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두달이 지났다.















현재 우리는 이 마을에서 나름대로 적응을 해서 잘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들은 주로 식량과 물을 구하는 것에 관련된, 생존을 위한 일들이다.




나와 같은 건장한 남자들은 군인들과 함께 외부로 나가서 강가에서 물을 길어 가져오고,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논밭에서, 철이 지나 다 떨어지고 꺽인 벼이삭이나마 최대한 긁어모으고,

산에서 먹을 것을 찾고, 가로수나 산의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만들고,

외부에 폐허가 된 이웃마을들과 도시를 살피고, 생존자가 있다면 생존자를 구출하고,

때로는 살인자들을 처리하기도 하고,  쓸만한 것이나 식량들이 있다면 챙겨오고,

시체들을 치우고, 필요하다면 시체들에게서라도 옷을 벗겨서 가져오고 하는 일들을 한다.  






지현이는 사람들과 함께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근처 밭에서 농사를 짓는 쪽에 소속이 되었고,

그 외에도 마을의 온갖 자잘한 심부름을 돕는다고 한다.

가을이지만 혹시 고구마나 감자가 자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심어봤지만 모조리 실패하고,

그래서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비닐하우스를 짓기로 하고,

전기없이도 작동 가능한 난방기구가 부족하므로 안에 모닥불을 때우다가 불이 번져서 하우스 두채를 홀라당 태워먹기도 하고

모닥불이 다 꺼지지 않은것을 모르고 일을 하다가 안에 산소가 부족해져서 일을 하던사람들이 집단으로 실신해서 실려나오기도 하는 등,

이런 이야기들을 지현이가 약간 허풍을 섞어 재미있게 이야기 할때마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결코 순탄한 과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발한발씩 차근차근히 진행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다영이는 이제 완전히 진료소의 꼬마선생님으로 정착했다고 한다.

전직 의사였던 사람들 2명을 제외하면 다영이보다 의료를 더 잘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거기에 자신이 맡은 방면의 전문가들인 의사들과는 달리 다영이는 온갖 분야에 잡학다식해서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다영이는 의료활동보다는 시민들의 보건, 환자들의 건강관리 등등의 분야를 맡아 일하고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양호선생님 같은 역할인가 보다



다영이가 진료소로 간 것은 자신이 이랑이를 돌봐주려는 의미도 있었다.

언제인가 이랑이에게 팔은 괜찮냐고, 일은 힘들지 않냐고 물어봤을때,

이랑이는 살포시 웃으면서 다영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고, 다영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만만하게 V 자를 그려보였다.


이쪽도 괜찮은 것 같다.









이랑이도 별 탈 없이 무사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빨래, 청소, 식사준비와 설거지, 여러가지 심부름 등 온갖 잡일과 소일들을 맡아한다고 한다.

몸도 불편한 이랑이가 괜찮을까 싶어 걱정이 되지만, 다영이가 잘 돌봐주는것 같고, 그쪽의 사람들도 다들 인정이 넘쳐서 따뜻하고 좋다고 한다.












물론 모든 일이 다 그렇게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다영이와 이랑이, 지현이의 얼굴을 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그만큼, 이곳에서의 생활은 굉장히 바쁘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영이와 함께 아침밥을 먹는다.

지현이와 이랑이는 일에 식사준비도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같이 밥을 먹을수가 없다.  하지만 지현이와 이랑이가 같이 만나서 일을 하고 식사를 한다고 한다. 원래 지현이도 우리와 같이 식사를 했지만, 스스로 자원해서 이랑이와 함께 아침,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일을 맡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잠깐의 쉬는시간 이후, 일을 하러 간다.

다영이는 진료소로, 그리고 나는 바깥으로.  이랑이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일이 있는 곳으로 가고 지현이는 마을 옆의 비닐하우스 단지로 간다.


그렇게 한참 일을 하고, 준비해 온 점심을 먹고 다시 일을 하고, 저녁때가 되면 마을로 돌아온다.


그리고 저녁을 다 함께 먹고 또 잠깐의 자유시간,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 쉬면서 각자 개인적으로 할당밭은 자잘한 소일(바느질, 빨래 등등) 을 하다가 취침시간이 되면 잔다.









굉장히 바쁘고 힘들다. 그렇게 살아가지 않으면 이 황량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조차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전혀 얼굴을 볼 수 없어서 심각하게 걱정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

숙소에서는 나는 지현이와, 이랑이는 다영이와 함께 생활한다.  

식사는 나와 다영이가 함께, 이랑이와 지현이가 함께한다.

일을 할때도 심부름 담당인 지현이가 가끔 다영이와 이랑이를 도와주러 가고,

다영이는 환자의 건강관리라는 명목으로 시시때때로 이랑이를 만나서는 잘 돌봐주고 있다.

아침, 저녁 이후의 쉬는시간마다 틈만 나면 함께 모이고,

무엇보다 이곳에는 일요일이 있다.

사람들의 건강관리와 피로회복을 위해, 그리고 이전과 같은 일상에 최대한 가깝게 돌아가기 위해서

5일동안 전일근무, 1일 오전근무, 그리고 1일은 휴일로써 아예 쉬게되는 것이다.


우리는 토요일 오후, 일요일만 되면 서로 붙어다닌다.


물론 일요이라고 해서 마냥 쉴 수는 없다.


일요일이라도 밥은 먹어야 하고, 숙소에 불도 때야하고, 환자들도 진료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 세상으로 나올때 깨달은 것 처럼, 이 세상에는 우리만 있는것이 아니다.





지현이는 완전히 안전한 생활이 보장되자, 이전까지의 그 나약한 모습이 거짓말이라는듯 쾌활해져서는 많은 친구들을 만들어서는 여기저기 놀러다니고 있다.

아니, 이전에도 약간 까불거리는 끼가 좀 있기는 했지만.




다영이도 환자들 사이에서 꼬마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인기가 좋고


이랑이도 같이 일하는 아줌마들, 할머니들과 정겹게 그동안 못 떤 수다를 떠느라고 바쁘다.



나도 물론 이곳의 다른 아저씨들, 형들과 제법 친해져서는 함께 족구도 하고 노는 입장이 되어있다.






바쁘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다들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고, 섭섭치않게 얼굴도 자주 보니까 그렇게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식량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긴 하지만 겨울은 날 수 있을테고, 그런것도 사실 큰 걱정은 아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시민연대요?"

"네, 이곳에서 북서쪽 20 km 정도에 있는 시에서, 시장과 경찰들이 주축이 되어 살아남은 시민들을 모아서 만들어진 단체라고 합니다"




대략 한달 전 정도부터 우리측에 접근을 시도해오고 있는 시민연대라는 집단.

우리가 먼저 선점하고 차지하고 있는 강의 사용권과 기타등등 여러가지 사항에서 우리와 살짝 충돌하고, 또 교섭을 시도해 오고 있는 단체다.  무엇보다도....




"물의 주도권은 이쪽이 쥐고 있지만, 무엇보다 저쪽은 이쪽보다는 비교적 식량사정이 좋거든요. 그들이 떠나온 도시에서 다시 저쪽으로 얼마간 더 이동하면 그리 많지는 않지만 농사를 짓는 곳이 나옵니다.  우리가 가진 쬐그마한 농지나 이런 비닐하우스보다는 훨씬 더 많고, 수확율도 상당히 좋습니다. 그리고... 사람수가 적어서요.  대략 900 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그렇군요"


"네, 대대장님이 저쪽과 계속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지만 잘 풀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모르고 접근을 해왔지만, 이쪽이 다수의 군인들의 집단이라는 것을 안 이후로는 우리들의 군사력을 상당히 겁내고 있거든요.  그쪽도 물론 예비군들과 경찰들을 중심으로 한 치안병력이 상당하게 있습니다만. 그래서 이쪽의 군사력과 강의 사용권, 저쪽의 식량을 둔 교섭이 한창 진행중입니다"










당연히 예상했어야 한다.


세상에서 살아남고 나서, 우리가 우리들만 살아남아 있는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살아있음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맞서야 했듯이,

우리 마을도, 우리말고도 다른 사람들의 집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비했어야 한다.


자, 두 집단이 만났다. 어떻게 될까?

맞서 싸우게 될까? 아니면 협력하게 될까? 더 큰 하나의 집단으로 합쳐질까?

우리가 저번에도 겪었듯이, 문제가 일어나는 건 보통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났을 때 였는데 말이지.






요 며칠간, 한창 우리 대대장과 저쪽의 시장이 만나서 회담을 하고 있다고 한다.



회담이 잘 풀린다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이 고생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회담이 잘 안풀린다면 그때는...? 글쎄?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잡아먹히겠지"

"...."

"하아, 정말 이 세상에는 갑툭튀들이 너무 많은것 같아서 짜증난단 말이야"

"갑툭튀?"

"갑자기 툭 튀어나온, 별 인과관계나 전조도 없이 갑자기 어디선가 툭 튀어나온 것들. 그래서 자기멋대로 작품의 줄거리를 뒤꼬고 인과관계를 흐려놓고, 데우스 엑스 메키나 라고도 하는..."

"...나는 천재가 아니라서 그런 우월한 용어들 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별로 우월한 것 아닌데, 아무튼, 세상은 소설도 영화도 아니고, 현실이니까. 이런게 얼마든지 튀어나올 수 있지"

"..."

"이 세상이 이렇게 된 것도 태양이 갑자기 지랄을 해서 이렇게 됬고, 간신히 살아남았더니 저번에는 갑자기 등장한 이상한 놈들에게 다 죽을뻔하고, 그래서 여기까지 왔더니 이번에는 난데없이 군인들이 등장해서는 또 괜히 사람 놀라게 만들더니, 간신히 안심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왠 시민연대람.  이런 갑자기 튀어나온,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들에게 우리 인생이 너무 휘둘리는 것 같아서 짜증나"

"또 그렇게 자책하는거야? 결과가 좋으니까 다 됬잖아"

"....하지만 이번에 또 잘못되면 또 어디론가 도망가야 할텐데?"

"너무 그렇게 모든것들을 예상하고 짐작하려고 발버둥치고 고민할 필요는 없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그럼 평상시에도 앗, 언제 태양이 자기폭풍을 내뿜어서 이 세상을 멸망시켜버릴지 몰라, 앗, 언제 핵무기가 발사되서 이 세상을 멸망시켜버릴지 몰라, 이렇게 하나하나 일일이 걱정하고 살 수는 없잖아"

"....그건 그렇네"

"그치?"

"응... 내가 너무 바보같은 고민을 한 걸까?"

"그렇다니깐, 시민연대건 노동연합이건 무슨 집단이 그렇게 갑자기 출몰한다고 해도, 그런것들 하나하나까지 다 예상하고 걱정할 수도 없고, 걱정해봤자 소용없기도 하고. 그렇잖아?"

"오빠 대단한데? 마치 바보가 아닌것처럼 보여"

"니 오빠잖아"

"피"




나는 다시금 다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너무걱정할 필요는 없다니깐. 다 잘될꺼야"

"보증할 수 있어?"

"응"

"증거는?"

"없어"

"...."

"그래도, 잘 될꺼야"

"...하아, 됐다, 한순간이나마 오빠를 똑똑하게 생각한 내가 바보지"

"....."






















그리고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내부의 분위기이다.


군인들과 시민들 사이의 미묘한 거리감이.



처음에는 시민들과 군인들도 별 구분없이 다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시민들 중에서도 예비군들을 뽑아서 무장을 시키고 군인들과 함께 치안을 담당하고 인원을 보충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무력을 가진 자들은 어지간한 각오로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리가 이 세상에 가장 강하게 영향을 미칠 집단으로 군대를 꼽은것도 그 때문이다.

군대의 그 강압적인 분위기, 무조건적인 상명하복, 말로가 아니라 실제로 생사를 넘나들면서 생기는 강력한 결속력.




그만한 결속력이 없다면, 예전 우리도시처럼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잡아먹게 될 뿐이다.

뭐 군대도 그런 군대들이 흔하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시민들에게 대하는 것과는 달리 무지막지 강경하고 강압적인 분위기의 군대 내 규율에 예비군으로 이루어진 민병대가 반발을 하게 되었다.


애초에 군인들과 일반 시민들은, 사는 세계부터가 틀린 것이다.

서로를 못 믿고 잡아먹으면서 홀로 살아남은 시민들과, 살인자들을 처리하면서 미칠듯한 엄격함과 냉정함으로  힘을 통해 내부의 붕괴를 강압적으로 막으면서 버텨온 군대라는 집단은...









그러다가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진 다툼이 총싸움이 되고, 큰 총격전으로 번져 수십명이 죽게 되는 대형 사고가 터진 뒤로는, 민병대를 해체하고 원칙적으로 시민은 무기를 들 수 없게 되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그렇게 두 부류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군인들과, 일반 시민들

일반 시민들은 일을 한다.

군인들은 총을 든다.





이렇게 끝난다면 차라리 별 문제 없을것이다.

군인은 군인답게, 시민들은 시민답게.

하지만 어쩔수 없이 군인과 시민들이 겹치는 때가 있다.






이전에, 강간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그 강간범 녀석의 가족들이 죽기살기로 매달리면서 애원했지만 그 강간범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개처형.

그리고 그 가족들은 견디다 못해 곧 이 마을을 떠나고 말았다.

그때의 그 소름끼치던, 군인들의 강압적인 공기.

마을 사람들의 알 수 없는 불안.

그리고, 떠나던 그 사람들의 원망섞인 눈초리.





어차피 범죄자는 범죄자고, 그 가족들이 떠난 이후로는 곧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하지만, 범죄에 관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게 아닐까?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에 일말의 응어리가 남는것은 어쩔 수 없다.



어쩔수 없지만, 어쩔수 없으면서도 무언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 그런....



그 외에는 문제라고는 전혀 없다.

과거에 그런 문제도 한번 있었고, 그 뼈저린 경험을 통해서 배우게 된, 현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특별히 눈에 띄게 군인들과 시민들 사이에 '차별' 이라고 할 만한 무언가가 있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뭘까, 살짝 느껴지는, 모두들 약간씩은 느끼고 있는 이 미묘한 불안감, 거리감은.













"총을 가질 수 있는 자와, 가질 수 없는 자의 차이지"

"가질 수 있는 자, 없는 자?"

"그래.  지금 이곳의 채제는 합리적이고, 현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지. 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아니야.  사실 이룰 수 없으니까 이상이라고 하는 거겠지만, 현실의 문제는 바로 거기에서부터 생겨나는 거야"

"가장 합리적이지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아니다...라....그것까지는 나도 생각하기는 했지만"

"정말? 왠일이야?"

"오빠는 절대로 바보가 아, 니, 란, 다.  그런데 앞에 한 그 말은 무슨 뜻이야?"

"잘 생각해 봐. 오빠도 바보는 아니잖아?"

"......"

"아무튼. 2박 3일동안 심심할 텐데 생각할 꺼리 생겨서 잘됐네"

"으휴, 그래그래"

"그런데 오빠는 나한테 할 말이라고는 맨날 그런 말 밖에는 없어?"

"응? 왜?"

"아니야, 아무것도"

"뭐야? 무슨일 있으면 말을 해봐. 오빠가 다 도와줄께"

"아무것도 아니라니깐"

"정말?"

"응?"

"그래, 그런데 이랑이는?"

"또 아파서 못나왔어. 괜찮아, 내가 잘 돌봐줄테니까"

"부탁해"

"응, 맡겨줘. 오빠가 맨날 걱정하고 찾는 언니니까 내가 열심히 잘 돌봐줄께"

"...너 말에 뭔가 가시가 있는것 같다?"

"무슨 가시?"

"다영이 너....이런, 시간됬네, 가야겠다"

"응, 잘 다녀와"

"3일동안 오빠 못본다고 징징 짜지 말고"

"흥, 오빠야말로"









다영이는 그렇게 현수를 배웅했다.


'바보오빠, 이번에는 왠일로 정확하게 짚어냈네'


다영이는 생각했다.


'오빠, 사람은 말이지, 저번에도 말했듯이 강자가 되면 관대해져, 여유가 생기게 되'



"자, 이만 가시죠.  꼬마선생님"


'문제는 남에게만 관대해지는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관대해져.  불안이 사라지고, 마음이 느슨해지고, 여유가 생기고.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아니라도 점점 딴생각이 들게 되.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만'



다영이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를 비롯한 남자들은, 3일동안 외부로 일을 떠나게 되었다.

점차 우리주변의 상황을 모두 파악하게 되고, 또 지난 한달쯤 부터 저쪽에 시민연대가 등장해서 그쪽에 함부로 접근할 수 없게 된 이후로, 조금 더 먼 외부까지 나가게 될 필요성이 생긴것이다.  

사실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요 근래에 자주 있었던 일이다.  외부로 며칠씩 일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것.

오늘도 별로 특별할 것 없는, 그런 수많은 날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하다.


오늘은, 바로 다영이의 생일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군인들에게도 모두 말해놓았다. 모두들 혼쾌히 허락해주었다.  

처음에는 외부근무를 내부근무로 바꿔달라고만 하고 다영이와 함께 지낼까 생각했지만, 나는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삼아서 한층 더 색다르게 준비할 생각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가, 바깥에서 다영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몰래 돌아온다.

그렇게 하고는, 미리 준비한 이 선물을 가지고 다영이에게 몰래 다가가서 깜짝 놀래켜주는 것이다.



비록 케이크도 준비하지 못하고 선물도 보잘것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내 사랑하는 동생 다영이에게 "생일축하해" 라는 말 한마디를 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런 일을 할 가치가 있다.  암, 충분히 있다.




좀 어설픈 작전이긴 하지만, 다영이는 한창 진료소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을테니까 절대로 알지 못할것이다.

아니, 몰라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천재 이다영 님....










그래서 나는 일단 다른사람들과 함께 이렇게 외부로 나가게 된 것이다.

다영아, 내가 어떻게 니 생일을 모를수가 있겠니.

참, 아침에 다영이가 틱틱대고 서운해하던 걸 생각하니까, 아, 정말 다영이가 귀엽게 느껴져서 쓰러질것만 같다.  


"어이, 현수씨?"

"왜 그러세요 아저씨?"

"얼굴이 풀어졌구만?"

"네?"

"아주 그냥 헤벨레~ 해가지고, 저 꼬마선생님이 그렇게 좋아?"

"아하, 아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점심시간이 지나서, 나는 마을 바깥의 적당한 민가에서 그들과 헤어졌다.


"그럼 힘내라고 형씨!"

"화이팅!"

"꼬마선생님 마음을 확 잡아버려!"

"아예 사겨버려라! 멋지게 프로포즈해!"

"휘익! 화이팅!"



아하하하, 저기요, 다영이는 제 동생인데요....




그렇게 혼자 남은 나는 다시 마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2박3일의 강행군이기에, 그리고 오전 늦게쯤에 출발했기 때문에 오전시간동안 그렇게 많은 길을 가지는 않았다. 지름길로 마을을 향해서 쭉 가다가, 마을 근처에 도착하면 행여라도 다영이에게 들키지 않게 살짝 돌아서, 대략 1시간정도 걸리는 길이다.








나는 그 길동안 나는 마을로 돌아가는 코스를 마음속으로 되새기고, 다영이를 어떻게 놀라게 해줄 지를 생각하고, 다영이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리고 다영이가 한 이야기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렇게 한창을 생각하다 보니, 내 동생이 그동안 나에게 해 준 이야기와 아까 아침에 준 힌트, 그리고 지금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이 맞물려서 커다란 생각의 흐름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생일날까지 이 무슨 궁상맞은 생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면서도 내 머리는 착실하게 다영이가 나에게 내준 숙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상대방과 내가 똑같이 총을 가지고 있다면, 사람은 불안해져.  저 사람이 언제 나를 쏴버릴지 알 수 없으니까.  차라리 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쏴버릴까 하는 생각도 하게되고, 그런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이 알아챌까봐, 혹은 상대방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될까봐 점점 더 불안에 떨게되지.

그래서 상대방으로부터 총을 뺏고, 자신을 해칠 가능성을 닫아두려고 하지. 그렇게 해야만 안심이 돼, 비로소 불안이 해소되고,  마음이 놓이고, 사람의 이성이라는 걸 찾을 여유가 생겨.  위험할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인간과 인간의 사랑과 믿음과 이타심에 눈을 뜨게 돼.  그리고는 말하는거야.  

안심해라, 나는 너를 해치려는게 아니다.  니가 나를....-빵! 아, 실례, 저 녀석처럼 나를 해치려고 들지만 않으면 나는 절대로 너를 해치지 않으마.  다함께 이 위기를 해쳐나가야 하지 않겠니.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으니까. 안 그래? 아, 나는 정말 착한사람이야. 자, 박수.  그리고 총은 내가 보관하고 있을께.

이렇게 말이야.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 상대방이 혹여나 총에 손이라도 대고 총에 눈길이라도 주면 오히려 더 격렬하게 화를 내.  왜 총에 손을 대느냐, 총 같은 건 너에게 필요 없다. 내가 맡아서 관리하마. 내가 총을 가지고 있는데, 아까부터 필요없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왜 자꾸 눈길을 주냐, 혹시 너 나를 죽이려는건 아니냐. 그렇게.


원래 사람의 마음속 이라는건 알 수 없는 거니까.  상대방이 총을 가지고는 홰까닥 돌아서 나를 쏴버리면 어떻게 해?  사람은 원래 자기 목숨이 걸린 일에는 다들 겁쟁이가 되는거야.  상대방이 그런 바보같은 일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감정적으로는 납득을 못해, 의심해, 불안해 해.


우리가 그 동안 그 꼬맹이한테 한 짓이랑 똑같지?


자, 그럼, 여기서 문제. 잘 생각해봐. 이렇게 총을 맡아 가지고 있는 쪽도 불안한데, 그렇다면 총을 남의 손에 맡기고 있는 쪽은 얼마나 더 불안할까?"








...왜 생각을 해도 꼭.
다영이가 내 머릿속에 등장해서 나에게 설명을 하는 것처럼 생각이 전개되는건지 원. 이래서야 혼자 있으면 불안해서 징징 우는 쪽은 나잖아?  



아무튼 그렇다.  그런 것이다.












이제 우리들은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는 평화로웠지만, 외부의 다른 집단을 마주치게 되고 변화를 겪게 된 이상.

더욱 더 일치단결하게 될까?

아니면 내면의 포텐셜이 터져나오듯 내부의 문제가 빵! 하고 터지게 될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멸망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멸망하게 될 것도 아니다.

세상은, 지금, 멸망하는 중인 것이다.






다영이는 이렇게 될 것을 미리부터 알았을까? 알았다면 언제부터 알았을까?

-이 세상은 곧 멸망할 거야

다영이는 정전이 된 첫날 아침, 우리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다영이는 그때부터 모든 것이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짐작했을까?  그래서 사람들의 믿음과 협력과 재건과 희망을 얘기하는 나를 보며 그렇게 쓸쓸하게 웃었을까?

나는 다영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 아니, 다영이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 열심히 우리들의 앞날을 생각했다.  머릿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그 광경이 수십번도 더 지나가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미래는 어떻게 될지.

또,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빼앗고, 어떻게 죽여야 할지..... 그런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했다.  생각하고 다영이와 열심히 의견을 교환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다영이의 생각은 그 모든 것보다 앞서 있었다.

정말 첫날부터 이 세상이 그렇게 될 것이라는 걸 짐작한 걸까?  정말로 그렇다면, 다영이의 머릿속에는 몇 번이나 이 세상의 멸망이 지나간 걸까?  잠깐만에 그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그 좋은 머리로 얼마나 세상을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고, 멸망을 그 여린 마음속에 그려낸 것일까?

대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나로써는 도저히 짐작도 되지 않는다.  많은, 수많은,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냥 생각만 열심히 한 나와는 달리, 우리들의 행동을 결정한것은 거의 대부분이 다영이의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목숨을 책임질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고민하고 고민했을까?

사람을 죽이기까지 또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다영이는 결코 마음이 굳센 애도, 차가운 애도 아니다.  싸이코패스나 살인광은 더더욱 아니다.  원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거리낌없이 남을 죽일 수 있는 얀데레 같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 다영이가, 그렇게 표정하나 안 바뀌고 사람을 죽이다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놀랐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사람을 죽인것이 아니라, 사람을 그렇게 죽이도록 바뀐 것에 놀랐어야 했다. 아니, 가슴아파해야 했다.

그 아이가 그렇게 사람을 죽이게 될 때까지, 또 얼마나 수많은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고, 고생을 했을까?

그렇게 차갑게 변할 때 까지 얼마나.

그 작은 아이가
그 여린 아이가
내 동생이


그러면서도 불평한번, 투정한번도 없이.





문득 나는 내 얼굴에 차가운 것이 와 닿는 것을 느꼈다.


"아, 눈이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첫눈이다.



다영이도, 우리 다영이도 병원에서 지금 이 첫 눈을 보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 한 구석이 참을 수 없이 따뜻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빨리 다영이에게 가서, 다영이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생일축하한다고 말해주고,

그리고, 다영이를 꼭 안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번으로는 안 되겠다.  다영이가 지금까지 고생한 만큼,

고민하고 생각하고 고생한 만큼 많이많이 안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류의 멸망이나, 두 집단의 만남이나, 마을에 감도는 불안감 같은것은 잠시 잊고.


아니, 다영이가 그런 것들을 다 잊을 수 있게.


















"아주머니"

"에그머니나, 현수총각?"

"네, 저기, 다영이 못보셨나요?"

"아, 꼬마선생님? 꼬마선생님은 저기 진료실에 계셔"

"그래요? 그럼...환자랑 같이 있는건가요?"

"아니, 지금은 잠깐 쉬고계신데"

"네, 고맙습니다"



진료소에 들키지 않게 잠입하는데 성공.

다행히도 들키지 않은 것 같다. 다영이 옆에는 다른 사람들도 없다고 하고, 좋아.

자, 이제 몰래 다가가서 빵! 하고 놀래켜주고, 생일축하한다고 해주면 된다.

그리고 이 선물도 같이 건네주고.

풀어본다면 놀라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 진료실이라는 곳으로 다가갔다.  진료소의 3층 끝부분에 있는 다영이의 방.

개인 진료실까지 있다니, 이 녀석 제법인데?




나는 마치 어릴때로 돌아가서 장난을 치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발 한발 조용히 다영이에게 다가가는 이 발걸음이, 한걸음이 100미터는 되는 것마냥 가슴이 뛰어온다.


다영이가 얼마나 기뻐할까?

놀랄까?

감동해줄까?

아니면, 이미 알고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바보오빠' 라고 할까?


하하, 아무래도 마지막이 정답일 것 같은데.


기뻐하는 다영이, 놀란 다영이, 감동하는 다영이는 오빠인 나로써도 도저히 상상이 안간다.

혹시, 이번 기회에 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살금살금 다가가서는, 진료실의 문을 확 열어재꼈다.


"쨔쟌! 다영..."




놀랐다.




너무도 놀랐다.




다영이도


나도


그리고,


다영이의 방 안에서


다영이를 겁탈하고 있던 2명의 군인들도.





"씨발 뭐야!"

"저 새끼가 왜 여기 있...."

"오빠?"










눈 앞에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 손에, 무엇인가가 잡혔다.















"오빠, 그만"

그제서야 나는 정신을 차렸다.

그 개자식들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서는 쓰러졌다.

그리고, 나는 내 손에 들려있는 것이 저 군인새끼들의 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 군인들을 겨냥했다.




"쏘지마"

"....."

"안돼"

"....."

"쏘면 우리도 죽어"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기분을 느꼈지만, 결국은 총을 내려놓았다.

쏘면 다영이도, 나도 죽을 테니까.

다영이는 알몸 그대로 그 개자식들에게 다가가서는 그놈들의 상태를 살핀다.



"머리가 좀 심하게 깨졌고, 뇌진탕.... 뭐, 죽지는 않겠네. 됐어"






말도 안돼.

다영아, 너는

그런일을 당하고서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 있니?








"내가 원해서 한 거야"

"...."

"이렇게 난리를 칠 것까지는 없었는데, 바보오빠"


그렇게 말하고서는, 다영이는 구석에 놓여져 있는 자신의 옷을 하나하나 차분히 입기 시작했다.



다영이가,

니가 원해서 했다고?

거짓말.

거짓말이다.

원해서 했다니

차라리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면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어떻게 이런

고작 몇달전에 그런 심한 일을 당한 아이가

이런 어린 아이가






"됐어, 가자"


원해서 한 일이라고 해 놓고서는, 비틀거리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업혀"

"..."

"숙소까지 바래다 줄께.  거기서 푹 쉬고, 천천히 얘기하자"

"....응"


다영이의 가벼운 무게를 등으로 느끼면서, 나는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많이 힘들어?"

"아니"

"거짓말,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

"그 빌어먹을 놈들, 군인들한테 넘겨버리자.  여기는 강간죄는 무조건 사형이라고"

"글쎄"

"..."

"..."

나와 다영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 거의 다 왔다, 이제 곧 여자 숙소..."


그 순간 내 머리속을 번개같이 스쳐가는 한 생각이 있었다.


다영이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이랑이는?




"다영아"

"오빠"

"숙소안에 들어가 있어. 오빠 금방 다녀올께"

"오빠, 잠깐만!"



나는 다영이를 내려놓고는 전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할머니!"

"에이구 깜짝이야"

"할머니, 이랑이랑 같이 일하시는 분 맞으시죠!"

"어, 그래그래, 응, 맞아"

"이랑이 어디있는지 아시나요?"

"응? 아, 지금 일하는 중인데, 여기에는 없어"

"네? 그러면요!"

"오늘은 저쪽에 보이는 저기 저 건물, 저기에 가있을 거라네"

"다른 사람들도 같이 있나요?"

"음....잘 모르겠는데?"

"감사합니다!"



-후다다닥



"읭...젊은 총각이 뭘 그리 바빠서..."

"할머니, 저희 오빠 못보셨어요?"

"아이구, 우리 꼬마선생님 아니신가?"

"저희 오빠는요?"

"이랑이 샥시 찾아 갔지. 저기 저쪽 저 건물로 갔어"

"네"



-후다다닥



"나 원 참, 사랑싸움이라도 하는 참인가...젊음이 좋긴 좋구먼"














다영이는 달려가면서 생각했다.

-안돼



다리가 풀려서, 몸이 아파서 제대로 쫓아갈 수가 없다.

-안돼, 언니



하지만 가야 한다, 가야 하는데, 가야 하지만,

-제발 부탁이야.



하지만...

-안돼 언니!













-쾅!

나는 이랑이가 있다는 곳의 방문을 열어재꼈다.


"이랑아"

"혀, 현수야!"


그곳에는

여기로 달려오면서

수십번도 더 생각한 광경이 있었다.

수백번도 더 부정한 광경이 있었다.




아까도 본 광경이 있었다.





군인들로 보이는 남자 4명이



이랑이를





...........아아





이랑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으흐흑...현수야....도와줘.....제발...나좀....나좀 살려..."





지금까지 간신히 견뎌오던 내 이성이 모조리 증발했다.










-그런 소리 하지 마!!!!!


















-타타타탕!

-타탕!

-탕탕! 타타타타타타타탕!



"아니, 이게 무슨 소리죠?"

"...이건..."



강가에 있는 한 건물


시민연대와 마을의 중간지점에 있는 이곳이, 마을의 대대장과 시민연대의 시장이 만나서 교섭을 하는 교섭장소이다.

그들은 마을쪽에서 들려온 자동소총 발사음에 놀랐다.

아니, 시장의 경우에는 놀랐다는 정도를 넘은 것 같았다.



"이건 뭐죠?  저쪽 마을에서 들리는 소리같은데요"

"네, 그렇습니다만, 괜찮습니다. 마저 진행 합시다"

"어서 진행하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을에 무언가 문제라도 생긴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원래 시대가 시대니만큼 자주 들리는 소리 아닙니까? 신경쓰지 마시죠"

"두 집단을 합치게 된다면, 그쪽의 그 군인들로 치안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마을" 측에서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치안협력조항에 싸인한게 바로 어제 아닙니까?  지금 와서 총소리를 신경쓰지 말라니요."

"마을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100명도 넘게 있습니다.  곧 해결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혹시 그 군인들이 문제 아닙니까?"

"뭐라구요?"




-트드드드드드득!!!




"아까부터 계속해서 자동소총 소리가 들려오는데, 이게 대체 무슨일입니까?  혹시 군인들이 다른 범죄자에게 총을 빼았겼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겠죠? 그런 군인들에게는 절대로 저희의 안전을 맡길 수 없습니다만"

"절대로 그럴리는 없습니다. 우리 군인들은..."

"그럴리가 없다면, 이건 군인들이 발포하는 것이로군요?"

"...."

"아닌가요?"

"아마 침입자가 발생해서, 침입자를 향해 발포하는 것 같습니다.  마을 외부에서 온 다른 살인자라던가..."

"살인자요? 어차피 이 세상에 살아남은 사람들 태반이 살인자 아닙니까? 그걸 무슨수로, 감별해내고 발포를 하십니까? 혹시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전부 다 이렇게 대하십니까?"

"절대로 아닙니다!  저희는 외부에서 온 사람들도 기꺼이 맞아들이고, 또한..."

"그렇다면 이 소리는 뭡니까? 100번 양보해서 아무일도 없는거라면, 이건 혹시 저희 시민연합에 대한 무력시위입니까?"







대대장은 심한 낭패감을 느꼈다.  대체 무슨일이 생긴거야?  이래서 지난 1달동안은 살인자들 소탕부터 사냥까지 모든 자동화기 사용을 일체 금지하도록 했었는데....






















"흐끅, 흐끅, 정말, 힘들었어, 흑, 그놈들이, 정말, 흑, 거의 매주마다, 흑, 불러내서는, 흑흑, 나를, 흐끅, 흑, 너같은, 흑 너, 너같이 쓸모없는, 흑, 흑흑, 흐아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앙!"

"...."


다영이가 도착했을땐, 모든 상황은 끝나있었다.

이랑이는 현수의 품에 안겨서 울고있고, 주위에는 알몸으로 피를 흘리며 쓰러진 군인들이.....


"하아, 끝났군"

"무슨 일입니까!"

-트드드드드드드득!

다영이는 아까와는 다르게, 총소리를 듣고 급하게 달려온 군인들을 일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쏴버렸다.


"끄윽....큭..."


-타당!



"오빠. 가자"

"...."

"어서, 잡히면 죽을꺼야"

"...."


현수는 아무말도 없이 총을 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