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은 이제 서서히 대기권 진입궤도로 접어 들고 있었다. 팬케
익모양의 탐사선의 주위로 붉게 타오르는 불꽃은 처녀의 발버둥
같지만 우주선이 곧장 미답지에 착륙하게 되는 것은 3분도 채 걸
리지 않을 것이다.
우주선의 제2브릿지-전쟁분위기를 내기 좋아하는 기관장이 흔히
전투함교라고 부르기 좋아하는-에는 얼마전 있었던 바이오스피어
에서의 작은 알력사건에서 패배한 이들이 모여 앉아 뒷담화 중이
었다. 어느 시대에나 뒷담화는 열등감폭발의 패배자들이 하는 것
으로 낙착되곤 했지만 이번만큼은 상황이 좀 달랐다.
“내가 말했다시피 이번만큼은 벡플이 잘못한 것 같아.” 미니파는
설탕이 잔뜩 묻은 도너츠를 입에 투기하면서 말했다. 아직까지 화
가 풀리지 않은 듯 입이 뾰루퉁하게 나온 것이 눈덮인 산을 신으
로 모시던 고대지구인들의 일부가 봤으면 튀어나온 입술에 대한
예찬을 한 뭉치는 쏟아 냈을 만큼 튀어나와 있었다.
“애초에 네가 TT8A에서 영장류랍시고 데리고 온게 잘못이었어.
엄청난 감봉이라구! 나... 아직 할부금도 남아 있는데.” 벡플은 머
리를 쥐어뜯으려다 오리온스타일 파머가 헝클어지는걸 생각한 듯
비녀를 고쳤다.
“숙녀분들.....” 빅딜이 두 사람의 말다툼을 17번째 말리려는 순간,
17번째 대답이 돌아왔다.
“박사님은 좀 빠지세요.”
“.......네.”
“이제 저 불쌍한 영장류는 낯선별에서 종의 생존이라는 위대하면
서도 지엄한 테스트를 받겠군. 슬프구나. 인간이 마치 신이라도 된
양.”
벡플은 꼬았던 다리를 다시 고쳐서 앉았다. 순진한 빅딜의 눈이
잠시 자신의 다리에 꽂혔지만 벡플은 괘념치 않았다.
“애당초 박사님이 ‘왠지 먹지말라는 것 같지만 맛보면 안될것같은’
사과를 바이오스피어 한복판에... 그것도 눈에 잘 띄는 곳에 놔둔
게 잘못이라구요”
“그렇지만 저 불쌍한 영장류 앞에서 사과를 먹어보인건 벡플 양이
잖습니까?” 빅딜은 곧 벡플의 무시무시한 눈빛이라는 반격을 받았
고, 지구연방이 그랬던 것처럼 미니파에게 구원을 호소하는 눈빛
을 호소 했고, 달공화국은 금성제국의 공격에서 지구연방을 외면
했다.
빅딜은 ‘애당초 바이오스피어는 내 관할이었는데 영장류를 밀반입
한건 미니파양이었고, 그 영장류를 꼬셔 지능발달촉진제를 먹인건
벡플양이었잖습니까! 바이오스피어 연구를 위생담당관에게 검사당
하고 내 연구실이 수색당하게 된건 모두 두분 탓이라구요!’라고 크
게 외치고 싶었다가도 입밖에 꺼냈다가 두 미녀의 치사성 눈흘기
기에 당할것이 두려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래, 연구실에서 연구
만 하던 초라한 학자가 탐사선내 최고의 악녀들의 몸로비?에 정신
이 팔려 자신의 연구자료를 보여주고, 바이오스피어에서 밀반입한
생물을 키우고, 더욱이 그 영장류가 지능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
까지 발각되기에 이른건 인간정신의 나약함의 증거지, 빅딜의 정
신력이 약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어쨌든 호모 사피엔스와도 유사한 인식체계를 가지게 되었다고 판
단된 이 영장류 한쌍을 이름모를 별에라도 떨궈놓기로 한건 잘 된
일인 것 같다. 미니파와 벡플 두 악녀들은 마치 에덴동산을 지키
는 천사와 사탄이라도 된양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이브 이야기를
연출해, 마침내는 지능촉진제를 먹게되어 ‘대협정’의 조항대로 지
능을 가진 생명체는 간섭해선 안된다는 선장의 판결에 따라 적당
한 별에 내려주게 되었고. 그리하여 지상에 도착하기까지는 앞으
로 1분여 가량. 지구와 흡사한 행성이 있다니 그것도 다행.
탐사선은 이제 구름을 통과해 지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찌됐든
알바 아니다란 무관심한 대협정의 조항대로 죽든 말든 그것은 우
리가 알바 아니다란 심보를 가득품은 선장의 판결은 ‘두 영장류를
적당한 지상에 내려주고 우리는 원래의 탐사목적인 거대 햄스터
우주인과의 문화교류에 전념하자’였다. 그래 저 두 영장류가 어찌
됐든 알바는 아니지. 게다가 원래 저 두 영장류의 모성은 폭발해
버렸고, 운좋게 그 주위를 지나가던 탐사선이 아직 진화단계에 있
던 저 두 생명을 주워 온 것 아닌가?
“이제 정말 안녕이군”
두 영장류는 1분안에 자연분해되어 사라지는 캡슐안에 웅크린채로
마취주사를 맞아 잠들어 있었다. 이제 캡슐이 사라지고 나면 저
별의 환경에 적응과 생존이라는 시험에 직면하겠지.
벡플과 미니파의 유전자조작이라는 장난질 덕분에 미생물적 내성
은 강하니 어이없게 죽는일은 없겠지. 하지만 문제는 번식이었다.
과연 번식이 가능할까? 빅딜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떠오르는 탐사선의 카메라에는 캡슐이 서서히 자연분해되어 사라
지고 그 안에 웅크린 두 영장류의 모습이 캐치되었다.
“정말 궁금한건...”
미니파와 벡플의 따가운 눈초리에도 빅딜은 말을 계속했다.
“둘다 남성인데 어떻게 아담과 이브가 될수 있죠?”
벡플은 데스크에서 꼬고 있던 다리를 풀며 내려왔다. 미
끈한 몸매가 빅딜의 눈으로 들어왔다. 벡플의 허리 너머 카메라에
잡힌 두 영장류의 ‘돌출형 남성 생식기’가 눈에 들어온다.
“그건, 여성들의 환타지니까요. 아이를 낳든 말든, 어떻게 번식을
하든 그건 알바가 아니예요.” 벡플의 눈은 마치 승리감에 도취된
듯 이글거리고 있었다.
“언젠가 다시 이별에 돌아와 둘이 잘?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도록
하죠. 둘이서 잘하고 있다면 그때 봐서 번식을 도와주도록 하죠.”
미니파가 여전히 스크린을 바라보며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빅딜은 말문이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