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황실의 보석 광산에서 캐는 것은 월령석이었다. 달과 같이 창백한 유백색을 띤 이 값진 돌은 유달리 단단한 암석층에서만 캘 수 있었다. 그렇기에 종종 단단한 바위 덩어리와 마주쳤는데, 이를 제거하기 위해선 우선 바윗면에 나뭇단을 쌓고 불을 붙여 뜨겁게 달구어질 때까지 계속 태워야 했다. 이렇게 바위가 벌겋게 달아오르면 물과 식초를 부어 식혔는데, 이러면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바위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월령석을 캐는 일은 무척 고되고 괴로운 일이었다. 비좁은 갱도는 거의 완전한 암흑이나 다름없었다. 동물기름을 태우는 조잡한 등을 들고 들어가긴 했지만, 그 희미한 불빛은 자욱한 연기 속에서 거의 쓸모가 없었다. 갱도 안은 항상 매캐하고 후덥지근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열악한 작업 환경 아래서 죽어나가는 죄수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헤아릴 수도 없었다.

처음의 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간수들이나 작업 반장들의 손에 죽어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보다는 버팀목들이 무너져 내리거나 때로는 땅 밑의 갈라진 틈이 벌어지며 인부들을 끝도 보이지 않은 어두운 구렁텅이로 끌어들이는 일이 많았다. 간혹 참혹한 방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있었다. 사람이 죽었다고 해도 누구하나 슬퍼하거나 애석해하지 않았다. 간수들에겐 어차피 이곳의 죄수들은 자신의 수당을 늘려줄 도구일 뿐이었고, 같은 죄수들은 자기 삶의 걱정하고 헤쳐 나가기에도 벅찼다. 보석 광산은 실로 지옥같은 곳이었고, 1년은커녕 몇 달을 온전히 버티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마로는 살아남았다.

광산에서 일하게 된 뒤 며칠이 지나자 마로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레 단순한 사고방식이 자리 잡았다. 매번 고되고 두려운 상황에 처하다 보니 당장의 괴로움과 즐거움만 생각할 뿐,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일을 따져 본다거나 이곳에서 벗어날 먼 미래를 생각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도 피곤에 지쳐 기절하듯 잠이 들었으므로 삶의 비참함이나, 이런 끔찍한 곳에 자신을 몰아넣은 자들에 대한 원망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 지옥같은 보석광산에서는 차라리 이런 동물적인 단순함이 좌절하여 무너지거나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마로도 간수에 대한 공포와 힘든 광산 일에 익숙해지고 말았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한편으로 감수성이 적어진다는 것으로 예전만큼 긴장을 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손발이 익숙해지면 정신을 모두 한 곳에 쏟아 붓지 않아도 되었기에, 머릿속에서 다른 일을 생각할 여유가 마련되는 법이다. 어느새 마로는 자신의 비참함에 대한 원인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도대체 이 모든 일이 어떻게 된 거지? 누가 주동일까? 말라르디도 도미와 손을 잡은 걸까? 도대체 왜 나를 이렇게 만든 거야? 아버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사리사는 내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한다 한들 답을 알 수가 없었다. 풀리지 않는 의문을 되새기면서 잠시 잊고 있던 분노가 점차 살아나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살아남기 위해 움직이던 때와 달리 지금의 비참한 처지를 생각하고 분노하게 되자, 오히려 광산에서의 삶이 견디기 어려워 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이날도 마로는 갱도에서 부서진 돌을 나르고 있었다. 이미 두 달 째 갱도에 갇혀 있는 셈인지라 한참이나 볕을 보지 못한 마로의 피부는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월령석이 묻혀있는 광맥은 산 안에서 변덕스럽게 오르내리는 터라, 갱도는 거미줄처럼 이리저리 길게 얽혀 질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둠 속에서는 손으로 더듬어 광맥을 판단해야 했기에 그 작업시간은 길어졌다. 그렇기에 한 번 광맥을 찾으러 들어간 죄수들은 짧으면 며칠, 길면 두어 달씩이나 햇빛을 못보고 그 안에 머무르곤 했다.

탁한 공기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부서진 돌조각들을 나르던 마로는 식사시간을 알리는 작업반장들의 호루라기 소리를 듣고는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로가 허리에 찬 물통의 물을 마시는 동안 길게 이어진 사람들의 손을 통해 빵조각이 전해졌다. 원래부터가 거칠고 돌처럼 딱딱한데다가 더러운 흙까지 묻은 빵이었지만, 죄수들은 그것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진미인양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마로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가 아플 정도로 딱딱한 마지막 조각을 씹어 삼킨 마로는 문득 옆에서 들려온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야, 너희들 그거 알아? 이 광산 아래 더 깊은 곳에는 용이 잠자고 있대.”

원래 간수들은 죄수들이 입을 벌리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않았지만, 함께 갱도에서 일하는 작업반장들은 조금 더 관대하였다. 그 정도의 여유도 허용하지 않고서는 죄수들의 신경이 견딜 수 없음을 알고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작업반장 자신부터가 암흑 속에서 적막한 시간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미친 녀석, 넌 그런 말을 믿는 거냐? 세상에 용이 어디 있어?”

누군가 비웃듯이 말했지만, 이야기를 처음 꺼낸 사내는 진지하게 대꾸했다.

“용이 어디 있냐니? 너 그런 말은 신성모독이 될 수도 있어. 분명히 경전에도 용이란 말이 있다고.”

“웃기고 있네. 여기까지 내몰린 마당에 그까짓 신성모독이 무서울까.”

“그럼 넌 지금 네 입으로 가장 높으신 분의 이름을 말할 수 있어?”

원래 대륙의 교단에 따르면 신의 이름은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신의 이름은 오로지 글이나 동작으로만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 이를 어기면 큰 재앙을 받는다고들 여겼다.

빈정대던 사내가 머뭇거리더니 입을 다물었다. 그가 아무리 신을 믿지 않는다고는 해도, 신앙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대륙의 사회에서 자란 까닭에 마음 속에 거리끼는 바가 생겼다. 그 모습을 보고는 용 이야기를 먼저 꺼낸 사내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것 보라고.”

그 때 진중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이봐, 용이야기와 신성모독은 아무런 관계가 없거니와, 경전에 나온 말들은 심오한 비유일 가능성이 더 높아. 성직자도 아니면서 함부로 경전을 해석해서 떠벌리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신성모독이 될 수도 있어.”

상당히 조리있어 보이는 반박에 자존심 상한 사내가 발끈해서 말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잠시 침울한 침묵이 흘렀다.

“난 원래, 견습 사제였어.”

하기야 이곳 보석광산은 보통의 감옥과는 달리 특별히 큰 죄를 저질렀다는 자들이 오는 곳이므로 오히려 상류계층의 사람들이 오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높은 곳에 있던 사람일 수록 한 번 떨어지게 되면 가장 낮은 곳까지 추락하기 쉬운 법이다.

먼저 말을 꺼낸 사내가 당황하여 멈칫거리는 사이 견습 사내였다는 자가 나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나도 그 이야기는 들었어. 이 광산 밑에 용이 있다는 이야기 말이야.”

“그것 보라고, 내 말이 맞…….”

“그리고 난 그 용이 울부짖는다는 소리도 직접 들었어.”

“뭐야? 진짜 그런 소리가 나?”

“그래, 이상한 소리가 나긴 해. 하지만, 진짜 용인 것 같지는 않아. 13구역에 가는 길에 보면 바위 사이로 뚫린 작은 구멍이 있거든. 가끔 보면 그곳에서 묘한 소리가 나. 정말 어떻게 들으면 정말 무언가 울부짖는 소리 같기도 해.”

“13구역? 바로 요 옆이잖아?”

그 때 작업반장이 일어서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들을 하는 것을 보니 심심한 모양이구나. 당장 일어나.”

죄수들은 소리 나지 않게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로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등에 힘을 주어 버팀목을 밀었다. 반쯤 일어선 순간 발밑부터 저릿거리더니 묘한 느낌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뭐지?’

그 이상한 느낌은 이내 사라졌지만, 마로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 이상한 느낌에 신경을 쓰던 나머지 마로는 빨리 줄을 서라는 작업반장의 재촉을 듣지 못하였다. 화가 치민 작업반장은 채찍을 흔들며 다가왔다.

“이 새끼가 정신이 나갔나?”

짧은 채찍이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더니 마로를 후려쳤다. 생각지도 못하게 얼굴을 얻어맞은 마로는 갑작스런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채찍을 움켜잡았다. 작업반장은 기가 막힌 지 코웃음을 치더니 발로 힘껏 마로를 걷어찼다.

“뭐야? 이 새끼?”

그리고는 나동그라진 마로를 발로 짓밟고 채찍으로 후려치기 시작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마로로서는 팔로 머리를 감싸고 한껏 웅크리는 수밖에 없었다.

구타가 지루할 정도로 계속되면서 그동안 마로의 가슴 속에 있던 분노와 의문들이 되살아니기 시작했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 거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을 했단 말인가? 고작 이런 꼴을 당하다가 비참하게 죽기 위해 내가 태어났단 말인가?’

마로의 머릿속에서 삶의 수많은 장면들이 지나갔다. 다리가 잘린 채로 돌아온 아버지의 모습, 굴뚝을 청소하면서 겪었던 위험한 순간들, 머릿속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아버지의 바보 같은 얼굴, 진흙탕 속에서 악을 쓰며 물 조합의 건달들과 싸우던 자신, 사리사를 태우고 왕궁으로 향하는 화려한 마차의 뒷모습.

‘내 삶은 왜 이렇지? 난 악을 쓰며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노력했는데, 어째서 난 항상 이렇게 참혹한 곳으로만 내몰려야 하는 거지? 도대체 나 같은 녀석이 태어난 이유가 뭐야? 내 처량한 삶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어느덧 마로의 눈에서 눈물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미 자신을 때리고 있는 간수는 머릿속에 없었다. 오로지 자신의 삶에 대한 울분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으아아아!”

얻어맞고 잇던 마로의 입에서 비명이 아닌 고함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울음 섞인 고함소리에는 서글픈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

갱도 안을 울리는 마로의 고함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마로를 때리던 작업반장마저도 깜짝 놀라 때리는 것을 멈추고 주춤할 정도였다.

“뭐, 뭐야? 이 자식?”

갑자기 마로는 벌떡 일어나더니 고함을 지르며 작업반장을 떠밀었다. 그 서슬에 매달아 놓았던 등이 흔들리며 그 어둑어둑한 불빛을 어지럽게 사방에 휘두르기 시작했다. 벽으로 작업반장을 떠민 마로는 대뜸 손을 내밀어 작업반장의 목을 움켜 쥐었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며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이 개자식들아! 왜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는 거야? 왜!”

광기어린 마로의 울부짖음은 흔들거리는 불빛아래 갱도 안을 무섭게 울리고 있었다. 마로에게 목이 졸리는 작업반장은 끅끅거리며 얼굴이 벌겋게 부어갔다. 그때 또 다른 고함소리와 함께 두터운 몽둥이가 마로의 뒷덜미를 후려쳤다. 어찔한 통증과 함께 마로는 목을 조르던 손을 풀고는 옆으로 비틀비틀 물러섰다.

어느새 달려온 또 다른 작업반장이 소리를 지르며 마로를 몽둥이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이 미친 새끼! 오늘 죽여 버리고 말테다.”

하지만 이미 제정신이 아닌 마로는 쏟아지는 몽둥이질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등을 벽에 기댄 채로 고함을 지르며 이리저리 팔을 휘저었다. 그리고 그 바람에 등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사방이 어두워졌다. 깜짝 놀란 작업반장이 몽둥이질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마로가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돌진했다.

어깨로 작업반장의 배를 떠받은 마로는 기세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갔다. 작업반장의 등이 벽에 세워놓은 동바리에 세게 부딪혔다. 그 순간 동바리가 뒤로 밀려났더니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발밑으로 묵직한 울림이 전해지면서 갱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갱도가 무너진다!”

마로가 있는 곳도 발밑이 허물어지더니 작업반장과 마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귓가로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로와 작업반장이 떨어지고 있는 곳은 땅속의 거대한 광장과도 같은 곳이었다. 둘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휘저어 보았지만, 잡히는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바닥에는 번개모양처럼 갈라진 또 다른 틈이 나 있었다. 작업반장과 마로는 그 좁은 틈새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완전히 깨끗하게 들어간 것은 아니어서 틈으로 들어가는 순간 마로는 틈의 입구에서 뾰족이 내밀고 있는 돌에 오른쪽 어깨를 부딪히고 말았다. 우지끈하며 어깨 뼈가 부스러지는 느낌이 들더니 몸이 튕기며 공중에서 뒤집혔다.

너무도 극심한 고통에 마로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숨이 막혀 입만 떡 벌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한 번 중심을 잃은 마로와 작업반장의 몸은 앞뒤의 벽에 연달아 튕기며 긁히고 부딪히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머리가 온전했던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결국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물 고인 바닥에 떨어졌을 때는 이미 둘의 몸은 산산히 부서지고 찢겨있었다. 내려오던 도중 이미 머리가 박살나 죽어버린 작업반장과는 달리, 마로는 머리만은 멀쩡한지라 바로 죽지는 않았다. 바위 벽에 부딪히며 떨어지는 속도를 줄였던 데다가 떨어진 곳에 물이 깔려 있었던 까닭에 바닥에 떨어지고도 즉사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뼈와 내장이 부서져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너무도 끔찍한 고통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이미 마로는 자신의 목숨이 꺼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 때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누구야? 사람 맞지? 대답해봐!”

마치 구원이라도 요청하는 듯 너무도 절박한 목소리였지만, 마로에게는 대답할 여유도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숨이 목안을 힘겹게 오가며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다쳤나? 떨어지며 다친 모양이군. 하지만 괜찮아. 내가 구해줄 수 있거든. 조금만 힘을 내서 이쪽으로 와봐. 움직이지 못하겠다면 손이라도 조금만 뻗어봐. 제발! 조금만 이리와 봐.”

목소리는 구해주겠다는 내용과 어울리지 않게 애절하게 사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부서진 마로의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때 마로의 몸이 잠겨있던 물이 흔들리며 약한 물살이 밀려와 흐느적거리며 떠 있던 마로의 팔을 위로 밀어 올렸다.

“그. 그래. 거의 다 됐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초조한 희열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순간 마로는 마지막 의식을 놓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