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행사 - 판갤단편대회
글 수 206
“난 콜라가 싫어.”
성민이 외쳤다. 그리고 자신의 이빨을, 자판기에서 콜라를 뽑고 있는 친구 주혁에게 보여주었다.
“뭐야. 저리 치워. 마시지를 말던가.”
“보이지? 보기 싫지? 그래. 이런 이빨이 더 누렇게 된다고.”
당구를 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둘은 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오후 중반 쯤. 동네 골목마다 눈이 제법 쌓여 있었으며 몇몇 바닥은 얼어있었다. 눈은 여전히 그칠 줄 모른다. 뽀드득. 미끄러지지 않으려는 발걸음이, 눈을 밟는 시간을 길게 하여 눈 소리를 경쾌하게 했다.
크리스마스도 아닌, 그렇다고 크리스마스이브도 아닌 12월 23일. 이날에 눈이 오다니.
“크하하하하하.”
성민은 미친 듯이 웃었다.
“오늘 눈이 오면 화이트크리스마스는 물 건너가겠구나. 솔로천국 커플지옥 만쉐이.”
오버하는 성민. 주석은 성민의 곁을 슬금슬금 피하며
“이게 왜이래.”
“야야. 아닌 척 하지마라 너도 솔로잖냐.”
“그래도 넌 군대 가기 전에 크리스마스를 커플로 보냈잖아.”
주혁이 콜라를 따며 말했다.
촤악. 탄산이 치솟는 소리가 검은 공기 방울 방울 이루어진 이미지를 떠오르게 했다.
“그...... 그건......”
주혁의 말에 성민은 잠시 말을 잃었다.
“아무튼 그건 지나간 일이잖아. 크하하하. 전부다 조작 된 거야. 예수 탄생일도. 산타크로스도. 이 빌어먹을 크리스마스도.”
이내 너스레 떠는 성민.
“하아?”
“예수 탄생일 말이야. 성경이 구라라는 것도 너도 알고 있잖아. 그런데 그런 자를 위해서 공휴일 까지 생기고 말이야. 그것도 신성함이라니. 크리스마스 웃기고 있네. 콜라도. 산타클로스라는 빨간 복장을 입은 뚱땡이 할아버지도 콜라회사에서 만든 거잖아.”
“그런데? 그래서?”
주혁은 콜라를 넘기며 뭔 일이라도 났냐는 듯 했다.
“그래서라니. 우리는 대중이 만들어놓은 잣대에 떠밀린 거지. 하다못해 일본처럼 공휴일이라도 되지 말던가. 그래 그런 것들 나쁘잖아. 인민의 아편인 종교. 소중한 뼈와 이를 상하게 하는 콜라. 우린 왜 그런 것 들에 휘둘려야해.”
“헛소리도 그 정도면 연설이네. 암튼 공휴일이면 우리야 좋지 뭐. 커플이든 솔로든.”
“아냐. 우린 이미 방학을 했잖아.”
“지금 당장의 대학교 일만 생각 하냐. 곧 미래 직장일도 생각해야지. 공휴일 날 쉴 수 있단 것이 얼마나 좋은 건데.”
“쳇. 넌 내 마음을 이해 못해.”
성민이 입을 삐죽거렸다.
주혁은 그런 성민을 무시한체 콜라의 마지막 한 모금을 목으로 넘겼다. 꼴깍 꼴깍. 캬아.
몸에 해로운 탄산, 그런 탄산의 따가움을 주혁은 목으로 즐기며 콜라의 끝을 음미했다.
주혁은 꾸깃, 남은 빈 깡통을 짓누른 뒤 길거리로 내팽겨 쳤다.
푸석
새하얀 눈이 쿠션처럼 빈 깡통을 받아냈다.
성민은 그 광경을 보고
“나쁜 놈.”
“나쁘다니?”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시민의식 하고는.”
“니가 콜라는 나쁜 거라며. 그래서 내팽겨 쳤지.”
“즐길 건 다 즐겼잖아. 나처럼 애초부터 알아차리고 마시지를 말든가.”
“허참 웃겨.”
주혁은 오늘따라 성민이 이상하게 보였다. 이런 말 하는 애가 아닌데. 크리스마스 때문이냐 라고 농담하려 했지만, 지금의 성민을 보니 괜한 농담도 실랑이가 벌어질 것 같아 관두었다. 그저
“내일 뭐 할거냐?”
주혁이 물었다.
“뭐 평소처럼 책 좀 일고 게임 하고 그런 거지 뭐.”
성민이 답했다.
끝없이 내리는 눈은 더욱 크게 내려오고 있었다. 추위도 심해졌다. 바람도 점점 불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혁의 집앞.
“그럼 성민. 먼저 들어간다.”
“그래. 잘가라.”
찰캉. 문소리가 들리고 홀로남은 성민.
성민은 홀로 집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내일이 크리스 마스 이브인가? 눈을 푹신함을 밟을 때마다 무언가 아련하다. 떠오르고 싶지 않은 아련함. 성민은 그렇게 추억을 떠올렸다.
“오빠 오늘 많이 춥지.”
밤하늘을 아름답게 만드는 불빛들. 불우이웃의 위한 구세주의 종소리.
거리의 사람들은 웃음을 가득 띈 얼굴이었다. 아니 커플들만 그런 것일까. 아무튼 성민도 웃을 수 있었다. 그의 애인 세영이와 함께 하는 커플이니 말이다.
세영은 성민의 목도리를 정성스레 다듬어 주었다.
따듯하다. 목도리가 아닌 세영의 손길이.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성민은 대학 1년 후배인 세영이와 커플이 되었고 학과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야. 너희 둘이 CC가 될 줄이야. 세상에 이런일이다 완전. 아무튼 축하해.”
이후 성민이는 세영이와 함께 꿈과도 같은 나날을 보냈다.
어린이날은 어린이가 된 듯 놀이공원을 함께 놀러 다녔고 개천절은 단군 할아버지와 상관없이 오직 사랑으로 자기들만의 세상을 이루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인 오늘 역시 그랬다.
“메리 크리스마스.”
성민과 세영이 약속을 잡은 장소에서 만났을 때 한 말. 예수의 탄생엔 전혀 관심을 담지 않은 인사. 하지만 따스한 정만큼은 가득 담겨 있었다.
두 커플은 따스한 인파를 지나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깨끗하게 정돈되어진 식탁보들. 밤거리를 가득 매운, 오고가는 사람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창밖. 따스한 주황의 불빛. 친절한 종업원들.
오늘 같은 날 자리가 있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이것도 우리를 축복해 줌이리라. 성민은 그렇게 생각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담소가 이루어 졌다. 학과 이야기, 주위 사람에 관한 이야기, 먹고 있는 음식의 맛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이곳의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 모든 것이 사랑을 서로에게 속삭이는 행위였다.
세영이가 식후 디저트를 콜라로 골랐을 때 성민은 놀랐다.
“아니? 파르페가 더욱 양이 많고 맛있는데 왜 굳이 콜라는 시켜? 평소에도 이 곳에서 파르페를 시켰잖아.”
“오늘은 콜라를 먹고 싶어.”
세영이 말했다. 이내 징글벨을 콧노래로 흥얼거렸다.
“왜?”
“콜라는 산타 할아버지와 매우 친하니까?”
“왜 친해?”
“어머. 몰랐어? 산타가 콜라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잖아.”
“아 맞다. 그렇구나. 역시 세영이는 생각하는 것도 너무 순수해 그럼 나도 콜라로 할래. 저기요.”
그렇게 성민이와 세영이는 콜라 잔의 빨대를 쪽 쪼옥 빨아 마셨다.
“그다음에 우리가 어디로 갔더라.”
성민은 그때의 추억이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다.
다만 아픈기억이 이어졌다.
군대를 입대하게 된 성민. 성민은 순진하게도 내 여자, 세영이 만큼은 고무신을 거꾸로 신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머리를 시원하게 깎고 활짝 웃으며 다녀온다는 말을 건네던 자신에게 펑펑 눈물을 쏟아냈던 세영이니까.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훈련도 잘 견디고 이병 생활도 잘 견뎌 내었던 성민.
꿈만 같은 100일 휴가가 찾아오고 기쁜 마음으로 고향으로 내려가 세영이를 만났다.
“미안. 우리 이제 그만 만나.”
메몰 찬 세영이의 말투.
성민은 지금 생각해보니 그 후 어떻게 100일 휴가를 보냈는지 어떻게 군 생활을 해왔는지 전역을 하고 이미 여기 까지 왔단 것이 정말 미스테리 한 자신이라고 낄낄 거렸다.
‘그래 그 후 두번의 크리스마스도 어떻게 지냈더라?’
이미 성민은 방안에서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었다.
언제 추억에 빠졌냐는 듯 컴퓨터를 켜고 온라인 슈팅게임을 했다. 게임도 처음에 잘 풀리는가 싶더니 곧이어 엄청난 양의 총알이 자신의 캐릭터에 후두둑 박히는 것이 아닌가. 에잉. 성민은 게임을 끄고 컴퓨터는 켜둔 체 책을 읽으려 했을 때였다.
방안은 어둑해져있었다. 언제 이렇게 어두워졌을까. 성민은 다리와 팔을 오므리며 앉아 기웃거린 고개를 두 팔에 기대었다.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도 켜지 않은 방은 더욱 짙은 어둠이 침식해왔다. 천장 모서리의 끝부분에서부터 어둠이 스멀 스멀 기어 나와 점점 성민의 마음을 갉아 먹는 듯했다.
“쳇. 크리스마스는 뭐고 이브는 또 뭐야. 전부다 남이 만들어 놓은 잣대라니까. 산타크로스도 콜라가 만들어 냈잖아”
웅얼 웅얼.
모니터의 화면만 성민을 비추어 주고 있었다.
시간이 꽤나 지난 것만 같았다.
갑자기 불안하다. 애써 아닌 척 했던 불안했던 마음이 점점 팽창하고 있다. 아. 목이마르다. 목이마른데 갑자기 예전에 세영이와 함께한 콜라를 떠올릴게 뭐람. 몸에 안 좋다니까. 예수 탄생일도 그렇고 산타는 콜라가 만들었다고.
급격하게 뛰어만 가는 심장에 성민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안의 불을 켜고 집밖으로 나와 슈퍼로 향했다.
콜라 콜라 하니 콜라가 생각났다.
슈퍼에서 콜라를 찾았다. 이왕이면 예쁜 콜라병을. 그러나 병은 없었다.
‘캔으로 해야 하나.’
갈증이 더욱 심하게 느껴졌다. 성민은 결국 페트병의 콜라를 사들고 집으로 왔다.
방안은 환했다. 밖의 추운 겨울바람과 전혀 상관없이 따듯하기도 했다.
성민은 그런 방안에 앉아 페트병을 땄다. 컵도 없이 들이켜 마셨다.
‘젠장. 젠장. 산타는 콜라회사가 만들었다니까.’
성민은 불행했다. 외롭고 지독하고 슬픈 것이 불행했다. 평소에는 그다지 느끼지 않았던 연애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행이 커져만 갔다.
그런데 지금 내가 왜 이렇게 불행해야 할까? 그리고 세영이와 함께 후식으로 콜라를 마시던 그날은 왜 그렇게나, 평소의 세영이와 함께 하던 날보다 더욱 더 행복하게 느껴졌을까? 뭐, 그럼 사랑을 느끼는 마음도 잣대에 따라 더욱 깊어지는 건가? 둘만이 느끼는 순수함이 아니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콜라는 나쁜 건 알고 있지만 일단 목이나 적시자.’
벌컥 벌컥.
목의 따가움은 이미 콜라의 즐거움을 넘어선 상태였다.
성민이 외쳤다. 그리고 자신의 이빨을, 자판기에서 콜라를 뽑고 있는 친구 주혁에게 보여주었다.
“뭐야. 저리 치워. 마시지를 말던가.”
“보이지? 보기 싫지? 그래. 이런 이빨이 더 누렇게 된다고.”
당구를 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둘은 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오후 중반 쯤. 동네 골목마다 눈이 제법 쌓여 있었으며 몇몇 바닥은 얼어있었다. 눈은 여전히 그칠 줄 모른다. 뽀드득. 미끄러지지 않으려는 발걸음이, 눈을 밟는 시간을 길게 하여 눈 소리를 경쾌하게 했다.
크리스마스도 아닌, 그렇다고 크리스마스이브도 아닌 12월 23일. 이날에 눈이 오다니.
“크하하하하하.”
성민은 미친 듯이 웃었다.
“오늘 눈이 오면 화이트크리스마스는 물 건너가겠구나. 솔로천국 커플지옥 만쉐이.”
오버하는 성민. 주석은 성민의 곁을 슬금슬금 피하며
“이게 왜이래.”
“야야. 아닌 척 하지마라 너도 솔로잖냐.”
“그래도 넌 군대 가기 전에 크리스마스를 커플로 보냈잖아.”
주혁이 콜라를 따며 말했다.
촤악. 탄산이 치솟는 소리가 검은 공기 방울 방울 이루어진 이미지를 떠오르게 했다.
“그...... 그건......”
주혁의 말에 성민은 잠시 말을 잃었다.
“아무튼 그건 지나간 일이잖아. 크하하하. 전부다 조작 된 거야. 예수 탄생일도. 산타크로스도. 이 빌어먹을 크리스마스도.”
이내 너스레 떠는 성민.
“하아?”
“예수 탄생일 말이야. 성경이 구라라는 것도 너도 알고 있잖아. 그런데 그런 자를 위해서 공휴일 까지 생기고 말이야. 그것도 신성함이라니. 크리스마스 웃기고 있네. 콜라도. 산타클로스라는 빨간 복장을 입은 뚱땡이 할아버지도 콜라회사에서 만든 거잖아.”
“그런데? 그래서?”
주혁은 콜라를 넘기며 뭔 일이라도 났냐는 듯 했다.
“그래서라니. 우리는 대중이 만들어놓은 잣대에 떠밀린 거지. 하다못해 일본처럼 공휴일이라도 되지 말던가. 그래 그런 것들 나쁘잖아. 인민의 아편인 종교. 소중한 뼈와 이를 상하게 하는 콜라. 우린 왜 그런 것 들에 휘둘려야해.”
“헛소리도 그 정도면 연설이네. 암튼 공휴일이면 우리야 좋지 뭐. 커플이든 솔로든.”
“아냐. 우린 이미 방학을 했잖아.”
“지금 당장의 대학교 일만 생각 하냐. 곧 미래 직장일도 생각해야지. 공휴일 날 쉴 수 있단 것이 얼마나 좋은 건데.”
“쳇. 넌 내 마음을 이해 못해.”
성민이 입을 삐죽거렸다.
주혁은 그런 성민을 무시한체 콜라의 마지막 한 모금을 목으로 넘겼다. 꼴깍 꼴깍. 캬아.
몸에 해로운 탄산, 그런 탄산의 따가움을 주혁은 목으로 즐기며 콜라의 끝을 음미했다.
주혁은 꾸깃, 남은 빈 깡통을 짓누른 뒤 길거리로 내팽겨 쳤다.
푸석
새하얀 눈이 쿠션처럼 빈 깡통을 받아냈다.
성민은 그 광경을 보고
“나쁜 놈.”
“나쁘다니?”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시민의식 하고는.”
“니가 콜라는 나쁜 거라며. 그래서 내팽겨 쳤지.”
“즐길 건 다 즐겼잖아. 나처럼 애초부터 알아차리고 마시지를 말든가.”
“허참 웃겨.”
주혁은 오늘따라 성민이 이상하게 보였다. 이런 말 하는 애가 아닌데. 크리스마스 때문이냐 라고 농담하려 했지만, 지금의 성민을 보니 괜한 농담도 실랑이가 벌어질 것 같아 관두었다. 그저
“내일 뭐 할거냐?”
주혁이 물었다.
“뭐 평소처럼 책 좀 일고 게임 하고 그런 거지 뭐.”
성민이 답했다.
끝없이 내리는 눈은 더욱 크게 내려오고 있었다. 추위도 심해졌다. 바람도 점점 불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혁의 집앞.
“그럼 성민. 먼저 들어간다.”
“그래. 잘가라.”
찰캉. 문소리가 들리고 홀로남은 성민.
성민은 홀로 집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내일이 크리스 마스 이브인가? 눈을 푹신함을 밟을 때마다 무언가 아련하다. 떠오르고 싶지 않은 아련함. 성민은 그렇게 추억을 떠올렸다.
“오빠 오늘 많이 춥지.”
밤하늘을 아름답게 만드는 불빛들. 불우이웃의 위한 구세주의 종소리.
거리의 사람들은 웃음을 가득 띈 얼굴이었다. 아니 커플들만 그런 것일까. 아무튼 성민도 웃을 수 있었다. 그의 애인 세영이와 함께 하는 커플이니 말이다.
세영은 성민의 목도리를 정성스레 다듬어 주었다.
따듯하다. 목도리가 아닌 세영의 손길이.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성민은 대학 1년 후배인 세영이와 커플이 되었고 학과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야. 너희 둘이 CC가 될 줄이야. 세상에 이런일이다 완전. 아무튼 축하해.”
이후 성민이는 세영이와 함께 꿈과도 같은 나날을 보냈다.
어린이날은 어린이가 된 듯 놀이공원을 함께 놀러 다녔고 개천절은 단군 할아버지와 상관없이 오직 사랑으로 자기들만의 세상을 이루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인 오늘 역시 그랬다.
“메리 크리스마스.”
성민과 세영이 약속을 잡은 장소에서 만났을 때 한 말. 예수의 탄생엔 전혀 관심을 담지 않은 인사. 하지만 따스한 정만큼은 가득 담겨 있었다.
두 커플은 따스한 인파를 지나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깨끗하게 정돈되어진 식탁보들. 밤거리를 가득 매운, 오고가는 사람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창밖. 따스한 주황의 불빛. 친절한 종업원들.
오늘 같은 날 자리가 있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이것도 우리를 축복해 줌이리라. 성민은 그렇게 생각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담소가 이루어 졌다. 학과 이야기, 주위 사람에 관한 이야기, 먹고 있는 음식의 맛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이곳의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 모든 것이 사랑을 서로에게 속삭이는 행위였다.
세영이가 식후 디저트를 콜라로 골랐을 때 성민은 놀랐다.
“아니? 파르페가 더욱 양이 많고 맛있는데 왜 굳이 콜라는 시켜? 평소에도 이 곳에서 파르페를 시켰잖아.”
“오늘은 콜라를 먹고 싶어.”
세영이 말했다. 이내 징글벨을 콧노래로 흥얼거렸다.
“왜?”
“콜라는 산타 할아버지와 매우 친하니까?”
“왜 친해?”
“어머. 몰랐어? 산타가 콜라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잖아.”
“아 맞다. 그렇구나. 역시 세영이는 생각하는 것도 너무 순수해 그럼 나도 콜라로 할래. 저기요.”
그렇게 성민이와 세영이는 콜라 잔의 빨대를 쪽 쪼옥 빨아 마셨다.
“그다음에 우리가 어디로 갔더라.”
성민은 그때의 추억이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다.
다만 아픈기억이 이어졌다.
군대를 입대하게 된 성민. 성민은 순진하게도 내 여자, 세영이 만큼은 고무신을 거꾸로 신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머리를 시원하게 깎고 활짝 웃으며 다녀온다는 말을 건네던 자신에게 펑펑 눈물을 쏟아냈던 세영이니까.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훈련도 잘 견디고 이병 생활도 잘 견뎌 내었던 성민.
꿈만 같은 100일 휴가가 찾아오고 기쁜 마음으로 고향으로 내려가 세영이를 만났다.
“미안. 우리 이제 그만 만나.”
메몰 찬 세영이의 말투.
성민은 지금 생각해보니 그 후 어떻게 100일 휴가를 보냈는지 어떻게 군 생활을 해왔는지 전역을 하고 이미 여기 까지 왔단 것이 정말 미스테리 한 자신이라고 낄낄 거렸다.
‘그래 그 후 두번의 크리스마스도 어떻게 지냈더라?’
이미 성민은 방안에서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었다.
언제 추억에 빠졌냐는 듯 컴퓨터를 켜고 온라인 슈팅게임을 했다. 게임도 처음에 잘 풀리는가 싶더니 곧이어 엄청난 양의 총알이 자신의 캐릭터에 후두둑 박히는 것이 아닌가. 에잉. 성민은 게임을 끄고 컴퓨터는 켜둔 체 책을 읽으려 했을 때였다.
방안은 어둑해져있었다. 언제 이렇게 어두워졌을까. 성민은 다리와 팔을 오므리며 앉아 기웃거린 고개를 두 팔에 기대었다.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도 켜지 않은 방은 더욱 짙은 어둠이 침식해왔다. 천장 모서리의 끝부분에서부터 어둠이 스멀 스멀 기어 나와 점점 성민의 마음을 갉아 먹는 듯했다.
“쳇. 크리스마스는 뭐고 이브는 또 뭐야. 전부다 남이 만들어 놓은 잣대라니까. 산타크로스도 콜라가 만들어 냈잖아”
웅얼 웅얼.
모니터의 화면만 성민을 비추어 주고 있었다.
시간이 꽤나 지난 것만 같았다.
갑자기 불안하다. 애써 아닌 척 했던 불안했던 마음이 점점 팽창하고 있다. 아. 목이마르다. 목이마른데 갑자기 예전에 세영이와 함께한 콜라를 떠올릴게 뭐람. 몸에 안 좋다니까. 예수 탄생일도 그렇고 산타는 콜라가 만들었다고.
급격하게 뛰어만 가는 심장에 성민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안의 불을 켜고 집밖으로 나와 슈퍼로 향했다.
콜라 콜라 하니 콜라가 생각났다.
슈퍼에서 콜라를 찾았다. 이왕이면 예쁜 콜라병을. 그러나 병은 없었다.
‘캔으로 해야 하나.’
갈증이 더욱 심하게 느껴졌다. 성민은 결국 페트병의 콜라를 사들고 집으로 왔다.
방안은 환했다. 밖의 추운 겨울바람과 전혀 상관없이 따듯하기도 했다.
성민은 그런 방안에 앉아 페트병을 땄다. 컵도 없이 들이켜 마셨다.
‘젠장. 젠장. 산타는 콜라회사가 만들었다니까.’
성민은 불행했다. 외롭고 지독하고 슬픈 것이 불행했다. 평소에는 그다지 느끼지 않았던 연애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행이 커져만 갔다.
그런데 지금 내가 왜 이렇게 불행해야 할까? 그리고 세영이와 함께 후식으로 콜라를 마시던 그날은 왜 그렇게나, 평소의 세영이와 함께 하던 날보다 더욱 더 행복하게 느껴졌을까? 뭐, 그럼 사랑을 느끼는 마음도 잣대에 따라 더욱 깊어지는 건가? 둘만이 느끼는 순수함이 아니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콜라는 나쁜 건 알고 있지만 일단 목이나 적시자.’
벌컥 벌컥.
목의 따가움은 이미 콜라의 즐거움을 넘어선 상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