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해소를 찾는 신도들은 많았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 순간 신도들의 발길이 잦아들고, 고해소의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 날이 어둑어둑 해졌을 때 고해소엔 나 혼자만이 남아서 고해소를 지키고 있었다.

「야옹―」

고해소의 문을 닫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문 가까이에서 고양이의 가냘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저런, 밖이 몹시 추우니 어서 들어오도록 해요.」

늦은 시간에 주인도 없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아하니 들 고양이나 도둑고양이가 분명한데, 녀석의 몸집은 매우 작았다. 저런 작은 몸집을 해서는 다른 고양이들과의 싸움에서 밀리기 십상이다. 나는 그 작은 고양이에게 안으로 들어오길 권했고, 고양이는 내말은 알아들은 모양인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끼익―


고양이는 내가 문을 닫는 소리에 살짝 놀랐는지 안으로 들어가다 말고 멈춰 서서는 문을 닫는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놀라게 한 모양이군요. 미안합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양이에게 사과하자 고양이는 도도한 여인처럼 고개를 휙돌리더니 고해소 안에 비치된 의자로 냉큼 올라가 앉았다. 그리고는 나를 가만히 응시하기 시작했다.

「왜 그러시죠. 고양이씨?」

「야옹―」

고양이는 나를 향해 한번 울더니 맞은편의 자리, 그러니까 내 자리를 쳐다보았다. 나는 고양이의 뜻을 알아채지 못했으나 여러 번 그런 행동을 보고서야 맞은편자리에 어기적어기적 걸어가 앉았다. 그러고 한참을 고양이와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듯 바라보았다.

「뭘 좀 대접할까요?」

고양이와 한참을 바라보던 나는 고양이에게 우유라도 한잔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였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탁해요.」

고양이의 고해성사라니, 전혀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말하는 고양이였다. 다소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고양이의 고해성사를 시작했다.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굳게 믿으며 그 동안 지은 죄를 뉘우치고 사실대로 고백하십시오.」

「아멘.」

「처음 고백입니다.」

고양이는 망설이는 듯 한 눈치를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그 작은 입을 열었다. 그렇게 힘들게 입을 연 고양이의 입에서 나온 것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 것.

「아버지를 죽였습니다.」

「………」

「이 밖에도 알아내지 못한 죄도 용서하여 주십시오.」

고양이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자면 자신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패륜아적 행위, 대죄에 속했지만 사람이 아닌 고양이였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라면 자수를 권할 수도 있겠지만 고양이가 자신의 아버지를 해쳤다면…….

「어떻게 아버지를…」

고양이는 내말은 가뿐히 무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넷의 고양이로 구성된 행복한 가정이었습니다. 누나와 저를 낳은 어머니가 인간의 손에 의해 다른 집으로 보내지고 셋의 고양이만이 남은 불완전한 가정이 되었지요.」

고양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술 풀어내고 있었다. 내가 끼어들 틈이 없었기에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래, 모든 걸 다 듣고 결정을 하는 거야. 고양이도 고해성사를 하는걸 보면 독실한 가톨릭 신도잖아?

「그리고 어머니가 다른 집으로 보내진 뒤 제가 어머니가 없다는 걸 인지하게 되었을 때 누나마저 다른 집으로 보내지고, 저와 아버지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고개를 떨구었다.

「아버지는 저마저 다른 집으로 보내진다면 온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될 것이라는 걸 아셨고, 어린 저를 데리고 좁은 우리를 탈출하여 밖으로, 밖으로, 들판으로, 산으로, 강으로 나를 이끄셨습니다.」

고양이는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나서 한참 말이 없었다. 고양이가 말을 멈춘 때부터 시간은 정지한 듯 사위가 고요했지만 시간은 흐르고 흘러 달이 뜨는 완전한 밤이 되었다. 창밖에 비친 둥글고 새하얀 보름달이 비추는 고양이는 새하얀 빛의 아름다운 털을 가진 고양이었다.

「그때부터 우리의 들 고양이 생활이 시작되었죠. 인간이 주던 좋은 사료와 잠자리도 없었고 안전하지도 않았습니다. 특히 그물채를 든 인간이 가장 무서웠습니다.」

그물채를 든 인간을 말할 때 고양이는 몸을 한번 세차게 떨었다. 아마도 그들에게 맺힌 게 많으리라. 쫓기고, 도망 다니고 많이 힘들었을 테니까.

「그 와중에도 아버지는 눈물겨운 부성애를 보여주셨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저에게 최대한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죠. 하지만 그런 아버지가 저는 싫었습니다. 항상 도망치고, 남의 구역에 들어서서는 남에게 굽실거리고, 남의 비유를 맞춰주시는.」

나는 순간적으로 부모님의 생각이 났다. 우리들 부모님의 자식사랑은 끔찍해서 저 먼 옛날 고려장을 하기위해 부모를 지게에 지고 산에 내다 버리려는 자식이 가는 길에 길이라도 잊을까봐 길목길목 나뭇가지를 꺾어놓기 까지 하시던 이야기.

「아버지는 점차 늙어갔고 저는 점차 자라갔죠. 저는 이때부터 아버지를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고양이의 말뜻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기 시작했다는 알 수 없는 내용. 아무리 고양이가 저지른 일이라고 해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억누르며 고양이의 말을 계속해서 들었다.

「아버지를 죽이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게 된 거죠. 항상 약자였던 아버지의 모습에 지쳐 이제는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게 되어버린 겁니다. 그 자리엔 동정이나 연민이 들어선 것도 아닌 증오가 들어섰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 항상 당당하지 못하고 부끄러웠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고 제 안의 아버지가 완전히 죽었다고 판단되었을 때, 저는 더 이상 아버지가 아버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사회에서 패배하고 낙오된 한 마리의 늙고 새하얀 고양이로 보일 뿐이었죠.」

고양이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흐느껴 우는 주체가 고양이었기에 훌쩍이는 소리가 아닌 야옹거리는 소리였지만 고양이는 분명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크고 노란 눈에서 떨어지는 이슬만한 눈물을 바라보며 나의 감정은 흐트러져만 갔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말았다는 고양이에 대한 증오와 또다시 연민, 그리고 증오, 또다시 연민. 그것들이 수없이 되풀이되고 되풀이되어 내안의 감정의 실타래들은 흐트러지고 흐트러져 내 몸의 깊숙한 곳곳으로 풀어져나갔다. 내가 감정을 다시 되잡기 시작했을 때 고양이의 말은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늙고 새하얀 고양이, 그러니까 아버지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지셨습니다. 저를 위해 오랜 시간 희생하시느라 자신은 얼마 먹지도 못했으며 그나마 먹은 것도 먹은 게 아니었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그런 아버지에게 먹이라도 물어다 봉양을 했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미웠기에… 이 새하얀, 막돼먹은 악마 같은 녀석은 아버지를 위해 단 한 번도 먹이를 물어다 드리지 않았습니다.」

고양이와 나는 서로의 마음이 통한 듯, 눈의 색과 크기는 다르지만 같은 서로의 두 눈을 바라보며 잠깐 멈칫했다. 아니 시간이 이대로 정지한 듯, 더 이상 시간이 가지 않는 듯 했다. 고해소 안의 공기조차도 자신의 흐름을 잠시 정지 한 듯. 그렇게 고해소안의 하나의 사람과 하나의 고양이는 그대로 멈춰서 몇 년이 지난 듯 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달빛이 환히 비추고 있는 창밖을 바라보자니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가진 않은 것 같다.

「그날 아침에 저는 그날하루도 먹고 살아가기 위해 인간들이 북적이는 거리로 나갔습니다. 인간들이 북적거리는 상가에서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생선을 하나 물고 도망칠 수 있었을 뿐이었죠. 그리고 그 생선을 물고 도망치던 도중 뜻하지 않게 차가 다니는 도로로 뛰어들고 말았습니다. 멀리서는 자동차가 달려오며 경적을 울리고 있었고 저는 생선을 떨어뜨린 채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또다시 감정이 북받치는지 그 작은 어깨를 들썩이며 작은 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밤중에 고양이가 우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작은 흐느낌을 듣고 있었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고양이의 말을 들었다.

「그때 제가 죽여 버린 아버지가 그 노쇠한 몸을 이끌고 저에게로 달려오셨습니다. 그러고는 저를 밀치시고 자신이 대신 돌아가셨죠.」

그것이 마지막 말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고양이는 오랜 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부성애의 결과지 그 고양이가 죽인 것은 아니었다. 아니, 어떻게 생각해 본다면 자신이 죽였다는 죄책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복잡한 일이었다.

「죽은 아버지를 보며 그 운전자가 재수 없다는 말과 함께 뱉고 간 침 옆에 제가 있었고, 그 더러운 인간이 뱉고 간 옆에서 들었던 아버지의 마지막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히 들려옵니다.」


「아들아, 많이 다치지는 않았느냐… 너만 괜찮다면 이 아버지는 괜찮단다.」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고양이는 가만히 나를 쳐다보았다. 이 불쌍한 고양이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아버지는… 제가 죽인 아버지는… 제가 당신을 제 안에서 지워버리고, 지우고, 마침내 없애어 죽여 버렸음에도… 아버지는 저를 죽이지 아니하셨습니다. 오히려 그 노쇠한 몸으로 봉양조차 않는 불효자식을 원망하지 않으시고 자식을 한없이 자애로운 눈으로, 따뜻한 사랑의 눈으로 항상 바라보셨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죽였지만… 아버지는 끝내 이 막돼먹은 새하얀 악마 같은 자식을 끝내 죽여 버리지 아니하셨습니다…」

정말이지 인간에게나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거리를 헤매고 밤이면 쓰레기통을 뒤지고 낮이면 가게의 생선을 훔치는 도둑고양이, 들 고양이들에게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 작은 고양이의 회개를 들으며 순간 이 가엾은 고양이가 우리와 같은 종의 어린 자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것이 고야이의 진짜 마지막 말이었는지 고양이는 나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고, 내 눈가엔 작은 이슬이 그렁그렁 매달려 떨어질 자리를 찾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천장이 새나 봐요… 비가 몇 방울 떨어졌네요….」

물론 창밖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맑은 밤 풍경이 펼쳐져 있는데다가 보수한지 얼마 안 되는 성당의 천장이 샐 리는 없었다. 다 큰 어른이 조그마한 고양이를 앞에 두고 운다는 것은 왠지 창피했으니까. 나는 고개를 천장을 향해 들고 한참을 눈을 감은 채 있었다. 그리고 얼마간 그대로 정지. 몸은 정지했지만 심장은 계속해서 뛰었고 마음은 계속해서 퍼져나가고 있었다. 점점 퍼져나가 내 몸 전체가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고 나서야 고양이게 보속을 주었다.

「당신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을 기도와 회개로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작은 고양이는 말을 하는 도중에도 몇 번이고 흐느꼈지만 고해가 모두 끝난 지금에도 또다시 흐느끼고 있었다. 그런 고양이에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죄경을 읊어주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의 죄를 용서합니다.」

「아멘…」

「주님을 찬미합시다.」

「주님의 자비는… 영원하십니다.」

「주님께서 죄를 사하셨습니다. 형제여, 평안히 가십시오.」

「감사… 합니다.」

고양이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천천히 보름달의 달빛이 환하게 비치는 창가 쪽으로 다가가더니 나를 한번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야― 옹―」

하고 한번 길게 울었다. 고해성사를 마친 고양이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음인지, 말을 할 수 없음인지 긴 울음소리로 내게 감사를 표하고서 창문을 훌쩍 뛰어넘어 불이 모두 꺼진 어두운 도시로 사라졌다. 그렇게 한밤중의 말하는, 아니 말하던 고양이와의 고해성사는 그렇게 끝이 났고. 어느 정도는 그 고양이를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바쁜 일상에 파묻혀 이내 곧 그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잊었다기 보다는 너무나 강렬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인지 부분적인 기억상실이 나타난 것일지도. 그 때 그 고해성사가 고양이의 것인지 사람의 것인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 때 그 고해성사의 내용은 아직도 내 바로 앞에서 행해지는 듯 두 귀에 똑똑히 들려온다. 듣자하니 그날 밤은 무척이나 추운 밤이었다고 하는데 내 몸은 알 수 없지만 기분 좋은 감정에 파묻혀 무척이나 따뜻했다는 것을 기억한다. 우리의 아버지들. 그 위대한 사랑에 비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시대에 그런 사랑들은 잊히고 잊히고, 또 잊히어져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아버지들은 여전히 자식을 사랑한다. 물론 어머니들도. 그렇게 끝없는 상념에 사로잡혀 나 홀로 외로이 고해소를 지키고 앉아있다. 혹시라도 그날 밤의 일이 다시금 일어나지는 안을까 하는 기대감에. 하지만 그날 밤의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 날 높고 푸르른, 마치 가을 하늘처럼 파랗고 구름 한 점 떠있지 않은 2월의 어느 날. 고해소를 찾는 신도가 없어 창밖을 바라보다 잠깐 눈을 감았을 때 문득 내가 성직자가 되는 걸 반대하셨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아버지 생각에 젖어있던 나는 감긴 눈을 뜨고 고해소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야옹―」

고해소 계단난간엔 새하얀 고양이 한마리가 앉아있었다. 왠지 낯설지 않고 익숙한 느낌의 하얀 고양이. 그런 고양이를 한참 바라보다 문득 고양이가 춥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고양이를 안고 고해소 안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을까? 배고플 텐데 우유라도 대접해야겠지.

닫히는 고해소의 문틈으로 아버지의 모습이 잠깐 2월의 푸른 하늘 위에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 몸 건강히 계신가요? 아직 아버지와 같은 하늘아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오늘처럼 기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전화라도 한통 드려야겠네요. 아버지는 반가운 목소리를 하고 제 안부를 물으시겠죠.」

그리고 문틈으로 보이던 아버지의 모습이 사라지고 문은 닫히었다. 고양이는… 당분간 여기 머물도록 해요.

「아버지도 나를 반대하셨지만 나를 미워하지는 않으셨겠죠. 오늘따라 당신이 생각나는 것은 왠지 모르겠으나 제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버지도 제 생각이 날 때면 마음이 따뜻해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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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문서에 잠들어있던 글입니다.

꽤나 오래 묻혀있던 까닭에 습작인지 처녀작인지 구분도안가네요 하하;

그렇게 잘 쓰진 못하지만 잘부탁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