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석양 때문만은 아니다. 땅에서 피어오른 화염이 새카만 연기를 뿜어내 창공을 더럽히고 있었다.
불 질러진 집들마다 군사들이 들이닥쳤다. 끌려나오거나 제 발로 뛰쳐나온 주민들을 창검이 포위했다. 가족끼리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그들을 군홧발이 짓밟았다. 주민들의 비명소리와 군병의 고함소리로 아수라장이 된 거리를, 점령군의 기마대가 무수한 깃발들을 나부끼며 두두두- 기세 좋게 질주했다. 그들의 목표는 도시의 종심언덕 위에 자리 잡은 공후의 궁전이었다. 내성이 둘러싸고 있었지만 외성에 비해 그 규모는 턱없이 작았고 개미떼처럼 모여든 군병들이 이미 공략을 준비 중이었다.
외성에 바짝 붙은 공성추들이 일제히 육중한 몸을 솟구쳐 바위를 날렸다. 도시의 상공을 나란히 가로지른 몇 개의 돌덩이들은 그대로 궁전의 지붕과 내성과 안뜰을 박살내며 뚫고 들어갔다. 폭격이 가해질 때, 내성을 포위한 점령군의 무리가 승리의 함성을 울렸다.
도시 전체를 둘러싼 장대한 외성 위엔 아직도 전투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그 성격은 전면전이 아닌 섬멸과 소탕이었다.
점령군은 대지를 뒤덮은 새까만 물결처럼 밀려와 성벽에 차고 넘쳤다. 물러날 곳이 없는 수비대는 그 물살에 휩싸여 하나하나 죽음을 맞았다. 동시에 여러 명의 점령군으로부터 칼을 받기도 하고, 맥없이 성벽 아래로 떨어지는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거대한 공성추들 사이에는, 나무로 지어진 탑처럼 보이는 사다리차가 성벽의 지척까지 다가와 줄지어 서있었다. 그 꼭대기에서 사수들은 성첩을 내려다보며 활을 쏘았다.
방어선이 뚫리자 주력부대에 이어 대공국의 특수부대가 뚫린 성문 안으로 말 먼지를 일으키며 진입했다. 도깨비를 연상시키는 칠흑의 철갑으로 중무장한 그들은 타고 있는 전마도 온통 흑마(黑馬)뿐이었다. 그런 자들이 3000명이나 몰려서 좁은 성문에 틀어박히니 검은 홍수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성문을 빠져나온 흑기사들은 도시 안으로 산개해 흩어졌다. 곳곳에 비명소리와 화염이 치솟아 올랐다.
대공(大公) 자이미르는 제장들과 더불어, 지대가 높은 설원에 말을 세운 채 머물러있었다.
불타는 성을 내려다보며, 그가 말했다.
“오랜만이군. 저런 광경은…. 전쟁은 인간이 하는 가장 오래된 예술 중의 하나지.”
“마음에 드시나보군요. 폐하의 작품이.”
그는 등 뒤의 사내를 돌아봤다. 눈이 마주치자 마일리콥은 마상(馬上)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폐하라는 호칭에, 자이미르는 큼! 하고 헛기침을 내뱉었지만 시정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점령에 성공한 도시 위로 다시 시선을 옮긴 그는, 대신 다른 명령을 내렸다.
“포로는 필요 없다. 하지만 주민들은 살려줘라. 그들은 이제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
“성주가 폐하께서 내미신 손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마일리콥은 따각따각 말을 몰아 주군과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섰다.
“겨우 첫 번째 전투일 뿐입니다. 본보기로라도 철저히 징벌하시는 게 옳습니다.”
자이미르는 약간 굳은 인상으로 그를 쳐다봤다.
“다 죽이자는 말인가?”
“징벌입니다, 폐하…. 왕이 하는 여러 일 중 하나입니다. 전쟁이 그런 것처럼요….”
“………”
날이 저물고 있었다. 산맥에 걸린 해가 무너져가는 도시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공성추와 전차, 기마대를 앞세운 점령군은 축제를 하듯 살육을 벌였다. 창을 꼬나 쥔 병사들이 골목마다 이 잡듯이 뒤져 적의 잔병들을 살해했다. 무장을 하고 있지 않아도 남자는 무조건 죽였다. 옷이 찢겨 젖가슴을 드러낸 부녀자 하나를 병졸 몇 명이 서로 던지고 받으며 희희낙락거렸다. 박살난 집 문밖으로 약탈자들이 집어던진 집기류들이 요란한 소리를 지르며 쏟아져 나왔다. 부모를 잃고 거리로 도망쳐 나온 애들이 말발굽에 휩쓸려 순식간에 처참한 주검으로 바뀌었다. 투구와 갑옷을 벗긴 시체들을 광장에 끌어다가 무더기로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그 옆에서 포로들에 대한 처형은 달이 뜰 때까지 계속 되었다. 시뻘건 피가 홍수를 이루며 눈땅을 적셨다. 허리 뒤로 손이 묶인 노인과 꼬마들을 병사들이 나무 가지에 목매달았다. 등 뒤에서 끈을 잡아당겨 허공으로 끌려올라갈 때, 그들은 혀를 빼물고 발버둥을 치며 벌레처럼 죽어갔다. 학살은 피를 뽑고 벼를 베는 농사일을 하듯 근면하게 수행되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하늘에 십자성이 나타날 때쯤, 자이미르는 친위대를 이끌고 입성했다. 말 탄 그가 걷고 있는 거리는 도시를 가로질러 곧장 내성까지 뻗어있었다. 거리 좌우에 횃불을 들고 늘어선 군병들이 북과 나팔소리와 함성을 지르며 깃발을 휘둘렀다. 자이미르는 친위대의 선두에서 손을 들어 보이는 것으로 부하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 뒤를 마일리콥이 바짝 붙어 따르고 있었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의 강이 흐르는 도시의 중앙광장을 지날 때도 자이미르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 저런 광경을 자주 보게 되겠군.”
마일리콥이 그의 옆에 재빨리 따라붙었다.
“다 주인 잘못 만난 대가를 치르는 것이겠죠. 용맹이 지나쳐 화를 불렀습니다.”
“용맹이라! 확실히 자존심은 센 친구였지. 하지만 그걸 받쳐줄 능력은 없었어. 그런 건 용맹이 아니네. 만용이거나 무모함일 뿐이지.”
“………”
“그자는 산 채로 내 앞에 끌고 와라. 돌려줘야 할 것도 있고… 내가 직접 처벌할 테니.”
자이미르는 타고 있던 발에 박차를 가했다. 살 찐 종마는 무지갯빛 갈기를 휘날리며 건물들 사이로 달려갔다. 마일리콥과 제장들이 서둘러 주군을 쫓아갔다. 그들이 향하는 곳의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궁성은 가까이서 보니 축조물로 이루어진 산처럼 거대한 위용을 과시했다. 그 머리맡에 모습을 드러낸 십자성이 달빛을 머금은 이슬처럼 점차 영글어가고 있었다.


리니스프리아의 국왕이 죽자 대공 자이미르가 섭정을 자처하고 나섰다.
지병 때문에 탑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예카테리나 왕녀는 부왕의 장례식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국장이 끝난 뒤, 대공은 섭정의 권한으로 공후들에게 공문을 보내 전국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나라에서 가장 큰 세력을 거느린 귀족이었지만, 이에 응한 영주는 일부였다.
국왕의 갑작스런 서거에 의심을 품은 성검왕이 곧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 올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대공이 잉그니엄과 오래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다는 사실은 꼬마들도 알았다.
대륙전쟁 이후, 각 나라의 민중은 모두 성검왕의 편이었다.
그러므로 대공에겐 민중도 적이었다.

영지로 돌아온 대공은, 비밀리에 준비해둔 군대를 일으켜 얼어붙은 암볼강을 건넜다. 그 건너편에는 노브고로드가 있었다.
10만이 넘는 대군 앞에 노브고로드는 일주일도 못 버티고 쓰러졌다.
노브고로드의 지배자는 올레그 공이었다. 그는 대탐사시대에 본토의 중동부에서 이주해온 유랑귀족의 자손이었다. 그의 가문은 체흐라바드의 광대한 소금광산 지역을 놓고 오래 전부터 대공과 이권다툼을 벌여왔다. 올레그는 국왕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대공의 소집령도 무시했다. 친서를 들고 찾아온 섭정의 사신에게 ‘형을 죽인 무뢰배’ 운운하는 소리를 지껄였다.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오랜 친구사이였다.
대공은 그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 있었다.


대공의 바람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대공군이 궁성의 마지막 방을 뚫고 들어갔을 때 그 안엔 오직 싸늘한 시체들뿐이었다. 올레그는 식솔들에게 독약을 탄 미주를 마시게 한 뒤, 자신은 천장 샹들리에에 비단 끈을 걸쳐두고 목을 맸다.
자이미르는 그의 발아래에서 그를 올려다봤다. 마일리콥은 대공의 뒤에서 성호를 그으며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저 높은 곳에 어떻게 끈을 달아맸는지 군병들은 그의 시체를 끌어내리려고 쩔쩔매고 있었다. 프리하에서 동문수학한 친구의 최후를 바라보다가, 대공은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굳게 다물려있던 입술의 한쪽 끝이 부자연스럽게 비틀려 올라갔다.
“죽어서라도 내가 자신을 올려다봐주길 바란 건가.”
대공은 한쪽 손을 옆으로 내밀었다. 시종장이 받들고 있던 두꺼운 책을 그 손에 올렸다. 대공은 한 손에 쥔 그 책의 표지를 잠시 내려다봤다. 딱딱한 겉면 중앙에 멋드러진 글씨체가 가로로 펼쳐져있었다.
'군주론'
“……30년 전에 대학에서 함께 공부할 때 이 친구에게 빌렸던 책이지. 당시에는 몇 권 없었거든.”
마일리콥을 비롯한 대공의 신하들은 주군의 뒤에서 잠자코 있었다. 자이미르는 순금의 테두리를 가진 휘황찬란한 갑옷 위에 검은담비 수십 마리의 가죽으로 만든 값 비싼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망토에 가린 대공의 등이 왠지 피곤해보였다.
파라락- 책장을 넘기던 손이 탁-하고, 두꺼운 책을 덮었다. 자이미르는 그 책을 죽은 올레그의 발밑에 툭 던져놓았다.
“가능한 내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자네를 죽인 건, 자네의 그 주제넘은 자존심이네.”
자이미르는 가차 없이 등을 돌렸다. 제장들이 쭈뼛거리며 길을 열었다. 대공은 어질러진 복도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땅의 북서쪽은 산맥들로 꽉 차있었다… 거기에 삼형제가 터를 닦고 각자 나라를 세웠다……
…이천 년이 흐른 지금 세 개의 나라는 하나로 통합되었다… 산맥과 산맥이 만나는 길목마다 마을이 들어섰고 성벽이 세워졌다. 수십 번의 전란을 거치는 동안 그것들은 수십 번 폐허로 주저앉았으나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멸망의 잔재 위에 다시금 마을과 성벽이 돋아났다. 일곱 명의 대영주(大領主)가 국토를 나누어 다스렸고 왕은 그 대영주들을 다스렸다.……
……토벌대가 산으로 올라간 지 며칠이 지나서야 국왕의 승하(昇遐)가 정식으로 발표 되었다. 여자들은 아버지가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흰 상복을 입었다. 영지마다 설치된 종탑에선 청동을 녹여 만든 거대한 종들이 수십 년 만에 육중하게 몸을 움직였다. 산악국가에 울려 퍼지는 청동종의 울음소리는 허공에서 흩어지지 못하고 산천에 스며들어, 울어지지 않는 국토의 울음소리로 바뀌는 듯 했다.……이것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다…

밤의 적막이 무너진 도시를 채웠다. 모래알 같은 별들이 산맥의 밤하늘을 뒤덮었다. 고옹- 하는 종소리가 해변에 깔리는 파도처럼 별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파고든 종소리는 은하수를 따라 흐르지 못하고 곧 제풀에 지쳐 스스로 스러졌다.
고옹- 하고 종이 울리자, 교수당한 시체들 밑에서 화톳불을 쬐던 병사들이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내성 위로 치솟은 종탑은 어둠 속에 혼자 흐느끼고 있었다.
이 나라는 갈라진 산맥마다 주인이 따로 있었고, 주인이 죽으면 사람들은 육중한 청동종을 움직여 그 사실을 하늘에 알렸는데 그래도 달과 별들은 천년 동안 늘 말이 없었다.
그 별들의 아래에 세계는 모두 하나의 땅덩어리로 이어져있었다. 산맥이 끝나면 바다가 나타났고 바다를 건너면 초원과 사막이 펼쳐졌다. 사람들은 산맥에 묻혀 살거나 해안에 모여 살거나 초원과 사막에 흩어져 살았는데 아무도 세계의 끝은 가보지 못했다.
태초에 우주를 둥지삼아 살던 거대한 용이 있어 화염을 토해 태양을 만들고 오줌을 누니 은하수가 되고 용체에서 떨어져 나온 비늘들이 별을 이뤘는데, 세상은 그 용이 낳은 구백 구십 번째 알이 깨져 흘러나온 것이라고 했다.
고옹- 하고 종이 울리면, 종소리에서 태어난 환영들이 용의 비늘들을 걷어붙이며 세계를 둘러싼 암흑 위를 질주했는데 인간의 신화(神話)는 언제나 그 환영들의 편이었다.
왕들이 태어나지 않던 시대에 하늘엔 달이 두 개였는데 두 개의 달이 결혼해 낳은 딸들이 인간과 혼인하여 왕이 태어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왕들은 살아있는 신이었고 달빛을 잘 받을 수 있는 자리에 늘 성을 쌓고 살았는데 왕이 죽으면 달빛을 닮은 쇠를 울려 하늘에 고하고 그 소리를 들은 하늘의 사자가 왕을 데려가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시 고옹- 하고 종이 울릴 때, 자이미르는 자살한 친구의 보좌에 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혼자 술잔을 들고 있었다.
천장이 높고 바닥에 붉은 양탄자가 깔린 커다란 집무실이었다. 천장의 샹들리에는 물론이거니와 대공을 둘러싼 수백 개의 양초에도 불이 붙어있었다. 집무실 안은 대공의 머릿속처럼 눈부신 고요에 휩싸여있었다. 술잔을 들지 않은 손에 턱을 기댄 채 그는 밖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올레그와, 죽은 형의 환영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보다 못한 마일리콥이 군대의 사기를 들먹이며 진혼례(鎭魂禮)를 멈출 것을 진언했지만 대공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고옹- 하고, 다섯 번째로 종이 울렸을 때 자이미르가 감은 눈을 뜨지 않은 채 물었다.
“아르테니스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그의 보좌 아래에 홀로 서있던 마일리콥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제국군이 서진을 시작했습니다. 성검왕은 우리나라에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전혀 없을 겁니다.”
“약속대로군.”
“약속대로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 실질적인 도움을 약속하지 않았나? 그… 너의… 우상이?”
자이미르는 실눈을 뜨고 다소 삐딱한 시선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마일리콥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목을 가다듬었다.
“황송합니다, 폐하. 귀인은 귀인을 알아보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제국의 재상이 폐하께 먼저 손을 내밀었기 때문에 저도 그를 존중하는 겁니다. 그가 폐하께 보냈다는 선물도… 틀림없이 폐하를 만족시켜 드릴 겁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네….”
자이미르는 다시 눈을 감았다. 또 고옹- 하는 소리가 그의 귓가를 적셨다. 바람도 없는데, 군대처럼 모여 있는 촛불이 저마다 흔들렸다.
“공주는…… 아직인가?”
“아직입니다. 허나 그녀의 오라비가 죽었으니 그 문제는 일단 기다려보심이 좋을 듯합니다.”
“램스터는 그 망치단인가 뭔가를 데리고 아직도 산맥에서 진을 치고 있다던가?”
“…………”
“재밌군. 녀석의 꿍꿍이가 궁금해. 마물들을 걷어내다가 공주라도 발견한 건가?”
“누군가 비콘을 물리치긴 했답니다. 하지만 정황상 그게 램스터 공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게 누구든 죽을 것이다. 세상엔 영웅들이 너무 많아. 많아서 탈이지….”
마일리콥은 입을 닫고 주군을 바라봤다. 술 한 잔에 취할 위인이 아닌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대공의 적의는 어디로 향해있는가. 아마도 그에겐 이 세상 전체가 적인 모양이었다.
하긴, 그래서 선택된 것일 테지……
“물러가라. 자네도 돌아가 그만 쉬도록 하게.”
보좌관을 물리친 후, 대공은 어두운 집무실 구석을 노려봤다. 문이 이어진 벽 귀퉁이였고 그 옆으론 높다란 창이 나있었다. 깨진 유리창 사이로 바람이 흘러들어, 여인의 치맛자락 같은 커튼이 흔들거렸다. 왕관을 쓴 그자는 그 뒤에 숨어있었다. 혼자 있을 때, 그는 항상 어둠에 몸을 가리고 나타났다.
죽은 형을 노려보다, 대공은 보좌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술잔을 들어올렸다. 국왕은 표정이 없는 얼굴로, 동생인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왕께 영광 있으라…”
그리고 그는 들고 있던 술잔을 거칠게 집어던졌다. 바닥을 뒹구는 은잔 밑에, 엎질러진 술이 붉은 피처럼 흘렀다.
고옹… 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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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많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