뭘 읽었는지 몰라요?”
택 씨는 눈을 크게 떴다. 그는 내 말에 대답하는 것도 잊은 채 컴퓨터를 부팅하고, 영상 재생 장치를 연결했다.
“그 다음엔 뭘 해야 되죠, 엄마?”
이번에 놀란 것은 안 선생……, 아니, 엄마였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니?”
“내가 학교 안 다녔다고 바보인 줄 알아요? 엄마가 하늘을 처음 가르쳐 주었던 날부터 알았다고요.”
엄마는 웃었다. 과연 자기 딸이라고, 조금 자랑스러워했다. 나도 엄마에게 마주 웃어 주었다. 우리 모녀는 이 날 처음으로 함께 웃었다.
곧이어 택 씨가 영상을 띄웠다. 비치는 영상으로 내가 읽은 궤도를 따라 그렸다. 몇 번이나 시도해 봤지만, 손으로 그리는 거라 역시 보정이 필요하다. 택 씨가 그 오차에 관한 보정 작업을 시작했다. 엄마는 출력된 궤도를 차례대로 사출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있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걸 보고 감탄했다. 지금이야 안 거지만, 엄마는 꽤 잘 나가는 사람인가 보다.
“언니. 저는 뭘 해요……?”
돌아보니, 모나가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모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었지?”
“응…….”
“밤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 이름은?”
“시리우스!”
조금 밝아진 얼굴로 대답해오는 모나.
“애들에게 잊지 말고 가르쳐 줘.”
나는 웃으며 모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모나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인다.
주변을 돌아본다.
엄마와 택 씨의 작업은 그렇게 금방 끝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일 하고 있는 모습은 처음 봤는데,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슬슬 한계라는 것을 머리보다 먼저 몸이 깨닫는다.
서있기가 힘들어서,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아 버렸다.
모나가 옆에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그대로 조금 쉬기로 했다.
시간 감각이 사라져가고 있어, 어느 정도를 그러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몇 번이나 눈을 감았다가 떴다.
졸음이 몰려와서 이대로 그냥 자버릴까 싶었을 때, 포근한 온기가 몸을 감쌌다.
엄마였다.
생각해보면, 그리웠던 엄마의 품에 다시 안기기까지, 참 길었다.
손바닥에 차가운 것이 와 닿아서 봤더니, 택 씨가 내 오른손에 무언가를 쥐어 주었다.
발사 스위치다.
누가 한 디자인인지, 볼록한 판 위에 조그맣게 붙은 버튼이 마치 딱정벌레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시야가 조금씩 흐려진다.
조금만 더 자라면 남자애들에게 인기 만발일 것이 틀림없는 귀여운 모나의 얼굴과,
말도 많고 농담도 잘 하지만 막상 여자 복은 없을 것 같은 택 씨의 얼굴을,
내 눈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기 전에 망막에 새겨 두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거의 보이지 않네. 유감스럽다.
발사 스위치를 쥔 손을 조금 들어올려, 힘을 준다.
그 때 엄마가 물었다.
“정말 괜찮아?”
엄마는 울고 있다. 모나도, 택 씨도 울고 있다.
내가 흘려내지 못한 울음을 대신 울고 있다.
“네가 없어진 다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계속될 이 세상을, 정말로 용서할 수 있어?”
나는 마지막 남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용서 같은 거……, 못해.”
응, 못해.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내가 갖지 못한 게 너무나도 많아서,
거기다 속도 무지하게 좁아서,
지금도 굉장히 질투가 나.
이제야 엄마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는데,
택 씨의 시시껄렁한 농담도 더 듣고 싶은데,
함께 별자리 이야기를 할 귀여운 동생도 생겼는데,
그래서 아직 조금 더 살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너무 아쉬워.
“그렇지만, 역시, 나의 지구를……,”
지구는 야박하지만,
조금도 공평하지 않지만,
미워할 수 없잖아?
엄마가 있고,
택 씨가 있고,
모나가 있고,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오늘보다 조금 더 행복한 일들,
그리고 조금 더 아름다운 일들이,
내일로 이어지는 파란 하늘 위에서
별처럼 가득히 빛날 테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어.
“사랑하니까.”
그리고 나는 스위치를 눌렀다.
De la Sierra Morena,
Cielito lindo, vienen bajando,
Un par de ojitos negros,
Cielito lindo, de contrabando.
Pajaro que abandona,
Cielito lindo, su primer nido,
Si lo encuentra ocupado,
Cielito lindo, bien merecido.
Ese lunar que tienes,
Cielito lindo, junto a la boca,
No se lo des a nadie,
Cielito lindo, que a mi me toca.
Si tu boquita morena,
Fuera de azucar, fuera de azucar,
Yo me lo pasaria,
Cielito lindo, chupa que chupa.
De tu casa a la mia,
Cielito lindo, no hay mas que un paso,
Antes que venga tu madre,
Cielito lindo, dame un abrazo.
Una flecha en el aire,
Cielito lindo, lanzo Cupido,
y como fue jugando,
Cielito lindo, yo fui el herido.
Ay, ay, ay, ay,
Canta y no llores,
Porque cantando se alegran,
Cielito lindo, los corazones.
멕시코 민요 “Cielito Lindo”
written in 1882 by Quirino Mendoza y Cortes
FIN.
별안간 숨이 차다. 거친 잿빛의 바닥을 내려다보며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떠, 별빛을 별빛의 바탕만큼이나 검은 동공 가득히 담는다. 그렇게 내 눈에도 하나의 우주가 생겨난다. 놀랍도록 무수하다. 이 광경을 캔버스 위에 그린다면 천 단계 이상의 원근감은 필요할 거다. 좀처럼 숨을 쉴 수 없는 이유가 그 압도적인 광활함에 짓눌린 탓인지, 아니면 이곳이 대기가 없는 우주이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별빛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올려다 본 곳에 지구가 있다. 너무나도 왜소하고 조그마한, 붉은 빛마저 띠고 있는 짙은 갈색의 지구. 이미 그곳을 ‘지구’라고 이름붙인 생명체들이 존재하지 않는 지구. 이제 그곳을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은 우주를 통틀어 나 한 사람, 그것밖에 없는 세계.
고요한 종말이 찾아온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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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멀찍이 드리운 잿빛 벽이다. 스스로 고른 색깔임에도 역시 칙칙하다. 가끔은 하늘을 보며 잠에서 깨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옆으로 누워 자는 버릇을 좀처럼 고칠 수가 없다. 안 선생의 말로는, 항상 누워서 지내기 때문에 스스로 잘 때와 깨어있을 때의 구분을 지어두고 싶기 때문일 거라고 한다. 단순히 잠버릇이 안 좋은 거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덧붙이긴 했지만.
몸을 뒤척여 똑바로 누운 다음, 태양 빛을 잔뜩 머금은 구름을 읽었다. 날씨 쾌청, 세계 평안. 오늘의 하늘은 자는 듯이 조용하여 나도 다시 잠들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시 그렇고 있자니 문밖에 있는 소독 기구가 기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식사를 손에 든 안경잡이 남자가 들어온다.
“솔루 양, 좋은 아침.”
“예에, 뭐.”
손짓을 곁들인 붙임성 있는 인사를 귓등으로 받고, 짧은 대답을 돌려보낸다. 시선은 그대로 하늘에 주고 있는 채로 그가 들고 온 아침식사의 냄새를 맡는다. 안 봐도 뻔한 초록색 냄새가 풍긴다.
“가끔은 아침에도 육류가 섞이면 좋겠군요.”
“그건 안 되지. 금방 살찐다.”
“필요한 만큼의 운동은 하는데요.”
그는 이불 위에 아침식사가 담긴 그릇을 올려놓은 뒤, 누워있는 내 등에 손을 두르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버릇이 되면 무서운 거야. 지금이 딱 좋아, 지금이.”
“자기 취향을 내게 강요하지 말아 주세요, 택 씨. 채소는 당신 애인이나 잔뜩 먹여요.”
“하하하. 없는 거 알면서 왜 그래. 하루에 한 번 솔루 양을 보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이 남자와의 시답잖은 농담도 이젠 일상처럼 굳은 모양이다. 매일같이 보는 얼굴인데 조금 더 조용한 사람이 좋았을까? 하지만 바깥에 나갈 일 없는 내가 말하는 법을 잊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어쩌면 그의 덕분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감사할 마음이 드는 건 아니지만.
“오늘의 지구는 어때? 체할 것 같진 않아?”
택 씨는 직경 41미터의 유리돔 저편으로 널따랗고 파랗게 펼쳐져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무런 문제도 없네요. 지루할 정도로.”
“지루하긴, 무사태평한 게 제일이지. 피스!”
피스 따윌 지껄이며 엄지를 치켜세워 보이는 그. 언제나 그렇듯 딱히 어울려줄 기분이 들지 않아, 묵묵히 아침식사로 준비된 배추와 오이를 입에 넣고 씹었다.
“참, 오늘 자로 이런 기사가 나왔어. 볼래?”
보겠다고 대답도 안 했는데 눈앞으로 스크랩한 신문 기사를 들이민다. 최소한 이 쪽이 밥 먹는 것만이라도 방해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는데, 더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건 수년간의 경험으로 충분히 학습했다. 잠자코 기사의 제목을 읽었다.
기사는 [하늘을 읽는 소녀, 이번에도 재난을 막아내다]라는 타이틀로, 국제 기상청에서도 관측하지 못한 기상이변을 예고함으로써 커다란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재난을 막았다는 내용. 처음 몇 번은 꽤 대서특필 되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이제 와서는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다. 몇 년이나 비슷한 기사를 쓰기가 지겨웠는지 이번에는 손해를 피한 사람들의 감사의 멘트 같은 것을 곁들이고 있었다. ‘손주들의 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라는 말이 본 적 없는 노인의 얼굴 사진 옆에 쓰여 있다.
“어떠냐? 나쁘지 않은 기분이지?”
“별로 구해주고 싶어서 구해준 것도 아닌데 뭘. 시키니까 하는 거죠.”
“차갑네, 차가워. 예쁜 얼굴에 어울리게 조금 더 세상을 사랑하면 좋을 텐데 말이야.”
핫, 하고 코웃음을 쳤다.
사랑하라고? 농담이라도 사양한다. 애초에 나는 그 세상이란 게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도 모르니까. 언제 어떻게 태어났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최소한 내가 기억하고 있는 무렵부터 나는 이 유리돔 안에 갇혀 살았다. 돔에 단 하나 있는 출구인 저 잿빛 문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본 적이 없다. 이 직경 41미터의 유리돔만이 내 세계의 전부다. 신이 내게 나누어 준 아주 약간의 지구다. 나만이 지구라고 부르고 있을 뿐인, 퀴퀴한 냄새가 나는 지긋지긋한 지구다.
이 좁은 공간조차도 사랑하지 못하는 내게, 더 이상의 무엇을 바라다니. 그러니까 당신들을 좋아할 수가 없는 거다.
순식간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덜 비운 그릇을 내밀자, 택 씨가 그것을 받아들었다. 내 얼굴을 보고 그는 실언을 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만 수년간 봐온 눈치만은 있어, 더 이상 내 기분을 해치는 일 없이 짤막한 인사를 남기고 조용히 돌아갔다. 잿빛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한 뒤, 나는 다시 몸을 누이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하늘. 태평하게 흘러가는 구름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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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좋았다.
침대 위에 누워만 있는 내가 바깥의 사람들과 유일하게 똑같이 바라볼 수 있는 풍경. 푸르고, 하얗고, 너무나도 맑아서, 보고 있으면 그냥 행복했다. 가끔은 울거나 화를 내기도 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는 것도 재미있었다. 유리돔 천장에 새가 날아와 앉을 때면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었다. 푸른 하늘을 공유하는 모든 생명이 나의 친구처럼 느껴지곤 했다.
조금 나이를 먹고 난 다음에는 해가 지고 난 뒤의 하늘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무섭게만 보이던 까만 하늘이 조금씩 친근해진 건 열네 살 쯤 되었을 무렵으로, 보통의 여자아이라면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였다. 공부는 질색이었지만 별자리만큼은 열심히 외웠다. 하늘에 빛나는 것들 중 가장 밝은 별이 북극성이 아니라 시리우스였다는 것도 그 때가 되어서 알았다.
그런 내가 하늘로부터 흥미를 잃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점심을 먹은 다음 베개 삼아 잠들었던 하얀 구름의 포근함도, 작게 빛나는 별 하나하나가 사실은 커다란 행성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의 놀라움도,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는 추억이다. 새로울 것 없는 매일에 뒤섞여 기억의 한구석에 처박힌 잡동사니 같은, 모두 합쳐도 사진 한 장 정도의 가치밖에 남지 않은 어색한 과거의 일이다.
하늘 따윈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고, 열여덟 살의 내가 소리쳤다.
그 순간 하늘이 붉게 물들고 땅이 울렸다. 모든 것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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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호흡과 함께 눈을 떴다. 타고 남은 듯한 잿빛의 벽을 응시하고 있는 채로 한참이나 숨을 골랐다. 답답한 이불을 걷어낸 다음 앞섶을 풀고 가슴께를 내려다보니, 땀으로 피부가 축축하게 젖어 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직사광선과 복사열을 막기 위한 블라인드 셔터가 45도 부근까지 올라가 있는 걸 보아하니 평소보다 늦게까지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택 씨는 이미 다녀간 것인지, 침대에서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원형의 테이블 위에 아침식사가 놓여있다. 그게 아니라면 안 선생이 정기 검사를 하러 왔다가 놓고 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올해의 달력은 놓아두지 않았기에, 오늘이 검사를 하는 날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물론 어느 쪽이든 간에 오늘 중으로 다시 들르리라 생각하면 별로 신경 쓸 것도 없지만.
턱 끝에 맺힌 땀방울을 훔쳐 이불에 대강 문질러 닦은 후, 의자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 새삼스럽지만 정말로 맛이 없다. 싫은 것에 익숙해진다는 건 무척이나 어렵다. 차라리 고기가 어떤 맛인지 몰랐으면 좋았을 거라고, 간혹 생각한다.
다시 침대 위에 눕는다. 망막에 맺힌 하늘은 어제와 다름없었으나 공연히 비가 왔으면 좋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지나치게 맑은 날씨라,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 땀은 다 말랐지만 불쾌함은 가시지 않는다. 목욕이 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목욕을 한 번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귀찮은 절차를 떠올리다 보면, ‘하고 싶다’는 표현이 어울리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살균된 접이식 욕조에 정제 소독한 충분한 양의 물을 담는 데만 한 시간 이상이 걸리고, 돔 내의 온도, 습도와 공기 조성에 변화가 없도록 정확히 조정해야 하며, 그나마 목욕을 할 수 있는 시간은 20분도 안 되는데다, 관측 팀의 치프인 안 선생이 줄곧 옆에 붙어있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하루가 다 간다. 차라리 안 하고 만다. 어차피 한 주에 한 번은 안 선생이 시키러 오니까, 그 날까지 참기로 했다.
불쾌함에 몸을 파묻고 사오십 분 남짓한 시간을 뒤척이고 있자니, 소독 기구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꽤 오래 돌아가고 있는 걸 보면 아마 안 선생일 것이다.
“일어났니?”
자로 잰 듯이 반복적인 리듬의 구두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안 선생에게,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떠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오늘도 아침을 남겼나보구나.”
“안 선생님도 매일 아침마다 생야채만 씹어 보시겠어요?”
그 날카로운 대꾸에도 안 선생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갖고 들어온 계측기를 점검하고 있다. 얼굴에 감정이 금방 드러나는 택 씨가 차라리 낫다. 이 사람과는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싫다.
“그리고, 달력 들여놔 주세요. 정기 검사일 정도는 스스로 확인하고 싶으니까.”
사실 ‘날짜 같은 걸 봐도 괴롭기만 하니까 달력은 필요 없다’고 먼저 말한 건 나였다. 나도 그녀도 그 정도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안 선생은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점검이 끝난 계측기를 내 입에 물려 줄 뿐이었다. 관심이 없는 거겠지. 물론 내일이 되면 잘 소독된 책상달력이 테이블 위에 놓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나는 잠자코 어금니로 계측기를 물고 입술을 닫았다.
계측기를 물고 있는 동안은 내가 입을 열 수 없기에 안 선생도 말을 하지 않는다. 그 15분간의 침묵은 정말로 끔찍하다. 계측기 때문에 좀처럼 넘기기 어려운 침이 목구멍에 고여 있다가 이따금씩 꿀꺽 소리를 내며 흘러들어간다. 그게 왠지 모르게 부끄럽고 불쾌해서, 얼굴이 달아오른다.
“내일 여기에 여자아이가 올 거야.”
내게서 돌려받은 계측기에 표시된 여러 가지 수치를 일람에 기록하던 안 선생이 갑작스레 그런 말을 꺼냈다. 뜬금없는 통보를 받은 나는 상당히 놀랐고, 그 이상으로 화가 났다. 내 처지를 동정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무슨 일로?”
“하늘을 좋아한다나 봐. 높은 곳에서 자세히 보고 싶대.”
“산에라도 올라가면 될 일을 뭐 하러 여기까지 와요?”
안 선생은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얼마나 대단하신 분이시기에 제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들여보내는 거죠?”
“이 관측 시스템은 정부 산하 기관이야. 아이 아버지가 그 쪽 사람이라 우리 입장에선 거절하기 어려운 이야기지.”
“자기들이 돈을 댔으니 이제 가져가겠단 얘기군요. 뭐, 별로 상관은 없지만 말이에요.”
“솔루,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
어쩌면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있을 곳을 빼앗기게 된대도 자기가 지켜 줄 것도 아니면서. 오히려 자기 손으로……,
거기까지 생각하자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찌되든 상관없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가져가고 싶으면 맘대로 하라지. 그러면 이 지옥 같은 인생도 미련 없이 끝장날 수 있을 테니까.”
그 말에 안 선생은 입을 다물었다. 나는 언제나 이렇다. 성격이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대화하는 요령이 없는 건지 알 수 없다. 이래서야 안 선생도 택 씨도, 나 같은 것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거다. 사실은 그냥 조금 어리광부리고 싶을 뿐이었는데. 보통의 18살이라면 절대로 부리지 않을, 그런 어리광이었지만.
안 선생은 속을 읽을 수 없는 눈으로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는 그 얼굴을 보고 있기가 싫어 고개를 돌렸다. 곧 안 선생은 검사 결과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는 말을 남기고 돔을 나갔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고, 여느 때처럼 책을 읽거나 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잠들기 전에는 밤하늘에 대고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다른 나라의 민요를 조용히 흥얼거려 보았다.
Ay, ay, ay, ay,
Canta y no llo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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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부드러운 두 팔로 자그마한 몸집의 나를 소중하게 보듬어 안고 있다.
우리들은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렇다.
이것은 아직 ‘하늘’을 ‘위’라고만 인식하고 있던 시절의 나다.
그 사람이 말했다.
보이니? 저 파란 것이 전부 하늘이란다.
모두가 살아가는 이 지구의 지붕이란다.
언어를 모르는 나는 거기에 대답하지 못한다.
다만 온기를 느끼고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때였다.
별안간 회색의 격벽이 세차게 드리워, 우리를 떼어 놓는다.
그 사람이 뭐라고 소리치고 있지만 들리지 않는다.
빛이 닫힌다.
나는 세상에 녹아들지 못한 앙금이 되어 어둠 속으로 침전한다.
디디고 설 곳이 없다.
손을 뻗어 봐도 잡을 것이 없다.
동아줄은 내려오지 않는다.
여기는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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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괜찮아요?”
이마에 얹힌 손이 차다. 아니면 내 이마가 뜨거운 걸까.
눈을 떠보니 아직 익숙지 않은 얼굴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올해 열한 살인, 모나라는 이름의 여자 아이다. 귀여운 이목구비와 하얀 피부, 그리고 거기에 대비되는 새카맣고 기다란 머릿결이 마치 동화 속 공주님 같은 느낌을 준다. 택 씨의 말에 따르자면 모나의 아버지는 어딘가의 국장으로, 굉장한 거물이라고 한다. 감은 잘 오지 않지만, 지구 최고 수준의 절대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이 유리돔은 아무나 올라오고 싶다고 올라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사실 하나도 대단할 건 없는 곳이지만 적어도 그걸로 어느 정도의 힘이 있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나쁜 꿈 꿨나 봐요.”
모나는 마른 수건으로 내 얼굴에 배인 땀을 닦고 있다. 그만두게 할 힘도 없었기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최근 들어 악몽을 꾸는 일이 잦다. 꿈에서까지 몸부림쳐야 하는 운명인가, 나는. 달리 누구에게 풀어놓을 수도 없는 그런 짜증스러움을 이 사이에 물고, 눈앞에서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는 빨간색 원피스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처음 왔을 때도 이 옷을 입고 있었지. 좋아하는 옷일까.
며칠 전 택 씨와 함께 찾아온 모나의 모습을 처음 확인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말로써 다할 수 없을 만한 것이었다. 안 선생을 통해 전해 듣긴 했지만, 솔직히 택 씨와 안 선생 이외의 인간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실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 실감의 순간, 가까스로 유지해 온 나의 세계가 뒤틀리고 있었다. 몹시 불쾌했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몇 배나 더.
이 꼬마도 좋아할 수 없다고, 내 가슴이 말했다.
“언니, 새 무리가 날아가고 있어요! 저건 무슨 새일까요?”
시끄러워.
하늘을 보며 놀고 있는 모나를 내버려두고, 나는 다시 누워서 잠을 청했다. 다시 찾아올 악몽을 두려워하면서도, 내가 눈을 돌릴 곳은 거기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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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요즘 잠이 많이 늘었죠.”
정기 검사를 하던 날, 검사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안 선생에게 나는 그렇게 말을 꺼냈다. 나는 원래부터 잠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할 일은 별로 없는 삶이었지만, 일고여덟 시간 정도를 자고 나면 누워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깨어 있는 시간이 더 짧다. 해가 지기 전에 잠이 들어 버려, 밤하늘을 마지막으로 본 지도 꽤 오래되었다.
“죽을 때가 다 된 걸까요?”
안 선생은 가던 걸음만 멈춘 채 대답이 없다. 이쪽을 보는 얼굴에는 평소의 무표정과는 조금 다른, 무엇인가가 담겨 있었다. 그것이 조금 이상하고 신기해서, 왠지 더 보고 싶어서,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해버렸다.
“역시 선생님은 거짓말은 못 하시네요. 그래도 그런 표정 지으실 것 없어요. 살아있다고 다 좋은 건 아니잖아요.”
그녀는 말없이 돌아서서 문을 닫고 나갔다. 그 등이 어쩐지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미안해요. 이런 말밖에 못 해서. 하지만 이제 곧 끝난다고 생각하니 억울한 걸 어떡하죠.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내 삶이 그랬다는 걸. 알아 줬으면 했어요. 적어도 당신만이라도. 적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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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읽고, 그것을 기록하고, 아침을 먹고, 잠든다. 점심때 쯤 눈을 뜨면 모나가 와 있다. 모나는 대개 저 혼자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지만, 이따금씩 내게 말을 걸어오곤 한다.
오늘, 하늘을 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던 모나가 책을 읽고 있는 내게 이렇게 물었다.
“언니는 꿈이 뭐예요?”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다. 있지도 않은 미래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어서, 오늘 꾼 꿈의 내용이라도 묻는가 싶었다. 희망이라든지, 하고 싶은 거라든지, 그런 걸 물었으면 대답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것도 무리였을 거다. 말이 되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적지 않으니까. 내가 여전히 책만 붙잡고 있자, 모나는 혼자서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나중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우리 집에는 남동생이 하나 있는데, 하늘같은 건 지루하다면서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이 하늘을 좋아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어요.”
하늘을 향해 있는 모나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좋겠네. 꿈이 있어서. 밝은 내일이 있어서. 기댈 수 있는 미래가 있어서.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책을 들고 있던 손에 무심코 힘이 들어가, 금방이라도 집어던져버리고 말 것만 같았다.
“언니, 근데 있잖아요.”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모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선생님이 되려면 아직 10년은 더 있어야 하는데, 저, 그렇게 오래는 못 사나 봐요.”
모나는 말했다. 아버지와 의사가 이야기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고. 그리고 자신이 수 년 안에 온 몸의 근육이 마비되어 죽는 병에 걸렸고, 그 병이 이미 발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전 매일 하늘을 보면서 빌어요. ‘하느님, 그것보다 조금만 더 살면 안 될까요?’하고. 그런데……, 안 되는 것 같아요. 어제 밥을 먹다가 젓가락을 놓쳤어요. 엄마가 젓가락질 잘 한다고 칭찬해 줬었는데. 내가 동생보다 훨씬 잘 했었는데…….”
눈물이 차오른 모나의 맑은 눈동자를 보며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측은함이었을까? 안타까움이었을까? 어느 쪽도 아니었다. 나는 아마도, 안도하고 있었다. 처음 대하는 동질감에 낯설음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울음을 터뜨린 모나를 끌어안아 주었다. 비로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불쾌한 이물질과의 공존이, 합의된 동거로 옮겨가는 순간이었다.
모나가 돌아간 후, 문득 내가 너무도 역겹게 느껴져서 구토를 쏟았다. 묽은 위액에 초록색이 조금 섞인 볼품없는 모양이었지만, 택 씨와 안 선생에게 또 폐를 끼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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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을 느낄 수 없는 어둠의 복판에 떠 있다. 어디로도 흘러가지 않은 채, 그저 검은 물결 위에 부유하고 있다. 한편에는 지구가, 한편에는 태양이 보인다. 그 사이에 두 개의 운석 덩어리가 있다. 서로에게 이끌린 두 개의 운석은 나선의 궤적을 그리며 맞부딪친다. 작은 쪽은 부스러져 수백, 수천의 파편이 된다. 큰 쪽 덩어리의 움직임이 비틀리며 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린다. 대기는 순식간에 깎여나가고, 별은 붉게 달아오른다. 이윽고 타오르던 불과 함께 생명이 식어 간다. 지구는 점차 갈색으로 바뀌어 간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종말의 세계로 변해 간다.
눈을 떴다. 숨을 들이킨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언제나와 같은 회색의 벽이 아닌 검은 밤하늘이었다. 가득 들이킨 숨을 내쉰 후, 나는 시야 가득 펼쳐지는 우주를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틀 뒤, 지구는 멸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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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여느 때와 같이 택 씨가 하늘을 기록하러 들어왔다. 나는 날씨에 관한 이야기만을 간략히 전하고, 동요를 최대한 감춘 채로 택 씨에게 물었다.
“택 씨. 하나 물어볼 게 있어요. 만약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게 된다면, 그걸 막을 수 있나요? 만약에 말이에요.”
“어라, 솔루가 그 얘길 어떻게 알지? 분명 어제 자 신문에 그런 이야기가…….”
택 씨는 신문 기사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요는 운석에 관한 이야기가 최근 신문에 났다는 것 같고, 그렇다는 건 내가 읽기 이전에 이미 운석의 움직임을 관측했다는 말이 된다. 나는 적당히 말을 끊고 내 질문의 요점을 재차 이야기했다. 거기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 없느냐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자면, 있어. 비교적 작은 크기의 운석은 흔적도 없이 깨부술 수 있고, 큰 것은 그렇게까지는 안 되더라도 궤도를 바꿔서 비껴가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양자포가 지구 여기저기에 있지. 운석충돌의 위험은 꽤 오래 전부터 대두되어 왔던 이야기였으니까. 음, 그리고 이건 국제 기밀이지만……. 실은 우리 쪽에도 그걸 보유하고 있지! 어때, 굉장하지 않아? 난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설ㄹㅔㅆ는지 모른다.”
택 씨는 신이 나서 얘기하고 있다. 국제 기밀이라고는 하는데 택 씨가 말하니까 그렇게까지 무게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지구에서 꽤 가까운 지점을 커다란 운석이 통과한다는 거 같은데……. 방심할 수 없으니까 마지막까지 긴장은 놓지 않겠지만, 아마 별 일은 없을 거야. 그냥 통과하는 것뿐이라고 안 박사님께서도 말씀하셨으니까.”
나는 귀를 의심했다.
“안 선생님이……?”
내가 읽은 운석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꺼내지 못한 채, 택 씨와의 대화는 거기에서 끝났다. 통과하는 것뿐이라고? 그럴 리가 없다. 수백 번에 걸쳐 하늘을 읽어 왔던 내 눈이 이제 와서 틀렸을 리가 없다. 실수가 아니라면,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사람이.
하지만 그래서?
우선 머리를 식힌 다음, 한 줌도 안 되는 상상력으로나마 멸망한 지구를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세계지만, 적어도 내겐 나쁠 것 없었다.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내게는. 어차피 나는 머잖아 이 좁은 유리돔 안에서 비참하고 지루했던 생애를 마칠 예정이니까. 혼자가 아니라면 억울하지 않다. 모두 다 같이 끝나 버리자. 내일이 없다는 것. 오늘에서 멈춘다는 것. 그것보다 더 공평할 수 있는 것은 내게 없다.
그것은 이 아이, 모나에게도 그렇다.
순수한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착하고 예쁜 데다 좋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원래대로라면 행복한 인생을 살았을 아이. 하지만 교사가 되어 학생들에게 하늘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소박한 내일조차 손에 쥘 수 없는 아이.
하늘에게 마음이 있다면, 틀림없이 우리들을 싫어하는 걸 거다. 그러니까 나도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자. 세계는 이대로 끝나도록 두자. 내가 읽은 하늘을 보고해야만 할 의무는 어디에도 없고,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그래, 그 편이 좋다.
“참, 언니. 내일 학교에서 사생대회 앨범이 나와요. 언니에게도 보여주고 싶은데, 가져와도 돼요?”
나는 모나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멸망 하루 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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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내 마음 속, 세계가 멸망하기로 되어 있는 날. 아침에 택 씨가 창백한 얼굴로 돔을 찾아왔다. 소독기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걸 보면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그는 숨을 고를 생각도 않은 채 내게 이렇게 물었다.
“안 박사님 오셨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구나.”
택 씨는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는 듯 문에 손을 댔다가, 다시 내 쪽을 돌아보았다.
“솔루 양, 이게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아주 잠깐 말을 골랐다.
“내일 또 보자.”
그리고는 돔을 뛰쳐나갔다.
아마,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안 것이다. 지금 뛰어가도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 운석은 이미 충돌했다. 궤도는 뒤틀렸다. 그 진로에 지구가 있다. 내가 읽은 하늘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앞으로 몇 십 분이면 세계는 끝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가라앉아 온다. 택 씨가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모나가 찾아왔다. 평소보다 이른 시각이다. 모르고 있었는데, 오늘이 토요일이었나 보다. 달력을 확인했다.
모나는 들어오자마자 내게 앨범 하나를 내밀었다.
“우리 학교에서 사생대회 때 애들이 그린 거예요. 주제는 하늘이고요. 제 것도 있어요.”
꽤 두껍다는 생각을 하며 앨범을 열어 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내가 몰랐던 하늘이 가득했다.
파란 하늘도, 하얀 하늘도, 핑크빛 하늘도, 초록 하늘도 있다.
새가 날고 있는 하늘도, 고래가 날고 있는 하늘도, 공룡이 날고 있는 하늘도 있다.
구름이 떠 있는 하늘도, 꽃이 피어 있는 하늘도, 파도가 넘실거리는 하늘도 있다.
너무나도 많은 하늘이 있어서, 안타까움에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나는 왜 잊고 있었던 걸까.
하늘이 이렇게나 사랑스럽다는 것을.
앨범을 덮고 일어나, 모나의 손을 잡고 물었다.
“모나야. 밤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뭔지 알고 있니?”
“북극성……, 아니에요?”
나는 빙긋 웃었다. 이 또래 아이들은 대개 그렇게 알고 있는 건가 보다. 열네 살까지 몰랐던 내가 딱히 부끄러워 할 건 없었던 거다.
“아냐. 시리우스라는 별이야.”
“정말요? 그런 이름은 처음 들어 봐요.”
모나는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겨우 별 하나의 이름을 새로 알게 되었을 뿐이다. 아직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나아갈 수 있는 것이 하루가 되든, 한 달이 되든, 일 년이 되든, 아니면 혹시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약간 멍청한 실수를 해서 몇 십 년 후까지 이어지든, 그런 건 관계없다.
내일이 있다면, 내일로 향해. 내가 갖지 못한 만큼을 너에게 줄 테니까. 내가 너의 하늘을 지켜줄 테니까.
나는 모나의 손을 잡았다.
“난 지금부터 안 선생님과 택 씨를 찾아야 해. 하지만 혼자서 찾기에 이 건물은 너무 넓어. 날 좀 도와줄래?”
“언니, 방에서 나가려는 거예요?”
“그래. 여기서는 하늘밖에 안 보이니까.”
“하지만 언니는 밖에 나가면…….”
“도와줘.”
이제, 그 길밖에 없다.
“도와줘, 모나.”
모나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손을 맞잡아왔다. 발갛게 상기된 표정이 몹시도 귀엽게 느껴졌다.
내 소중한 동거인과 함께, 생애 처음으로, 회색의 문 저편을 향해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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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택은 마주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궤도상에 있던 다른 하나의 운석 데이터를 삭제하신 거, 안 박사님입니까.”
“그래, 내가 했어. 연구원들을 모두 지하에 가둬놓은 것도 나야.”
“어째서입니까. 솔루 때문입니까?”
“알면서 왜 물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양자포를 발사해야 합니다. 시간에 맞출 수 있는 것은 여기뿐입니다. 안 박사님!”
“싫어.”
“비켜 주십시오. 이게 마지막 경고입니다!”
“그 아이가 결정한 미래야. 누구에게도 넘겨줄 수 없어.”
“이 지구의 미래는 한 사람에 의해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택이 떨리는 총구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지구?”
안은 코웃음을 쳤다.
“솔루가 이 세상을 뭐라고 불렀는지 알아? 지옥이라고 했어! 이 세상이 그 아이에게 허락한 것이 도대체 뭐가 있지? 하루 종일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어야 하는 침대? 지겹게도 재미없는 열 권짜리 별자리 책? 웃기지 마!”
안은 감정이 북받쳐 택에게 마주 겨누고 있던 권총을 벽에다 집어던졌다.
“누워 있을 침대 대신에 밟을 땅을 줬어야지. 별자리 책 대신에 교과서를 읽을 기회를 줬어야지. 하다못해 숨은 쉴 수 있게 해 줬어야지! 너희들과 같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해 줬어야지!”
토해내듯 소리친 안은 고개를 들고 숨을 골랐다. 침착한 무표정은 오간 데 없이 그간 감춰 왔던 수많은 감정이 한 데 뒤섞여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사랑도, 원망도, 슬픔도. 누구에게도 나눠줄 수 없었던, 닫아 놓았던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제 그녀의 가슴에는 단 한 사람의 딸, 솔루만이 남았다.
“비록 이 세상이 내게서 빼앗아갔어도, 우리의 연을 끊었어도, 여전히 그 아인 나의 전부야, 택. 네게도 하나쯤은 있겠지? 이 세상 모든 것과도 바꿀 수 없을만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이해합니다. 안 박사님. 하지만 그렇기에 저도 제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지켜야만 합니다. 이제 더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 셋을 세겠습니다.”
“지금부터 셋을 센대도 소용없어. 이거 보여?”
그렇게 말하며 안이 들어 보인 것은, 운석의 움직임을 입력하는 시스템과 그 궤도를 연산하는 컴퓨터 사이를 연결하고 있던 회로였다. 회로는 구릿빛 내장을 내보이며 끊겨 있었다.
“정말로 끝났군요. 모든 것이…….”
“화가 난다면 나를 쏴도 좋아, 택.”
택은 힘없이 웃으며 안을 겨누고 있던 총을 늘어뜨렸다.
당신을 지키기 위한 총이었는데요. 도대체 어디를 쏘면 좋은 겁니까?
그 한마디는 택의 목구멍에 들어찬 채,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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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는 예상대로 두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모나와 내가 들어섰다.
“아직 안 끝났어요.”
네 사람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분위기가 그렇게나 어색한 것은 그 때문이었을까.
“솔루, 네가 왜…….”
“택 씨, 양자포는 어떻게 됐죠?”
내가 안 선생의 말을 재빨리 끊으며 물었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틈이 없다. 택 씨는 벌리고 있던 입을 황급히 닫고 내 질문에 대답했다.
“틀렸어. 연산 능력을 가진 컴퓨터와 입력 시스템을 연결하고 있던 회로가 끊어졌어. 이제 발사 궤도를 수동으로 입력하는 수밖에 없는데,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냐.”
“그림으로 짚어내면 어때요?”
“처음부터 계산하는 것보다야 편하겠지만, 그렇게 형편 좋은 그림이 어디 있어?”
“삼차원으로 영상 띄울 수 있어요? 지구에서부터 운석 충돌 지점까지.”
“할 수는 있지만……, 그걸로 뭘 어쩌려고?”
“내가 매일 아침 신문 대신에 뭘 읽었는지 몰라요?”
택 씨는 눈을 크게 떴다. 그는 내 말에 대답하는 것도 잊은 채 컴퓨터를 부팅하고, 영상 재생 장치를 연결했다.
“그 다음엔 뭘 해야 되죠, 엄마?”
이번에 놀란 것은 안 선생……, 아니, 엄마였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니?”
“내가 학교 안 다녔다고 바보인 줄 알아요? 엄마가 하늘을 처음 가르쳐 주었던 날부터 알았다고요.”
엄마는 웃었다. 과연 자기 딸이라고, 조금 자랑스러워했다. 나도 엄마에게 마주 웃어 주었다. 우리 모녀는 이 날 처음으로 함께 웃었다.
곧이어 택 씨가 영상을 띄웠다. 비치는 영상으로 내가 읽은 궤도를 따라 그렸다. 몇 번이나 시도해 봤지만, 손으로 그리는 거라 역시 보정이 필요하다. 택 씨가 그 오차에 관한 보정 작업을 시작했다. 엄마는 출력된 궤도를 차례대로 사출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있다.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걸 보고 감탄했다. 지금이야 안 거지만, 엄마는 꽤 잘 나가는 사람인가 보다.
“언니. 저는 뭘 해요……?”
돌아보니, 모나가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모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었지?”
“응…….”
“밤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 이름은?”
“시리우스!”
조금 밝아진 얼굴로 대답해오는 모나.
“애들에게 잊지 말고 가르쳐 줘.”
나는 웃으며 모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모나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인다.
주변을 돌아본다.
엄마와 택 씨의 작업은 그렇게 금방 끝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일 하고 있는 모습은 처음 봤는데,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슬슬 한계라는 것을 머리보다 먼저 몸이 깨닫는다.
서있기가 힘들어서,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아 버렸다.
모나가 옆에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그대로 조금 쉬기로 했다.
시간 감각이 사라져가고 있어, 어느 정도를 그러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몇 번이나 눈을 감았다가 떴다.
졸음이 몰려와서 이대로 그냥 자버릴까 싶었을 때, 포근한 온기가 몸을 감쌌다.
엄마였다.
생각해보면, 그리웠던 엄마의 품에 다시 안기기까지, 참 길었다.
손바닥에 차가운 것이 와 닿아서 봤더니, 택 씨가 내 오른손에 무언가를 쥐어 주었다.
발사 스위치다.
누가 한 디자인인지, 볼록한 판 위에 조그맣게 붙은 버튼이 마치 딱정벌레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시야가 조금씩 흐려진다.
조금만 더 자라면 남자애들에게 인기 만발일 것이 틀림없는 귀여운 모나의 얼굴과,
말도 많고 농담도 잘 하지만 막상 여자 복은 없을 것 같은 택 씨의 얼굴을,
내 눈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기 전에 망막에 새겨 두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거의 보이지 않네. 유감스럽다.
발사 스위치를 쥔 손을 조금 들어올려, 힘을 준다.
그 때 엄마가 물었다.
“정말 괜찮아?”
엄마는 울고 있다. 모나도, 택 씨도 울고 있다.
내가 흘려내지 못한 울음을 대신 울고 있다.
“네가 없어진 다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계속될 이 세상을, 정말로 용서할 수 있어?”
나는 마지막 남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용서 같은 거……, 못해.”
응, 못해.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내가 갖지 못한 게 너무나도 많아서,
거기다 속도 무지하게 좁아서,
지금도 굉장히 질투가 나.
이제야 엄마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는데,
택 씨의 시시껄렁한 농담도 더 듣고 싶은데,
함께 별자리 이야기를 할 귀여운 동생도 생겼는데,
그래서 아직 조금 더 살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너무 아쉬워.
“그렇지만, 역시, 나의 지구를……,”
지구는 야박하지만,
조금도 공평하지 않지만,
미워할 수 없잖아?
엄마가 있고,
택 씨가 있고,
모나가 있고,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오늘보다 조금 더 행복한 일들,
그리고 조금 더 아름다운 일들이,
내일로 이어지는 파란 하늘 위에서
별처럼 가득히 빛날 테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어.
“사랑하니까.”
그리고 나는 스위치를 눌렀다.
De la Sierra Morena,
Cielito lindo, vienen bajando,
Un par de ojitos negros,
Cielito lindo, de contrabando.
Pajaro que abandona,
Cielito lindo, su primer nido,
Si lo encuentra ocupado,
Cielito lindo, bien merecido.
Ese lunar que tienes,
Cielito lindo, junto a la boca,
No se lo des a nadie,
Cielito lindo, que a mi me toca.
Si tu boquita morena,
Fuera de azucar, fuera de azucar,
Yo me lo pasaria,
Cielito lindo, chupa que chupa.
De tu casa a la mia,
Cielito lindo, no hay mas que un paso,
Antes que venga tu madre,
Cielito lindo, dame un abrazo.
Una flecha en el aire,
Cielito lindo, lanzo Cupido,
y como fue jugando,
Cielito lindo, yo fui el herido.
Ay, ay, ay, ay,
Canta y no llores,
Porque cantando se alegran,
Cielito lindo, los corazones.
멕시코 민요 “Cielito Lindo”
written in 1882 by Quirino Mendoza y Cortes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