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화룡의 둥지라고 해서 불꽃으로 집이라도 지어놓았을 줄 알았어? 너희는 그것을 꽤 신비스럽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옛날부터 그들은 한곳에 오래 머무르는 법이 없었어. 행여나 다른 존재에게 발각당할까 두려워 틈만 나면 사는 곳을 옮겨 다녔지. 둥지엔 그들의 본체가 숨겨져 있으니까. 둥지를 파괴당하면 용도 위험해지게 돼.”
                       -어떤 라오니스인 소년과 가깝게 지낸, 이상한 ‘누나’-



"연재가 늦어져서 죄송하다, 아무 글이나 독자님들 앞에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 글쓴이의 마음을 여러분은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주가로 치면 지금은 조정장이다, 상승과 하락의 갈림길에서 글쓴이는 깊이 신음하고 있다,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섰고, 시대는 전란의 국면을 맞았고, 모든 인물들은 각자의 길을 찾고 있다,
길의 엉킴은 한 순간이고, 순간의 완성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순간의 정의를 길들이 내리지 않고 길들의 정의를 순간이 내리는 것인데, 길들은 영원하지 않고, 길들은 늘 순간과 소멸을 향해 나아가야만 하는, 이 이상한 운명이 나는 이상하다,
영원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환상일 진데, 규정되지 않은 세계에선 모든 것이 무한하게 뻗어있었다,
그럼에도 예상되는 절정과 결말은, 지난 몇년 간 글쓴이의 엉치뼈 끝을 곤두서게 했다, 그 장면을 쓰고 싶다, 쓰고 싶다, 조바심 쳐보지만 글 속으로 뻗은 길은 환영과도 같아서 발을 딛기 전에는 길잡이의 뒤통수가 당겨지지 않았다,
기대해달라, 기억해달라, 왔던 길을 되돌아가, 다시 풍경을 차근차근 기억해두며 되돌아오는 수고로움도 아끼지 말아달라, 길들은 부탁한다,
길을 따라다니지 않는 바람은, 그래서 길잡이가 될 수 없나보다, 소멸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 바람이 영원한 것이라면, 바람은 환상일 진데, 바람은 이미 존재하고, 모든 규정된 세계를 관통하며 쏘아다니고 있다,
'바람의 인도자'는 그 바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길과 환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세상엔 아직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제 다시 앞을 보자, 갈 길이 많이 남았다,"

-츠즈바시가 코끼리 똥밑에서 주운, 어떤 구겨진 종이 위에 적힌, 마침표가 없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