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마당 - 단편 게시판
글 수 517
절대로 사랑이 없는 결혼보다도 더 나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사랑은 있지만, 한쪽 사람에게만 있는 결혼이다.
오스카 와일드
“은희야.”
병원의 침실에 누워 있던 영수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왜?”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창문을 청소하며 대꾸했다.
“내가 프로포즈했을 때 했던 말 기억해?”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영수가 어울리지도 않는 정장을 하고, 어울리지도 않는 레스토랑에 나를 불러서는, 어울리지도 않게 폼을 잡으며 구혼했던 때를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그래,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지. ‘너를 지켜주고 싶어.’라니. 지키긴 누가 누구를 지켜. 난 이렇게 병상에 누워 있고 이런 나를 돌봐주는 건 너인데.”
그의 자조 섞인 목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못 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병에 걸려 주사와 약으로 침식된 그의 얼굴은 너무나 초췌해서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은희야.”
그가 다시 한번 내 이름을 불렀다.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지 궁금해하며 그의 얼굴에 귀를 갖다 대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지켜주지 못 해서 미안하다니, 애당초 이런 남자가 나 같은 여자를 지켜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바보같다는 생각과 함께 어떤 면에서는 이 남자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은희야. 나랑…….”
그가 주저하며 말을 꺼냈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 하고 우물쭈물하는 것도 그의 나쁜 습관 중 하나였다. 평소였다면 갑갑한 마음에 성질을 부렸겠지만, 나는 이런 상황에서 화를 낼 만큼 잔인한 여자는 아니었다.
“괜찮으니까 말해봐.”
그는 여전히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하고 있어?”
그의 표정은 내가 후회한다고 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빙긋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아니. 후회 안 해.”
그렇지만 그의 얼굴은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진짜로 후회 안 해.”
그건 거짓이 아니었다. 물론 그를 간호하는 일이 힘든 일이긴 했지만, 그 보상이 있었다. 그는 내 앞으로 20억 원짜리 생명보험을 들어놓았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그는 이른바 오타쿠였다. 배 둘레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컸고, 얼굴에는 여드름이 덕지덕지 난 채로 언제나 땀을 삐질삐질 흘려 주변에 가기만 해도 냄새가 났다. 성격도 그다지 좋지 못해 다른 애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서 게임에 열중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나를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당시부터 내 외모는 수많은 남자아이를 끌어모았고 남자친구가 없었던 때가 없었다. 따라서 고등학교 동안 교실구석에서 처박혀 있던 남자아이에게까지 관심을 가지진 않았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는 나와 같은 대학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내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내게 고백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그때마다 나는 철저히 무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에 대한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그에게 없는 것이 자존심인지, 아니면 눈치인지 고민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쪽이던 별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 주변에는 늘 나를 짝사랑하는 남자들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를 좋아해 온 오타쿠 추종자가 한 명 더 있다고 해도 별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군대에 가게 되었고,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회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영수에 대해서 잠시동안 잊었다.
사회생활3년차 되던 해의 동창회에서 영수와 다시 만났다. 놀랍게도 그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벤처기업을 세웠다. 게다가 그 벤처기업에서 만든 게임이 엄청나게 팔리게 된 결과 그는 백만장자 사장이 되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성공을 손에 쥔 그가 아직도 내게 사랑이란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고민했다. 처음으로 장영수라는 남자의 나에 대한 10년에 걸친 순애보를 깨달았다. 그때 사귀고 있던 남자들은 섹스상대밖에 안 되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녀석들뿐이었다. 반면 영수는 돈이 있었고, 나를 사랑해주었다. 결국 나는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사랑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는 말을 떠올리며, 영수의 ‘지켜주고 싶어’ 어쩌고 하는 프로포즈를 받아들였다.
결혼할 때 그는 생명보험을 들었다. 자기가 없으면 내가 걱정된다고. 그때만 해도 영수가 왜 생명보험에 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에게는 선견지명이란 게 있었나 보다. 아니면 운명이란 것을 실감하고 있었던 걸지도…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고, 한때는 영수의 사업파트너이기도 했던 수길이가 병문안을 왔다. 침대에 누워 있던 영수와 수길은 회사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마친 수길은 병실에서 나갔다. 나는 그런 그를 따라 잠시 병실에서 나왔다.
“은희야. 니가 고생이 많구나.”
수길은 더럽고 꼬질꼬질한 영수와는 달리 훤칠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도 다른 고등학교 동창들과 마찬가지로 나랑 몇 번 자 본 적이 있다. 그는 정말 멋진 남자였다. 게다가 지금은 영수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잘 나가는 벤처기업 사장, 더욱이 독신이다.
“고생은 무슨…….”
내가 힘없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는 수길이 내 머릿결을 만졌다.
“힘들면 언제든지 얘기해. 난 언제나 니 편이야. 영수 편이 아니라 니 편.”
그가 말했다. 그의 말은 영수의 그것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감미로웠다.
“그럼, 잘 있어.”
그는 그 말만을 남기고 병원에서 나갔다.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대화였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일까?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영수가 있는 병실로 돌아왔다. 병원 특유의 냄새와 제대로 씼지도 않은 영수의 냄새가 섞인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무표정하게 병원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보고 있는 영수가 왠지 밉상스럽게 느껴졌다.
“욕심내지 말 걸 그랬어.”
그가 여전히 창문을 보며 말했다.
“결혼을 하자고 하는 게 아니었어. 내 주제에 결혼은 무슨…….”
사실 그다지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가 대답했다.
“지켜주고 싶었어. 많은 것을 해 주고 싶었어. 그런데, 그런데 결국 내가 너한테 해 줄 수 있었던 건 아무것도 없구나. 아니, 오히려 상처만 준 것 같아.”
또 시작이군.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영수의 말이 맞긴 하다. 그렇지만 사실이라고 해서 사실 그대로 말할 정도로 나는 잔인한 여자가 아니었다. 어쨌든 그래도 아직까지는 남편인데, 가는 날까지 좋은 말만 하고 살기에도 부족하지 않나.
“아니.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나는 그가 울기 시작하는 것을 눈치 챘다. 남자가 질질 짜다니, 한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얼마나 괴로우면 저럴까 하는 측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그의 병은 그의 잘못은 아니니까. 아, 따지고 보면 병도 평소의 과도한 열량섭취나 운동부족 때문이구나.
“영수야…….”
뭔가 말을 해야는 하겠지만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도대체 시한부환자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가 있다는 말인가?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죽을 때까지,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살다 가게 해 주는 것뿐이었다. 설사 그게 거짓이라 해도…….
“영수야. 미안해할 것 없어. 난……. 난 네 덕분에 행복했다고.”
영수는 내 말을 듣고도 의심스러운 듯 얼굴을 풀지 않았다.
“은희야. 내 부탁하나만 들어줄래?”
부탁이라는 말에 뭔가 싶었지만 웬만하면 들어주기로 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해 주는 게 옳았다. 적어도 그가 죽기 전까지는…….
“뭔데?”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내가……. 내가 죽고 나면, 나보다 훨씬 멋지고, 나보다 훨씬 돈도 많고, 나보다 훨씬 오래 사는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줘.”
그의 부탁을 듣고 나서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남자다. 죽기 전에 한다는 부탁이 겨우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달라니……. 정말 유치하고, 눈치 없고, 바보같은 남자다. 그렇지만, 어쩌면 이게 이 남자다운 삶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수야. 죽는다는 소리 하지 마. 일주일만 지나면 수술인데 벌써부터 그런 자신 없는 소리 하지 마. 희망이 있잖아. 그 희망만, 희망만 보면서 살자.”
내가 한 말이지만 솔직히 얘기해서 전혀 믿고 있지 않았다. 의사는 수술성공률은 5%, 수술이 실패할 경우에는 십중팔구 즉사할 수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수술이 성공한다고 해도 재발할 확률이 80% 이상. 절망적이었다. 아마 그는 죽을 것이다. 아니, 그는 절대로 죽을 것이다. 나도, 그도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연극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영수야. 그게 무슨 소리냐?”
그의 부모님, 그러니까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그의 병실에 왔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내가 다시 병실로 돌아가려 할 때 시어머니의 말소리가 들렸다.
“은희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그 말에 깜짝 놀라서 병실에 들어가려던 걸음을 멈췄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아요. 그녀를 위해서는 뭐라도 해 주고 싶어요. 그런데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제가 너무 비참해서, 제가 가고 나면 너무나 힘들어 할 그녀가 불쌍해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아이고, 니 눈에는 1년밖에 같이 안 산 마누라밖에 안 보이고, 이십 년간 널 키워준 에미애비한테는 돈 한 푼 안 주겠다고? 쯧쯧쯧, 이래서 자식새끼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니깐. 솔직히 얘기해서 은희 걔가 한 일이 뭐니? 따지고 보면 니가 이렇게 된 것도 다 은희 때문 아니겠니?”
시어머니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시어머니와는 별로 좋은 사이도, 나쁜 사이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시어머니입장에서는 말로는 않아도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유산 받아먹는 게 그렇게 못마땅한가? 원래 유산은 부모가 자식한테 물려주는 것이지, 자식이 부모한테 유산을 넘기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자기는 남편이라는 돈줄이 있지, 나는 그것조차 없는데 자식한테서 유산을 받겠다고? 이런 몰상식한 인간을 봤나?
“어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도 어머니한테는 아버지가 계시잖아요. 제가 죽으면, 제가 죽으면 은희한테는 아무것도 없어요. 의지할 곳도 없이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면 미안해서 죽겠어요. 그래서 아무 대책도 없이 덜컥 결혼해버리고, 상처만 주고 떠나버린 최소한의 책임은 지고 싶어요.”
뭐, 어쨌건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니까.
“그래, 그게 남자다. 니 어머니는 내가 있으니 어떻게든 될 거야. 유산은 은희한테 전부 다 주는 게 도리지.”
가만히 듣고 있던 시아버지가 나서서 말했다. 그나마 시아버지랑 남편이 상식적인 인간이어서 다행이다. 시아버지의 말에는 시어머니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잠깐, 영수 재산이 얼마였지? 집은 빼고 주식이랑 전부 다 합치면 한 30억쯤 되나? 그래, 나도 그 정도 받을 자격은 있지 않겠어.
드디어 수술 날이 왔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영수를 수술실로 데려가기 위해 병실로 찾아왔다.
영수는 여전히 무기력한 표정으로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겁나?”
내 물음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은희야. 그동안 못다 한 말이 너무 많아.”
“무슨 말인지 말해봐.”
슬슬 그의 몸과 입에서 나는 냄새가 참을 수 없이 역겨웠지만 꾹 참고 대답했다. 어찌 되었던 이 입 냄새도 마지막이다. 언젠가는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
“고마워. 끝까지 곁에 있어줘서.”
그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게 그의 유언인가보다.
“미안해. 아무것도 못 해줘서.”
이제 몇 분만 지나면 그는 수술실로 끌려간다. 그리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행복했었어. 사랑해.”
이게 영수의 마지막 말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좋다. 이게 연극이라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해 응해주겠다.
“바보, 너만 그렇다고 착각하지 마. 나도 그래. 나도 고마워. 나도 미안해. 너만 행복했던 줄 알아? 나도… 나도 행복했었어. 너만 사랑한 줄 알아? 나도 사랑해.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연극이다. 고맙다고? 고맙긴 고맙다. 영수가 내게 줬던 사랑과 내게 남겨줄 돈이. 행복했다고? 행복하긴 행복했었다. 그동안 영수에게 받은 명품가방들만 생각하면 행복하다.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그래, 적어도 영수가 죽고 나서 보험금 탈 때까지는 잊지 못할 것이다.
“은희야.”
나를 그윽한 눈으로 -나로서는 그 눈마저도 느끼했지만- 바라보는 영수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의 썩는 듯한 입 냄새가 느껴졌다. 그렇지만 참았다. 마지막 키스다. 될 수 있으면 행복하게 착각 속에서 보내주고 싶다.
잠시 입술을 같이하고 있던 우리를 떼어놓듯이 의사가 영수를 싣고 수술실로 갔다.
이게 그와 함께 한 마지막 시간이 될 것이다. 아마 영수의 수술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보험금과 유산은 내게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수길과 재혼할 것이다. 영수와는 영원히 이별이다. 완벽하다.
안녕. 내 첫 번째 남편. 당신의 마지막 부탁은 들어줄게. 꼭 행복해 질 테니까 천국에서 두고 보라고.
나는 시부모와 함께 병원의자에 앉아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시어머니는 지난번에 유산을 아까워했던 기색은 보이지도 않고 내 손을 꼭 붙잡고는 사이좋은 고부관계를 연출했다. 그녀의 가식적인 모습이 역겨웠지만 참았다. 어차피 영수가 죽고 나면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수술실의 문을 열고 의사가 나왔다.
나와 시부모는 의사에게 결과를 물었다. 뭐, 결과는 알고 있었지만.
“수술은…….”
의사는 뜸을 들이며 말했다. 수술은 실패다.
“성공했습니다.”
뭐? 성공… 이라고? 성공이라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사실 저로서도 예상외였습니다. 지금 와서 하는 말입니다만, 장영수 씨의 진행상태로 봐서 수술이 성공할 가능성은 절망적이어서 수술이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장영수 씨가 열렬히 수술을 원했기에 저도 병원을 그만둘 각오를 하고 수술에 임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참 드문데 부인의 사랑과 정성이 장영수 씨를 살린 것 같습니다.”
의사의 장황한 설명은 거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수가 살아버렸다는 충격에 털썩 주저앉았다.
시부모는 그런 내 손을 잡고는 소란스럽게 말했다.
“어휴, 얘야. 괜찮니? 여보, 얘가 말은 안 해서 그렇지, 마음고생이 심했나 봐요. 수술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러게 말이야. 진작에 네 마음을 이해해 줬어야 하는데……. 미안하다.”
시부모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째서, 어째서 산 것이지?
영수는 수술에서 죽었어야만 했다. 아름다운 결말을 위해서 그는 죽었어야만 했다.
정말 장영수라는 남자는, 마지막까지 눈치 없는 남자다.
그것은 사랑은 있지만, 한쪽 사람에게만 있는 결혼이다.
오스카 와일드
“은희야.”
병원의 침실에 누워 있던 영수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왜?”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창문을 청소하며 대꾸했다.
“내가 프로포즈했을 때 했던 말 기억해?”
그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영수가 어울리지도 않는 정장을 하고, 어울리지도 않는 레스토랑에 나를 불러서는, 어울리지도 않게 폼을 잡으며 구혼했던 때를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그래,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지. ‘너를 지켜주고 싶어.’라니. 지키긴 누가 누구를 지켜. 난 이렇게 병상에 누워 있고 이런 나를 돌봐주는 건 너인데.”
그의 자조 섞인 목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못 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병에 걸려 주사와 약으로 침식된 그의 얼굴은 너무나 초췌해서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은희야.”
그가 다시 한번 내 이름을 불렀다. 또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지 궁금해하며 그의 얼굴에 귀를 갖다 대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지켜주지 못 해서 미안하다니, 애당초 이런 남자가 나 같은 여자를 지켜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바보같다는 생각과 함께 어떤 면에서는 이 남자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은희야. 나랑…….”
그가 주저하며 말을 꺼냈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 하고 우물쭈물하는 것도 그의 나쁜 습관 중 하나였다. 평소였다면 갑갑한 마음에 성질을 부렸겠지만, 나는 이런 상황에서 화를 낼 만큼 잔인한 여자는 아니었다.
“괜찮으니까 말해봐.”
그는 여전히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나랑 결혼한 거 후회하고 있어?”
그의 표정은 내가 후회한다고 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빙긋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아니. 후회 안 해.”
그렇지만 그의 얼굴은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진짜로 후회 안 해.”
그건 거짓이 아니었다. 물론 그를 간호하는 일이 힘든 일이긴 했지만, 그 보상이 있었다. 그는 내 앞으로 20억 원짜리 생명보험을 들어놓았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그는 이른바 오타쿠였다. 배 둘레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컸고, 얼굴에는 여드름이 덕지덕지 난 채로 언제나 땀을 삐질삐질 흘려 주변에 가기만 해도 냄새가 났다. 성격도 그다지 좋지 못해 다른 애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서 게임에 열중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나를 좋아했다는 사실이다. 당시부터 내 외모는 수많은 남자아이를 끌어모았고 남자친구가 없었던 때가 없었다. 따라서 고등학교 동안 교실구석에서 처박혀 있던 남자아이에게까지 관심을 가지진 않았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는 나와 같은 대학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내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내게 고백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그때마다 나는 철저히 무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에 대한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그에게 없는 것이 자존심인지, 아니면 눈치인지 고민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쪽이던 별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 주변에는 늘 나를 짝사랑하는 남자들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를 좋아해 온 오타쿠 추종자가 한 명 더 있다고 해도 별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군대에 가게 되었고,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회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영수에 대해서 잠시동안 잊었다.
사회생활3년차 되던 해의 동창회에서 영수와 다시 만났다. 놀랍게도 그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벤처기업을 세웠다. 게다가 그 벤처기업에서 만든 게임이 엄청나게 팔리게 된 결과 그는 백만장자 사장이 되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성공을 손에 쥔 그가 아직도 내게 사랑이란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고민했다. 처음으로 장영수라는 남자의 나에 대한 10년에 걸친 순애보를 깨달았다. 그때 사귀고 있던 남자들은 섹스상대밖에 안 되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녀석들뿐이었다. 반면 영수는 돈이 있었고, 나를 사랑해주었다. 결국 나는 사랑하는 사람보다는 사랑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는 말을 떠올리며, 영수의 ‘지켜주고 싶어’ 어쩌고 하는 프로포즈를 받아들였다.
결혼할 때 그는 생명보험을 들었다. 자기가 없으면 내가 걱정된다고. 그때만 해도 영수가 왜 생명보험에 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에게는 선견지명이란 게 있었나 보다. 아니면 운명이란 것을 실감하고 있었던 걸지도…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고, 한때는 영수의 사업파트너이기도 했던 수길이가 병문안을 왔다. 침대에 누워 있던 영수와 수길은 회사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마친 수길은 병실에서 나갔다. 나는 그런 그를 따라 잠시 병실에서 나왔다.
“은희야. 니가 고생이 많구나.”
수길은 더럽고 꼬질꼬질한 영수와는 달리 훤칠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도 다른 고등학교 동창들과 마찬가지로 나랑 몇 번 자 본 적이 있다. 그는 정말 멋진 남자였다. 게다가 지금은 영수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잘 나가는 벤처기업 사장, 더욱이 독신이다.
“고생은 무슨…….”
내가 힘없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는 수길이 내 머릿결을 만졌다.
“힘들면 언제든지 얘기해. 난 언제나 니 편이야. 영수 편이 아니라 니 편.”
그가 말했다. 그의 말은 영수의 그것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감미로웠다.
“그럼, 잘 있어.”
그는 그 말만을 남기고 병원에서 나갔다.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대화였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일까?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영수가 있는 병실로 돌아왔다. 병원 특유의 냄새와 제대로 씼지도 않은 영수의 냄새가 섞인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무표정하게 병원침대에 걸터앉아 창밖을 보고 있는 영수가 왠지 밉상스럽게 느껴졌다.
“욕심내지 말 걸 그랬어.”
그가 여전히 창문을 보며 말했다.
“결혼을 하자고 하는 게 아니었어. 내 주제에 결혼은 무슨…….”
사실 그다지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가 대답했다.
“지켜주고 싶었어. 많은 것을 해 주고 싶었어. 그런데, 그런데 결국 내가 너한테 해 줄 수 있었던 건 아무것도 없구나. 아니, 오히려 상처만 준 것 같아.”
또 시작이군.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영수의 말이 맞긴 하다. 그렇지만 사실이라고 해서 사실 그대로 말할 정도로 나는 잔인한 여자가 아니었다. 어쨌든 그래도 아직까지는 남편인데, 가는 날까지 좋은 말만 하고 살기에도 부족하지 않나.
“아니.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나는 그가 울기 시작하는 것을 눈치 챘다. 남자가 질질 짜다니, 한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얼마나 괴로우면 저럴까 하는 측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그의 병은 그의 잘못은 아니니까. 아, 따지고 보면 병도 평소의 과도한 열량섭취나 운동부족 때문이구나.
“영수야…….”
뭔가 말을 해야는 하겠지만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도대체 시한부환자에게 무슨 말을 해 줄 수가 있다는 말인가?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죽을 때까지,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살다 가게 해 주는 것뿐이었다. 설사 그게 거짓이라 해도…….
“영수야. 미안해할 것 없어. 난……. 난 네 덕분에 행복했다고.”
영수는 내 말을 듣고도 의심스러운 듯 얼굴을 풀지 않았다.
“은희야. 내 부탁하나만 들어줄래?”
부탁이라는 말에 뭔가 싶었지만 웬만하면 들어주기로 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해 주는 게 옳았다. 적어도 그가 죽기 전까지는…….
“뭔데?”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내가……. 내가 죽고 나면, 나보다 훨씬 멋지고, 나보다 훨씬 돈도 많고, 나보다 훨씬 오래 사는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줘.”
그의 부탁을 듣고 나서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남자다. 죽기 전에 한다는 부탁이 겨우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달라니……. 정말 유치하고, 눈치 없고, 바보같은 남자다. 그렇지만, 어쩌면 이게 이 남자다운 삶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수야. 죽는다는 소리 하지 마. 일주일만 지나면 수술인데 벌써부터 그런 자신 없는 소리 하지 마. 희망이 있잖아. 그 희망만, 희망만 보면서 살자.”
내가 한 말이지만 솔직히 얘기해서 전혀 믿고 있지 않았다. 의사는 수술성공률은 5%, 수술이 실패할 경우에는 십중팔구 즉사할 수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수술이 성공한다고 해도 재발할 확률이 80% 이상. 절망적이었다. 아마 그는 죽을 것이다. 아니, 그는 절대로 죽을 것이다. 나도, 그도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연극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영수야. 그게 무슨 소리냐?”
그의 부모님, 그러니까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그의 병실에 왔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내가 다시 병실로 돌아가려 할 때 시어머니의 말소리가 들렸다.
“은희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그 말에 깜짝 놀라서 병실에 들어가려던 걸음을 멈췄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아요. 그녀를 위해서는 뭐라도 해 주고 싶어요. 그런데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제가 너무 비참해서, 제가 가고 나면 너무나 힘들어 할 그녀가 불쌍해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아이고, 니 눈에는 1년밖에 같이 안 산 마누라밖에 안 보이고, 이십 년간 널 키워준 에미애비한테는 돈 한 푼 안 주겠다고? 쯧쯧쯧, 이래서 자식새끼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니깐. 솔직히 얘기해서 은희 걔가 한 일이 뭐니? 따지고 보면 니가 이렇게 된 것도 다 은희 때문 아니겠니?”
시어머니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시어머니와는 별로 좋은 사이도, 나쁜 사이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시어머니입장에서는 말로는 않아도 내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유산 받아먹는 게 그렇게 못마땅한가? 원래 유산은 부모가 자식한테 물려주는 것이지, 자식이 부모한테 유산을 넘기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자기는 남편이라는 돈줄이 있지, 나는 그것조차 없는데 자식한테서 유산을 받겠다고? 이런 몰상식한 인간을 봤나?
“어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도 어머니한테는 아버지가 계시잖아요. 제가 죽으면, 제가 죽으면 은희한테는 아무것도 없어요. 의지할 곳도 없이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면 미안해서 죽겠어요. 그래서 아무 대책도 없이 덜컥 결혼해버리고, 상처만 주고 떠나버린 최소한의 책임은 지고 싶어요.”
뭐, 어쨌건 논리적으로는 맞는 말이니까.
“그래, 그게 남자다. 니 어머니는 내가 있으니 어떻게든 될 거야. 유산은 은희한테 전부 다 주는 게 도리지.”
가만히 듣고 있던 시아버지가 나서서 말했다. 그나마 시아버지랑 남편이 상식적인 인간이어서 다행이다. 시아버지의 말에는 시어머니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잠깐, 영수 재산이 얼마였지? 집은 빼고 주식이랑 전부 다 합치면 한 30억쯤 되나? 그래, 나도 그 정도 받을 자격은 있지 않겠어.
드디어 수술 날이 왔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영수를 수술실로 데려가기 위해 병실로 찾아왔다.
영수는 여전히 무기력한 표정으로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겁나?”
내 물음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은희야. 그동안 못다 한 말이 너무 많아.”
“무슨 말인지 말해봐.”
슬슬 그의 몸과 입에서 나는 냄새가 참을 수 없이 역겨웠지만 꾹 참고 대답했다. 어찌 되었던 이 입 냄새도 마지막이다. 언젠가는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
“고마워. 끝까지 곁에 있어줘서.”
그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게 그의 유언인가보다.
“미안해. 아무것도 못 해줘서.”
이제 몇 분만 지나면 그는 수술실로 끌려간다. 그리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행복했었어. 사랑해.”
이게 영수의 마지막 말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좋다. 이게 연극이라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해 응해주겠다.
“바보, 너만 그렇다고 착각하지 마. 나도 그래. 나도 고마워. 나도 미안해. 너만 행복했던 줄 알아? 나도… 나도 행복했었어. 너만 사랑한 줄 알아? 나도 사랑해.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연극이다. 고맙다고? 고맙긴 고맙다. 영수가 내게 줬던 사랑과 내게 남겨줄 돈이. 행복했다고? 행복하긴 행복했었다. 그동안 영수에게 받은 명품가방들만 생각하면 행복하다.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그래, 적어도 영수가 죽고 나서 보험금 탈 때까지는 잊지 못할 것이다.
“은희야.”
나를 그윽한 눈으로 -나로서는 그 눈마저도 느끼했지만- 바라보는 영수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의 썩는 듯한 입 냄새가 느껴졌다. 그렇지만 참았다. 마지막 키스다. 될 수 있으면 행복하게 착각 속에서 보내주고 싶다.
잠시 입술을 같이하고 있던 우리를 떼어놓듯이 의사가 영수를 싣고 수술실로 갔다.
이게 그와 함께 한 마지막 시간이 될 것이다. 아마 영수의 수술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보험금과 유산은 내게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수길과 재혼할 것이다. 영수와는 영원히 이별이다. 완벽하다.
안녕. 내 첫 번째 남편. 당신의 마지막 부탁은 들어줄게. 꼭 행복해 질 테니까 천국에서 두고 보라고.
나는 시부모와 함께 병원의자에 앉아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시어머니는 지난번에 유산을 아까워했던 기색은 보이지도 않고 내 손을 꼭 붙잡고는 사이좋은 고부관계를 연출했다. 그녀의 가식적인 모습이 역겨웠지만 참았다. 어차피 영수가 죽고 나면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수술실의 문을 열고 의사가 나왔다.
나와 시부모는 의사에게 결과를 물었다. 뭐, 결과는 알고 있었지만.
“수술은…….”
의사는 뜸을 들이며 말했다. 수술은 실패다.
“성공했습니다.”
뭐? 성공… 이라고? 성공이라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사실 저로서도 예상외였습니다. 지금 와서 하는 말입니다만, 장영수 씨의 진행상태로 봐서 수술이 성공할 가능성은 절망적이어서 수술이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장영수 씨가 열렬히 수술을 원했기에 저도 병원을 그만둘 각오를 하고 수술에 임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참 드문데 부인의 사랑과 정성이 장영수 씨를 살린 것 같습니다.”
의사의 장황한 설명은 거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영수가 살아버렸다는 충격에 털썩 주저앉았다.
시부모는 그런 내 손을 잡고는 소란스럽게 말했다.
“어휴, 얘야. 괜찮니? 여보, 얘가 말은 안 해서 그렇지, 마음고생이 심했나 봐요. 수술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러게 말이야. 진작에 네 마음을 이해해 줬어야 하는데……. 미안하다.”
시부모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째서, 어째서 산 것이지?
영수는 수술에서 죽었어야만 했다. 아름다운 결말을 위해서 그는 죽었어야만 했다.
정말 장영수라는 남자는, 마지막까지 눈치 없는 남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