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이렇게 죽을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단 말이다!"


본문에서 인용했습니다. 저는 이 대사가 이 글의 정체성이라고 봅니다.

이 이후의 전개는 지적 근성물이라고 할까, 이성 보다는 감성의 영역이죠.



초중반의 썰을 어떡게 해석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기존의 담론들을

콜라주처럼 이어붙이고 있는데 상황이 적절하여 크게 어색하지는 않지만

문제는 왜 이러한 방법을 사용했느냐는 것이죠.


예를 들어 현상학자인 아드의 조금은 어색한 질문을 통해 애써 구두 논쟁

같은 것을 꺼냈으면서도, 바로 샤피로의 해석을 삽화라고 단정 해 버린 뒤

관계된 개념을 나열, 연역하여 아드를 설득 하는데 여기까지 오고 보면 전의

논의와 합쳐 썰이 너무 복잡해 지는 느낌입니다. 동쪽말고 서쪽 말고 남쪽 말고

그러면 남는게 어디? 하는 식으로 너무 빙 돌아가는 느낌이죠.



이어 하는 말이 사태를 편견없이 보고 영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따지자면 그딴 구두 보고 죽음의 위협앞의 전율 운운 하는 하이데거야 말로

편견이고 거기에 더해 영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고 한다면 그건 차라리

함순을 인용한 샤피로의 해석 쪽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만...



여하튼 논의가 너무 복잡하고 상황에 집중되어 있지 않아서

상황에 따른 논의가 아니라 논의에 상황을 맞춘 느낌입니다. 좋은 말로 하면

재치가 뛰어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짜집기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고 이러한 시도가 마냥 무의미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설상의 뒤섞인 환상적인 분위기와 균형을 이루어 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무리한 전개가 되었을 부분마다 정합성을 부여하고(사실 묻어 간다고 보는 편이

좀 더 정확하겠지만.) 틈틈히 세계관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대도 된 설명으

로는 부족 해서 드러나는 세계관은 어느 것 하나 완결되어 있지 않고 곳곳에서

서로 충돌 하고 있지만 적어도 이 세계관에서 관념과 인식이 얼마만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습니다. 무게 잡는 역할도 있고요.


부수적으로는, 전체적으로 조금 심심한 이 글에서 그나마 갈등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인데 논의가 겉도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백작과 아드의 논쟁은

조금 흔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주인공은 한없이 무력하죠. 조금 더 긴장감을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여하튼 인텔리겐차등과 같은 어감이 좋지 않은 긴 어휘의 잦은 사용과 그에 따른 문장의

호흡 문제, 연유한 가독성 문제와 분위기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고 읽기가 싫어지는

것을 빼면 괜찮은 시도 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결국은 그 모든 논의들은 기존의수많은 이야기들이 그랬던 대로

독자적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얼버무려지고 말았다는 것인데 그것은 아쉬운 부분이네요.



여하튼 저는 그러한 논의들이 상황 전개를 위한 방편일 뿐 주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한 것들은 분위기 형성이 주 목적인 비중이 큰 소품 정도로

이해 하기로 하고 이 글의 의미를 주인공의 근성과 인간적인 절망에서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다시 보니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아드는 이성적인 인간으로 보이지만 결국 밑천이 들어나고 급속도로

약해집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도망치지 않는데, 왜냐하면 도망칠 곳이

없기 때문이죠. 모든 상황이 그를 압박하고 있고 백작의 영지는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가능성이 있는 곳입니다.

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