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R의 합병과 RPG 게임인 D&D, TCG인 MTG로 유명한 Wizard of the Coast는 자사의 유명한 판타지 세계관들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들을 내어놓고는 한다. Magic the Gathering:Brother War나 Dark Elf Trilogy 등이 그러한 유명한 예로, 자사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 90년대에 발생한 역사성을 띄는 픽션 작품들이 사학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킨 것과 같은 이치로, 이러한 소설들은 본 게임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광고 효과를 톡톡히 낸 것이다.

 Avatar Trilogy는 세계관 소설 중 하나로, Dark Elf Trilogy나 Baldur's Gate, Neverwinter Night 등의 소설, 게임 등으로 유명한 Forgotten Realm을 다룬 판타지 소설이다. Avatar Trilogy는 어비스 인터렉티브 유통사와 게임타임 등의 협조로 국내에 번역 되어 출시되었으나, 애석하게도 어비스 인터렉티브의 부도로 인해서 3권인 워터딥을 남겨 놓고 번역이 중단되었다.

 우선은 이처럼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도 교과서적인 지루함을 느끼게 해준 작가 리처드 올린슨에게 감사를 보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Darkelf Trilogy가 드리즈트라는 케릭터와 환상적인 드로우들의 도시 멘조베란잔에서의 치열한 암투로 작품 그 자체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통해 게임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된 반면, Avatar Trilogy는 게임을 알고 있지 못하면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소설이 아닌가 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화에도 등장하는 '운명의 서판'. 그것은 신들의 과업과 책임, 권리를 다루고 있는 절대신의 소유물이다. 이 세상만물의 이치를 담고 있는 물건을 소유하는 자는 그야말로 세계를 변하게 할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세 명의 악신인 폭정의 베인과 망자의 미르큘, 살인의 바알이 힘을 합쳐 이 운명의 서판을 빼돌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설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이러한 발단으로 시작된 신들의 전쟁과 그 사이에서 마법의 여신 미스트라의 프락치(...)로 활동하는 여 마법사 미드나잇과 그 동료들의 모험담이다. 탐욕의 저주를 받은 라이언베인 가문의 전사, 켈렘보르는 대가 없는 선행을 행하면 이성을 잃고 흑표범이 되는 저주에 걸렸다. 마법의 여신에게 총애 받는 여 마법사 미드나잇은 폭주하기 시작한 마법과 날뛰기 시작하는 신들 사이에 질서를 조율하기 위해서 애쓴다. 음흉한 도적인 시어릭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신들마저 이용하는 대담함을 보인다.

 이야기의 구성은 크게 흥미롭지는 못하다. 신들간의 대결과 파멸은 자뭇 괜찮은 스케일의 웅장함을 나타내는듯 하지만, 이건 기존에 Forgotten Realm이라는 세계관을 알고 있던 독자가 아니라면 신들이 어째서 서로 간에 협력하며, 자신의 목숨과 맞바꿀 정도로 서로를 증오하는지 알 수가 없다. 미르큘과 바알, 베인의 연대는 그들이 함께 신이 되던 시절의 모험이 있었다는 것과, 미스트라가 아케인 에이지의 네서릴 몰락으로부터 태어난 신이기 때문에 그토록 세계의 붕괴에 초조함과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사실은 기존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없는 독자라면 절대로 개연성을 느낄 수가 없는 사항들이다. 게다가 인물들 또한 시어릭을 제외한다면 평범하기 그지 없다. 정의에 한 몸 투신하는 열혈 아가씨 미드나잇, 간달프에서 모티브를 따온 엘민스터, 무뚝뚝한 용병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숨기고 있는 켈렘보르. 판에 박힌 케릭터들이다. 심지어 베인과 함께 차원의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간 엘민스터가 2권에서 뜬금 없이 부활하는건 반지의 제왕에서 발로그와의 전투에서 행방불명된 간달프가 깜짝 등장하는 것과 완전히 똑같지 않은가? 이걸 오마쥬라고 우기진 않겠지?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후에 Forgotten Realm의 주요 케릭터들이 되는 인물들의 옛 모험담과 게임 상의 지역, 마법의 발현 등에 크게 치우쳐져 있다. 최면을 거는 주문의 이름이 Mass Suggestion인 것이나, 게임 상에서만 유명한 케릭터가 잠깐 얼굴만 비추고 끝날 때까지 다시는 모습도 비치지 않는 것, 작중에 등장하지도 않는 임필터 왕국 따위가 거론되어 봤자 소설을 처음보는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는 말이다. 이 소설은 게임의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사의 재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나마 하이라이트가 비춰지고 스펙타클한 전개가 일어나는 마지막 권은 국내에 번역도 안됐으니 더욱 아쉽다.

 때문에 애석하게도 나는 이 유명한 Avatar Trilogy가 판타지 소설로서로는 전형적인 용자물 클리셰를 따르는 판에 박힌 교과서적 평면 구성의 낙제물이라고 밖에는 볼 수 밖에 없다. 구하기도 어렵겠지만, 소설 자체로 재미를 찾기 위해서라면 이 책은 그다지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Forgotten Realm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나, 전형적인 양키센스의 에픽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봐도 괜찮을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