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오늘 드래곤 들어올거냐?"

"어."

"이따가 애들한테 문자해라. 같이 하자."

"그래."

민욱은 요즘 자신의 처지가 싫어졌다. 아버지의 사업은 어렵고, 어머니는 갑상선이 안 좋아졌다. 학교 수업은 재미가 없고, 친구들과 그닥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는 있지만 성적은 제자리. 항상 중위권에서 머무른다. 감옥. 포위. 고립. 민욱은 갇혔다. 무형의 감옥에 갇혔다. 자본주의 사회의 덫에 갇혔다. 정부의 통치에 갇혔다. 그닥 절망적이지도 않고, 그닥 희망적이지도 않다. 딱 그저 그런 상태. 자살을 결심하기에는 너무 행복하고, 행복에 겨워 웃기에는 너무 불행한 상태. 중간자적 지위. 진정한 중립.

그래서 그는 드래곤을 한다. 몇 안되지만 진솔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친구들과 같이 드래곤을 한다. 민욱, 성찬, 주영 이 세 명은 라이프 스타일이 거의 같아 게임 접속 시간도 일치했다.

집에 들어와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하며 가방을 소파에 던진다. 방에 들어가 교복 상의를 벗고 발로 컴퓨터의 파워 버튼을 누른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모두 집 안에 있지만 별 말이 없다. 민욱도 할 말이 없다. 발화의 3요소는 발화자, 청자, 메시지이다. 셋 모두 없다. 말하고 싶은 사람도, 들을 사람도, 할 말도 없다.

윈도우 XP의 로딩 화면이다. 지렁이 2마리 지나가고 화면이 바뀐다. 이 컴퓨터는 민욱의 자랑이다. 최소한의 견적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부품만으로 구성했다. 직접 용산을 돌아다니며 부품을 사고 집에 와서 조립했다. 컴퓨터를 가까이하는 순간 민욱은 변한다. 컴퓨터에 한해서만은 그는 중간이 아니다. 그는 우월하다.

이미 시간은 밤 11시. 지금부터 게임해봤자 얼마나 하겠냐마는, 온라인 게임은 마치 운동과 같다. 하루를 빠지면 그 보충을 위해 이틀을 해야 한다. 매일 1~2시간이라도 꾸준히 게임을 하면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PvP를 위한 게임이기에 컨트롤, 컨셉, 컨디션의 3C는 실력과 직결된다.

드래곤 아이콘을 더블클릭하고 로그인 화면을 본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는 이 순간, 이 순간은 정말 짜릿하다. 전율이 심장에서부터 손끝까지 이어진다. 게임 속의 대도시 타르서스에서 민욱의 캐릭터, 스피어스가 민욱을 반긴다. 엄청난 속도로 키보드를 질주하는 민욱의 손이 단축키와 길드 채팅을 넘나들었다. 3초만에 민욱은 친구 창을 열어 성찬과 주영이 접속했는지 확인하고 길드 창을 열어 "ㅎㅇ"를 날린 다음 타르서스의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 캐릭터를 움직였다.

민욱의 캐릭터 스피어스는 이미 성능상으로 극한의 경지에 다다랐다. 민욱의 플레이 스타일에 완벽히 맞춰져 커스텀되었기 때문에 더 좋은 아이템을 구한다던가 하는 일들이 무의미했다. 그는 다른 플레이어와 전쟁을 벌이기 위해 분쟁지역인 엘딘 숲으로 움직였다. 그 때였다. 한 무리의 몹이 왠 동료 플레이어를 좇아 달리고 있었다. 애드! 직감적으로 민욱은 불꽃의 돌진 기술을 사용하여 선두의 트롤을 공격했다.

가슴 속까지 후련해지는 폭발음과 함께 민욱의 캐릭터는 게임상에서 약 40m 정도 되는 거리를 순간적으로 도약했다. 민욱의 손이 키보드에서 춤을 추자 스피어스는 화염 방패, 불기둥, 불의 장벽, 불꽃회오리의 4연타를 몹들에게 날려 광역으로 불꽃의 피해를 입혔다. 그야말로 극한의 데미지 딜링! 민욱의 스타일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무한 공격이었다. 붉고 노란 그래픽 효과가 모니터를 가득 도배하고 잠시 후, 트롤들은 모두 쓰러졌다.

민욱은 그다지 정의감이나 명예를 따지는 성격이 아니라 인사를 받기도 귀찮았다. 적군을 찾기 위해 다시 움직이려는 찰나, 그가 구해준 캐릭터의 말풍선이 나타났다.

- 시발놈아 왜 스틸하는데.. 아 짱나 개-새끼야 뒤지고 싶냐

예상 외의 반응이었다. 간단하게 "ㄳ" 정도로 마무리 될 상황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놀라웠다. 그 캐릭터가 - 아프테라스가 - 걸치고 있는 옷을 보아 갓 50 레벨을 찍었다고 생각해서 도와준 건데 욕을 하다니. 설마 그 정도 아이템으로 몰이 사냥을 하겠다고 하는 건가? 가소로운 생각에 민욱은 대꾸도 하지 않고 친구창을 열어 친구들을 찾았다. 아직 성찬과 주영은 접속하지 않았다.

그가 대답하지 않고 계속 움직이자 아프테라스가 더 화가 난 듯 했다. 각종 욕설을 퍼부으며 따라다니다가 급기야 1:1 결투 신청을 하기 시작했다. 민욱은 세 번이나 결투를 거부했다. 그러자 아프테라스가 말했다.

- 겁쟁아

겁쟁이. 그 단어에는 민욱을 움직이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는 결투 신청을 승락하고 생각했다.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결투 준비 시간 5초 동안 민욱은 재빨리 눈을 모니터 좌우로 돌리며 물약의 정비 상황과 기술들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체크했다. 오늘은 불 계열 최강의 마법인 화염 폭격을 아직 쓰지 않았으니 상대가 어떤 캐릭터라도 승산이 충분했다. 열심히 좌우 사이드 스텝을 밟으며 거리를 재던 민욱은 결투 시작이 선언되자마자 화폭을 날렸다. 스피어스의 화염 폭격은 아프테라스에게 가히 사기적인 피해량을 입히며 무려 2초의 기절까지 선사했다. 2초 기절! 고수의 2초는 게임을 굳히기에 충분했다. 화폭에 이은 불기둥과 불의 장벽만으로 벌써 아프테라스의 체력은 30% 아래로 떨어졌다. 스피어스는 즉시 시전 마법들을 사용하자 마자 얄밉게 뒤로 3미터 정도 빠져 화염구를 시전했다. 이 거리는 아주 애매해서 돌격으로 스피어스의 마법 시전을 차단하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 아프테라스는 기절에서 깨어나자마자 앞으로 달려왔지만 그 때 캐스팅을 무빙으로 취소한 스피어스의 불태우기와 불꽃회오리 연타에 그만 자리에 눕고 말았다. 민욱은 드래곤의 감정 표현 기능을 십분 활용하여 아프테라스를 놀렸다.

- 생각했던 것보다 더 허접이네? 이제 깝 ㄴㄴ

- 아 시발놈아.. 한번 더 뜨자

두 번째도 싱거웠다. 화염 폭격 없이도 스피어스는 빙결 주문으로 아프테라스를 얼리고 거리를 벌린 후 화염 주문으로 데미지를 입히는 방법으로 손쉽게 승리했다. 두 번을 내리 이기자 아프테라스가 마구 채팅창에 욕을 하기 시작했다. 짜증난 민욱은 스트레스나 풀겠다는 생각으로 맞잡아 욕을 하기 시작했다. 욕은 금새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되어 흉험한 협박이나 부모 및 조상을 싸잡아 도매급으로 넘기는 정도에 이르렀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아프테라스가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채팅창에 찍었다.

- 010 XXXX XXXX다 전화해라 시-발새꺄

어이쿠 잘됐다, 싶어 민욱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어 번호를 찍고 전화부에 저장을 눌렀다. 그리고 자꾸 따라다니는 아프테라스를 무시하며 친구창을 열어 친구들이 왔는지 확인했다.

- 오! 성찬이 왔냐

귓말을 날린 후 민욱은 성찬과 함께 전장을 휩쓸기 위해 성찬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아프테라스의 전화번호는 유용하게 쓰일 곳이 있었다. 험난한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다 보면 반드시 싸움이 나기 마련이다. 그럴 때 자신의 전화번호가 아니더라도 먼저 전화번호를 까고 전화하라고 으름장을 놓으면 진짜 막장이 아닌 다음에야 한 수 접어준다.

- 아 멍청한 새끼, 전번 까 주니 고맙네여...

- 무슨 소리야?

갑자기 어리둥절한 소리를 하는 민욱이 이상해 성찬이 물었지만 민욱은 히죽히죽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날, 학교에서 민욱은 반 친구들을 앉혀 놓고 자신의 무용담을 신나게 전해주고 있었다. 적당히 살이 덧붙여진 이야기는 잘 쓰여진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 같았다. 주영과 성찬은 민욱의 이야기에 배꼽을 잡고 웃으며 같이 아프테라스를 욕했다. 도대체 그런 허접 새끼들은 왜 드래곤을 하는거야? 그렇게 발릴 거면 월 정액이 아깝지 않나? 아이스톰 사에 돈을 퍼주고 싶어서 환장했나? 친구들은 마구 웃었다. 민욱은 자신이 뿌듯했다. 뭔가 게임을 통해 자아를 되찾은 느낌이었다.

"야, 그 번호 나 좀 찍어줘. 나도 겜하다 욕할때 쓰자."

주영이 말했다. 민욱은 웃으며 주영의 핸드폰에 번호를 찍었다. 그런데 저장 버튼을 누르기 전에 벌써 김용주라는 이름이 액정에 떴다.

"어? 얘 누구야?"

뭔가 심상찮은 느낌에 민욱은 주영을 돌아 보았다. 주영은 잠시 번호와 이름을 바라보다가 민욱에게 물었다.

"야, 어제 니가 죶바르고 욕한 새끼가 이 번호 확실하냐?"

"어. 아마 그럴걸"

"너 죶됐다.. 얘 우리학년 용주잖아."

쿵! 쿵! 심장이 떨어졌다.

"에이, 설마. 용주도 드래곤 하나?"

민욱의 간절한 기대에도 불구, 아무도 속 시원하게 아는 사람이 없었다. 갑자기 찝찝해진 상황에 민욱은 조심스레 자기 자리에 가서 앉았다. 옆 자리의 혁진이 말을 걸어왔다.

"야, 너 진짜 용주랑 겜에서 맞짱뜬거냐? 너 이제 뒤졌네?"

"아... 시발, 우리반 새끼들이 소문내면 나 뒤질 거 같은데... 아 어쩌지?"

"용주 바로 옆반이다... 너 내가 장담하는데 이 다음 쉬는 시간에 죽빵 나간다."

"넌 새꺄 지금 상황에서 농담이 나오냐?"

"야 근데 그 새끼도 용주 번호 어디서 줏어듣고 너한테 사기친거 아냐? 그 새끼가 용주라는 보장 없잖아?"

"아 근데 만에 하나라는게 있잖아.. 진짜 용주면 시발 나 전학 가야 되냐?"

스릴 넘치는 수업 시간이 끝나고 점심시간. 갑자기 교실 앞 문을 열어 젖히며 용주가 소리쳤다.

"유민욱 어딨냐 개-새끼야!"

민욱은 삽시간에 온 몸에서 피가 빠져 나가는 소리를 들은 듯 했다. 도대체 어떤 새끼가 불은거야? 그와 용주의 눈이 마주쳤다.


학교가 끝나고 민욱은 집을 향했다. 아까의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진 않았다. 용주는 단지 민욱을 몇 번 걷어차고 쏘아보며 말했을 뿐이었다.

"좋은 말로 할 때 캐삭해라 새꺄. 너 한번만 더 보이면 죽여버린다."

심각했다. 굉장히 심각했다. 민욱은 집에 돌아가며 오른쪽 다리를 계속 쓸었다. 킥복싱을 배우기라도 하는지 단지 걷어차인 것 뿐인데 다리에 멍이 들었다. 너무 아프고 억울했다.

"아 씨-발!"

길을 걷다 갑자기 소리쳤다. 놀란 거리가 슬금슬금 민욱을 피하는 듯 했다.


집에 돌아온 민욱은 컴퓨터를 키고 핸드폰으로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 야 나 진짜 캐삭할까?

답장이 왔다.

- 아 병시나 ㅋㅋ 한 일주일 버로우타면 다 잊어  캐삭은 무슨 캐삭이야 쪼다같이

쪼다라는 말이 민욱의 가슴을 찔렀다. 어쩌면 자신이 진짜 쪼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민욱은 답답한 기분을 느꼈다. 게임상에서 아무리 날뛰면 뭐해? 옆 반 놈이 폭력을 휘두르는데도 말 한마디 못하고 굴복할 뿐인데.

"아 시발.. 진짜 죶됐네.. 아.. 세컨이나 키울까.."

그러나 5레벨도 찍기 전에 지겨워졌다. 50레벨들과 자웅을 겨루던 자신이 한낱 양아치의 협박이 두려워서 쪼렙을 키운다. 굉장히 서글펐다. 민욱은 잠시 캐릭터를 사냥터에 세워놓고 라면을 끓이고 돌아왔다.

"아 씨-발! 어떤 개-새끼가!"

그의 캐릭터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있었다. 큰 소리가 나자 부모님이 방에 들어와 무슨 일인지 물었다. 민욱은 게임에 일이 있어서 놀라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보나마나 부모님은 아들이 게임 때문에 점점 이상해진다고 믿을 것이다. 게임만 하지 않는다면 우리 아들이 전교 20등 안에는 들 텐데 하고 허황된 기대를 품고 있을 터이다. 어떤 놈은 3년 내내 게임만 하고서도 전교 1등을 하고 대학을 잘 가는데, 왜 나는 1년밖에 게임을 안 하고서도 중위권인가? 역시 인생은 불공평한 건가. 아 하필 키배를 떠도 학년 짱하고 뜨냐. 나는 참 더럽다. 더럽게 운이 없다.

화가 났다. 매우 화가 치밀었다. 그래도 라면은 맛있었다. 그게 민욱을 더 서글프게 만들었다. 내가 학교폭력의 희생자이건, 드래곤 안의 학살자이건 라면은 변하지 않는다. 게임과 현실은 너무나 큰 괴리를 이루고 있다. 거대한 차이, 장벽이 두 세계를 가로막고 있다. 어찌해야 하나? 장벽을 넘기엔 너무나 나약한 인간은 어찌해야 하나? 포기할까? 굴복할까? 캐삭하고 새로 키울까? 아니면 용주가 잊을 때까지 기다릴까? 용주 새끼는 멍청하니까 금방 잊을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싸움 잘하는 놈이 멍청하다는 건 편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민욱은 홀린 듯이 라면을 먹다 말고 계정 관리 화면으로 들어갔다. 그의 자랑스런 스피어스 캐릭터를 클릭하고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 캐릭터를 화염 마법에 특화되도록 키우는데 3개월. 민욱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아이템을 맞추는데 또 3개월. 전장을 휩쓸며 게임 세계에서 명성을 얻는데 또 3개월이 걸렸었다. 스피어스 하면 서버 안의 마법사들은 모두 알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였다. 스피어스의 눈이 민욱의 눈과 마주쳤다. 찡한 슬픔을 느끼며 민욱은 캐릭터 삭제 버튼을 눌렀다. 스피어스가 민욱에게 겁쟁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민욱은 중얼거렸다.

"결코 용주가 무서워서 이러는 건 아니야. 단지 내 생활을 찾고 싶었을 뿐이야. 드래곤을 끊으면 나도 공부 잘 할 수 있어. 드래곤 때문에 망친 생활 보상 받고 싶을 뿐이야."

변명이었다. 캐릭터 삭제 확인 창이 떴다. 5초 안에 취소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면 캐릭터는 영원히 삭제되고 만다. 카운트 다운은 길었다. 영겁의 카운트다운이 진행되는 동안 민욱은 계속 스피어스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쩔 거야? 평생 이렇게 살거야? 굴복할 거야? 언제까지 쫄아서 살 거야? 막상 오늘 그렇게 맞지도 않았잖아? 자존심도 없니? 커서 뭐가 될 건데? 운전하다 시비 붙으면 차 안에서 창문만 열고 소리치는, 그런 사람이 될 거야? 열린 차창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멱살을 잡으면 금새 잘못했다고 비는 그런 사람이 될 거야?

어느덧 숫자가 1에서 0으로 바뀌고, 민욱은 취소 버튼을 눌렀다. 아슬아슬했다. 찰나의 시간만 더 지났어도 캐릭터가 삭제될 뻔 했다. 민욱은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물기를 느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 내일 맞아 죽더라도, 설사 진짜 죽기야 하겠냐마는, 오늘 게임을 하자. 용주를 아주 철저하게 개 발라버리고 내일 당당하게 맞서 싸우자. 아니, 싸우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굴복하지는 말자.

그는 무엇인가에 홀린 듯이 드래곤에 접속했다. 스피어스로 들어온 드래곤의 세계는 여전히 훌륭했다. 잠시 후, 그가 바라던 귓속말이 왔다.

- 유민욱 너 시발 진짜 뒤지고 싶냐

민욱은 용감하게 답장을 보냈다. 그의 손가락은 어제와 달리 빠르지 못했다. 간신히, 떨리면서, 독수리 타법으로 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는 또박 또박 답장을 보냈다. 자신이 대견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왔을까? 그는 답장을 보내고 용주의 귓말을 기다리며 떨리는 손으로 라면을 먹었다. 환히 빛나는 LCD의 하단, 채팅창에는 이런 답장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 야 내가 어제 진짜 미안했어... 사과의 뜻으로 너에게 이 캐릭 계정이랑 비번 공유해줄게. 제발 캐삭만은... 용주야 한번만 봐줘... ㅠㅠ 나 진짜 미안해 다신 안그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