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똥을 싸는 사나이

귓가로 지겨운 자명종 소리가 들린다. 잠깐 눈을 감은 것 같은데 벌써 아침인가? 내키진 않지만 꾸역꾸역 몸을 일으킨다. 잠시 멍하니 앉아있다 아내의 성화에 화장실로 간다. 세수라도 해야지. 머리도 감고 면도도 했지만 도무지 잠이 깨질 않는다. 입으로 밥을 먹었는지 코로 밥을 먹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없지만 어느새 밥공기는 비워져 있다. 먹었으니 싸야지. 모닝똥을 누며 신문을 보는 게 낙이라면 낙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래쪽이 뻑뻑한 게 잘 나오지 않는다. 변비인가? 아침에 똥을 잘 싸야 하루가 잘 풀리는 데.
뒤를 닦은 뒤 아무생각 없이 일어나 물을 내리려는데 오늘따라 똥색깔이 이상했다. 평소같이 굵고 진한 갈색 똥이 아니라 굉장히 밝고 노란 똥이 변기 안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자세히 보니 똥에서 광채가 나는 게 그냥 똥이려니 하고 넘어가기엔 이미 늦은 듯 했다. 이게 뭘까? 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근처에서 집게 하나를 주워 쿡쿡 찔러보았다. 그랬더니 집게가 들어가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보통 똥이면 물렁물렁 말랑말랑해서 단단한 집게로 툭치면 으스러질텐데 이놈의 똥은 딱딱한 게 마치 금속 같았다. 좀 냄새가 나겠지만 집게로 똥을 집어 밖으로 꺼냈는데 무게가 상당하고 집게에도 부서지지 않았다. 꺼내보니 냄새는 지독했지만 더욱 더 빛을 발하는 게 마치 황금같았다. 나는 그 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내가 화장실에서 한동안 나오지 않자 아내는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마침 문을 잠그지 않았기에 아내는 화장실로 들어왔다.

“뭐해요! 회사는 안가고. 뭐 변비라도 걸렸어요?”

“당신, 이거 좀 봐. 내 똥이 말이야.”

“어휴, 냄새 당신 똥 쌌어?”

아내는 코를 잡고 똥을 봤는데 그 순간 화들짝 놀란 듯 했다.

“이거....... 혹시 금 아니예요?”

“몰라. 나도 이상해서 지금 살펴보고 있었어.”

“이게 진짜 황금이면 우린 부자가.......에이 아니겠지. 당신 똥 가지고 장난치지 마요.”

아내는 기뻐하는 듯하다 이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게 꽤나 귀여웠다. 나는 괜스레 아내를 놀려주고 싶어 장난삼아 말했다.

“내가 볼땐 진짜 황금같아. 당신 오늘 금은방가서 확인 좀 해봐.”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회사로 갔다. 출근 하면서 아내한테 심한 장난을 쳤다는 생각에 신경이 좀 쓰였지만 금은방에서 어떤 표정을 짓게 될지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고단한 하루 일과가 끝나고 저녁때가 돼서야 퇴근했다. 오후시간엔 항상 아내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오늘따라 안 오는 걸 보니 단단히 삐친 듯 했다. 하긴 내가 해도해도 너무했지. 아내를 달래기 위해 아내가 좋아하는 만두를 좀 산 뒤 집으로 향했다. 막상 초인종을 누르려니 살짝 긴장이 됐다.

“딩동~딩동”

“여보, 나 왔어.”

“어머 당신!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오늘 목이 빠져라 기다렸어요. 당신 오늘 나한테 무슨일 있었는지 알어요?”

예상과는 달리 유쾌하고 밝은 목소리여서 나는 내심 안심했다.

“뭔데?”

“있잖아. 내가 당신이 회사 간 뒤에 어떤 일이 있었냐면은.”

그러며 아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아내는 똥을 가지고 금은방을 갈 생각따위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관찰하다보니 이게 정말 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아내는 똥을 금은방에 바리바리 싸가지고 갔다. 금은방에서 있었던 일을 대충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무슨 일로 오셨죠?”

“제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하나 있는 데 이게 금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 왔어요.”

“이야, 크기가 무척 크군요. 제가 금은방 하면서 이렇게 굵고 긴건 처음 봅니다. 값이 꽤 나가겠는데요? 감정을 해야겠으니 잠시 주시죠.”

“어머, 이거 진짜 금 맞나요?”

“이게 금이 아니라면 뭐가 금이겠습니까? 좀 모양이 야리꾸리 하지만 대충봐도 금이 맞습니다.”

그러며 금은방 주인은 금을 관찰했다.

“허허, 이거 순금인데요? 99.9999% 불순물이 하나도 안 섞인 순금입니다. 이야 어디서 이런 걸 구하셨는지 궁금하군요.”

“그럼 이게 전부 얼마죠?”

아내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싸게 잡아도 순금이면 한 돈에 7만원대 후반인데 이건 완벽한 순금이니 8만원은 받을 수 있습니다. 한돈에 8만원이고 이걸 어림잡아도 500돈은 될 테니  4천만원정도는 되겠군요.”

“꺄악!”

아내는 놀란 나머지 기절하고 말았다.

“아주머니 정신차리세요. 아주머니!”

아내는 한 10여분뒤에 깨어났다고 한다. 아마 놀랐을테지. 나도 놀라고 있으니까. 나는 믿을 수 없어서 몇 번이나 되물었지만 대답은 똑같았다. 나는 당장 내 똥을 확인하고 싶었다.

“똥 어디갔어?”

“그거 그냥 팔았어. 괜히 내가 가지고 오다가 누가 훔쳐가면 어떻게 해. 어차피 똥은 매일 싸잖아? 돈은 통장에 넣어뒀지.”

그러며 통장을 보여주는데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허억. 4천만원........ 그런데 내 똥이란 걸 누구한테 말하지 않았겠지?”

“그게 말이야. 금은방 주인한테 얘기하는 수밖에 없었어. 얼마 이상의 귀금속을 거래할 때는 출처가 분명해야한다고. 아니면 장물 취급당해서 팔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데 어쩔 수 있나. 그래도 그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 얘기 안한다고 했으니 걱정마.”

떨떠름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설사 금은방 주인이 소문낸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알 리가 있나. 그리고 소문이 나려면 적어도 며칠은 걸리겠지. 그리고 황금똥을 또 싼다는 보장도 없으니 4천만원 얻은 것만으로 감사하자. 나는 나 자신을 적당히 위로했다. 그리고는 저녁을 먹기 전 잠시 인터넷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오늘의 검색어가 뭔가 보려하는데 그걸 보는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 1. 황금똥을 싸는 사나이 -

이게 뭐야, 이게 뭐야. 난 어이가 없어 할말을 잃었다. 아내가 금은방에 간 건 오전일텐데 단 몇시간 사이에 이렇게 소문이 퍼진건가? 검색어를 클릭하자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 서울 모 금은방에서 황금똥을 싸는 사나이 발견. 200x년 x월 x일 금은방에 한 여자가 찾아왔다. 여자는 그 똥을 자기 남편이 싼 똥이라 했고 냄새가 무진장 구린 점을 미루어 볼 때 장을 통과해 나온 게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아직 똥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파악하지 못했으나 곧 밝혀질 것이라 하였다. -

그 기사를 보는 순간 숨이 턱하니 막히는 듯 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개인 정보란 존재할 수 없는 걸까? 사람들의 호기심을 위해 내 신원은 순식간에 까발려질게 뻔했다. 컴퓨터를 끄고 밥을 먹었지만 밥알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찜찜하기 그지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다. 집에 있는 온 전화가 거의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저기 황금똥을 싸는 사나이시죠. XX일보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인터뷰를 좀 했으면 하는데.......”

이런 전화가 밤새도록 걸려와 결국 전화선을 뽑아버리고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역시나 배가 아파왔고 화장실에서 똥을 쌌다. 오늘도 황금똥이었다. 밤새 우울했던 마음이 황금똥을 보자 금새 가셨고 편안한 마음으로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서도 이미 소문이 날대로 다 났는지 다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좀 찜찜하긴 했지만 평소하던 일을 계속했다. 나만 가만히 있으면 별 일 없을 줄 알았는데 문제는 내가 화장실에 가자 터졌다. 별 생각없이 똥을 닦고 일어서는데 누군가 큰소리로 외쳤다.

“안돼!!!”

그는 재빨리 문을 따고 들어와 나를 제지했다.

“자네, 미쳤나? 황금을 왜 흘려보내!”

방금 말한 건 이부장이었다. 그제서야 난 내가 물을 내리려했단 걸 깨달았고 밖을 쳐다보니
사람들이 화장실 앞에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김대리, 똥은 잘 쌌나?”

“네, 뭐 그렇죠.”

“저 똥 안 가져갈건가?”

아내가 통을 주긴 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똥을 챙기기도 민망했기에 그냥 갈 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그 작은 칸으로 몰려드는 게 아닌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들 정신이 없었다.

“이 똥은 내꺼야!”
“저리 비켜! 어휴 당장 안 꺼져?”
“제발 한줌만이라도”

사람들은 똥에 묻은 물기가 순식간에 마를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고 어떤 이는 휴지통을 뒤지기도 했다.

“휴지에 황금가루가 묻어있을거고 그거라도 팔면 십만원은 나올거야!”

그 모습은 정말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고 누군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와서야 진정이 됐다. 이 일은 회사 내에서 크게 문제가 되었기에 난 사장실까지 끌려가고야 말았다.

“자네 때문에 무척이나 곤란하게 되었네. 이러는 건 노동법에 걸리지만 자네가 회사를 나가줘야겠어. 자네 때문에 회사가 돌아가질 않네. 일단 정직 후 퇴직하는 걸로 할테니 그런걸로 알게. 어차피 자네야 부자니 회사 다닐 필요도 없지 않은가?”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네, 그러죠.”

회사 밖으로 나서는 내 발걸음은 무척이나 무거웠다. 집에 갔더니 왜 이렇게 일찍 왔냐 물었고 회사를 때려쳤다고 했다. 아내는 잘했다며 그딴 회사 잘 때려쳤다며 이제 똥 팔아서 여행이나 다니자 했다. 하루 만에 백수신세가 된 게 허무했지만 똥 생각을 하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집에 있으니 심심하기도해 인터넷을 하려고 컴퓨터를 켰더니 황금똥에 관한 기사가 상위권에 올라있었다. 내가 똥을 싸고 안 가져가서 회사가 난리가 나고 그 때문에 내가 짤렸다는 것까지 쓰여있었다. 세상 참 빠르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댓글을 살펴봤는데  가관이었다. 직접 똥 싸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둥, 해부를 해봐야한다는 둥, 자기 눈으로 보기전에는 믿을 수 없다는 둥, 외계인일 거라는 둥 별별 얘기가 다 써 있었다. 댓글 중에는 황금똥을 싸는 사나이의 얼굴이란 댓글이 있어 클릭해봤더니 진짜 내 얼굴이 나왔고 그걸 보니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이대로라면 뉴스에 나오는 것도 시간문제일 듯싶었다. 하도 답답해 산책이라도 갈려고 문을 열었는데 내 얼굴을 향해 카메라가 달려들었다.

“김변수씨 XBX 방송국에서 나왔습니다. 잠시 시간 좀 내주시죠.”
“저희 EOS 방송국부터 인터뷰 해주십시오.”
“이 사람들 우리가 먼저 와서 기다린거 모르나?”

문 앞은 각종 취재진들로 아수라장이었고 카메라 플래시가 연 이어터졌다. 나는 놀란 나머지 그냥 문을 닫아버렸다.

“이게 뭐야. 이게 다 뭐냐고.”

나는 짜증이 나서 방 안에서 누워있었다. 현대 사회에 비밀이란 없었다. 나는 불현듯 어제와 오늘이 너무나 달라져 다시는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누워있자니 배가 고파왔다. 뭐 좀 먹으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 부엌을 내다보니 식탁에는 수많은 음식이 차려져 있었는데도, 아내는 음식을 더 준비하고 있었다.

“여보~ 배고프지. 일단 이거라도 먹어.”

평소에는 이렇게 진수성찬을 먹어본 기억이 없건만 오늘따라 굉장히 푸짐했다.

“여보, 많이 먹고 똥 많이 싸야 돼. 알았지? 남기지 말고 다 먹어~”

이걸 다 먹으라니! 기가 차긴 하지만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니 남길 수도 없었다. 한입 두입 계속해서 먹었는데도 음식은 도통 줄지를 않았다. 반의 반도 못 먹었는데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여보, 너무 많은데? 당신도 어서 먹어. 난 그만 먹을래.”

“아니! 이거밖에 못 먹는단 말예요? 빨리 더 먹어요!”

아내가 은근히 째려보자 난 배가 터질 지경이었는데도 젓가락을 계속 움직였다. 음식을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는데 갑자기 애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현석이가 우는 듯 했다. 아내는 현석이한테 가더니 기저귀 젖은 걸 보며 혀를 찬다.

“에휴. 얜 누굴 닮아서 아직까지 똥오줌을 못 가리지? 옆집 철수는 혼자서 화장실도 잘 간다는데.”

아내는 투덜투덜 거리며 기저귀를 갈았고 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별뜻없이 바라본 거였는데 아내는 신경 쓰였는지 나를 보고 말했다.

“여보~ 당신보고 한 얘기 아니야. 당신은 똥 많이 싸도 돼. 아니 아무데나 싸도 돼. 그냥 많이 먹고 싸기만 해.”

기저기를 간 뒤 아내도 같이 식사를 했는데 대화의 내용은 대게 황금똥에 관한 것이었다. 그 얘기를 더 듣고 싶지 않았지만 얘기를 하며 싱글벙글해 하는 아내를 생각해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러다 아내는 뭔가가 문득 생각났는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여보. 내 친구 중에 미자라고 있잖아. 걔 남편이 방송국 PD인거 알지? 근데 미자가 부탁하더라고. 한번만 남편이 연출하는 프로그램에 당신이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세상에 요런일이’ 라고 당신도 들어봤을거야. 회사도 안 나가고 마침 할 일도 없는데 한번 나가보는 게 어때? 요새 미자 남편이 시청률이 안 나와서 자리가 위태위태하다네. 친구 좋다는게 뭐야? 이럴때 도와줘야지.”

맘 같아서는 그냥 무시하고 싶었지만 아내의 부탁을 안 들어줬다가는 바가지를 박박 긁힐게 뻔했다. 어찌할까 고민하는 나를 아내는 계속해서 설득했고 차라리 방송 출연을 한번 하고나면 사람들의 관심도 식으리라 생각했다.

“방금 미자한테 전화해봤는데 당신만 나온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출연할 수 있데. 어떻게 할거야?”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괜히 뜸들일 바에는 단숨에 처리하고 싶었다.

“그래, 까짓 거 내일 출연하지 뭐. 준비할 건 뭐 없데?”

“내일 7시 방송이라는데 3시간전에 가서 리허설하고 그러면 된데. 메이크업 같은 잡다한 사항은 가면 알게 될거래.”

내일이라........ 내일 방송 출연을 하고 한두달 있으면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겠지. 드러난 신비는 이미 신비가 아니니까. 두렵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설레였다.

다음날 난 빈둥빈둥 거리다 오후가 되자 방송출연을 하기 위해 방송국으로 향했다. 별 절차없이 바로 들어가면 될 줄 알았는데 방송국 경비가 들어가는 걸 막아섰다.

“여긴, 아무나 못 들어갑니다. 출입증을 가지고 계시거나 용무가 있으신 분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경비는 꽤나 딱딱하게 굴었고 난 하는 수 없이 사실대로 얘기했다.

“저, 황금똥 때문에 왔는데요. 오늘 저녁에 하는 방송있잖아요.”

“네!!!!!!!!??? 진작에 말씀하시죠. 제가 몰라 뵙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그는 갑자기 태도가 180도 달라졌고 공손하게 길 안내까지 하는 것 아닌가. 황금이란게 이토록 무섭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방송국 안에 들어가자 온갖 사람들이 다 내쪽으로 몰려왔는데 경비원이 내가 온 걸 알린 모양이었다. 여타 PD나 방송국 작가는 물론이요 지나가던 청소부 아줌마들까지 방송국에 있는 사람이란 사람은 다 여기 있는 것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당신이 세간에 화재가 되고 있는 바로 그분이군요. 저희 방송국에서 당신을 가장 처음 모시는 영광을 가지게 되다니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자 이쪽으로 오시죠. 귀빈실입니다.”

그는 방송국 국장이었는데 내게 깍듯하게 대해주었다. 귀빈실에는 국장을 비롯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와 작가들 정도만 있었고 그 외의 사람은 없어 나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따 프로그램이 어떻게 진행될 지 설명을 이래저래 들었는데 PD가 한 어떤 말 때문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네? 그러니까 생방송 중에 똥을 싸라고요?”

“맞습니다. 조금 부끄러우시겠지만 이는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를 살리고 황금똥이란게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증명하기 위해서이죠. 선생님이 편하게 똥을 싸시도록 하기위해 사방을 완전히 가려서 댁의 화장실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단지 똥이 나오는 장면만 찍을 뿐이고 그 순간 선생님의 얼굴은 카메라에 찍히지 않을겁니다..”

그 말을 듣자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똥을 싸는 순간 사람의 표정은 힘을 주느라 찡그려지기 마련인데 그런 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니 다행스러웠다. 나는 좀 더 얘기를 듣다 밖으로 나왔는데 국장과 PD가 나누는 얘기가 들렸다.

“하하하, 이건 대박이야. 시청률은 확실하겠어. 자네 지방 발령 조치는 없었던 일로 할걸세. 보너스도 두둑히 나가고 말이야.”

“이게 다 이국장님 덕분 아니겠습니까? 제가 뭘 한 게 있나요. 하하하.”

그들의 말을 듣자 어쩐지 내가 노리개가 된 듯해 기분이 찜찜했다. 달리 할 일도 없어 대기실에 갔는데 기다리는 일은 무척이나 따분했다. 메이크업도 하고 리허설도 했지만 시간은 좀처럼 안 갔다. 하도 심심해 소변이라도 볼까하고 화장실에 갔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안 보이던 아내가 나타나서 날 가로막는게 아닌가.

“당신 뭐해요. 여기서?”

“응, 오줌이라도 눌려 그랬지.”

“난 또 똥싸려는 줄 알았네. 방송 얼마 안 남았는데 똥싸면 큰일이잖아. 한번 싸면 언제 또 쌀지도 모르고.”

아내는 당당하게 남자 화장실에서 날 감시했고 나는 찜찜한 기분으로 소변을 눴다. 누군가 하지 말라고 하면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이다. 똥을 싸지 말라고 하니 어쩐지 똥을 싸고 싶어졌다. 배가 살살 아픈 거 같기도 하고 속이 쓰린 거 같기도 해 화장실에 안 가고는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았다. 고작 방송시작까지 1시간 남은 상황. 나는 버티고 또 버텼지만 30분을 더 참다 결국 사람들 몰래 화장실로 갔다. 역시 참았다가 싸는 똥은 무척이나 시원했다. 속은 편안했지만 가슴 한 구석에서 불안함이 피어올랐다. 이제 방송시작까지 20분밖에 안 남았는데 미리 똥을 싸버렸으니 어떻게 하란 말인가. 나는 걱정돼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른 이들한테 이 사실을 말했다가는 난리가 날 것이고 방송 자체가 박살 나 버릴 것이다. 조금만 더 참을걸. 나는 내심 후회가 되었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몸에 무리가 가긴 하겠지만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길을 택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변비약이었다. 변비약은 똥이 잘 안 나올 때 먹는 것이니 멀쩡한 사람이 먹으면 좋을 리가 없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나는 서둘러 변비약을 사왔다. 약국에 갔다 오니 방송 시작 5분전이었다. 없어진 나를 찾기 위해 방송국은 난리 법석이었지만, 내가 다시 나타난 걸 보고 모두들 안도했다. 드디어 프로그램은 시작했고 나는 긴장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목소리 좋은 남자 아나운서와 미녀 탤런트가 진행하는데 방청석이 빈틈없이 꽉꽉 차있었고 서서 보는 사람도 꽤 됐다. ‘세상에 요런 일이 특별방송 -황금똥은 존재하는가’란 제목이었고 20분여간 전문가의 발언이나 연구 결과 같은 게 방송되었다. 이미 뉴스 같은데서 나온 것을 재탕한 것이었다. 드디어 시간이 지나 내가 나갈 때가 되었고 내 모습을 본 방청객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댔다.

무대 중앙에는 흰 상자 하나가 있었는데 내가 거기서 똥을 싸는 것이었다. 나는 들어가기 전에 내 몸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여러 사람한테서 확인 받은 뒤에 그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상자에 아무것도 없는 건 방청객들도 모두 확인했다. 상자는 과연 위아래 모두 완전히 막혀있어 내가 똥 싸는 걸 아무도 볼 수 없었다. 변기는 집에 있는 양변기와 똑같았지만 밑이 뚫려있어 내가 똥을 싸면 바로 카메라가 그 모습을 찍을 수 있는 구조였다. 안으로 들어간 나는 똥을 누기 위해 힘을 열심히 주었다. 변비약을 먹은 지 이십분은 지난 것 같았는데 똥이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나는 괄약근에 있는대로 힘을 다 주었고 제발 똥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지금 이 순간 똥이 나오지 않는다면 개망신도 그런 개망신이 어디있을까. 부처님, 하느님 제발 똥을 싸게 해주세요. 난 속으로 기도하며 다시금 괄약근을 조였다 풀었다 했다. 나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다행스럽게도 한줄기 설사가 똥구멍으로 나왔고 난 기쁘기 그지없었다. 느낌상으로 볼때 손가락보다 좀 더 큰 크기였지만 황금똥이란 게 중요했다.

“여러분 황금똥입니다!”

남자 진행자는 똥을 그릇에 담아 가져갔고 카메라는 그 모습을 뚫어져라 비췄다. 방청객들은 놀랐는지 멍하니 똥만 바라봤다. 진행을 맡은 여자 탤런트는 똥을 보고 반했는지 이런 말을 했다.

“오~ 향기로워요. 내 생애 이렇게 냄새좋은 똥은 처음 맡아봐요. 샤넬 향수보다 좋은데요. 킁킁, 킁킁.”

남자 진행자는 똥을 손으로 들고 방청석으로 향했고 방청객 하나하나에게 똥을 세심하게 보여주었다. 그 중 한 방청객은 기습적으로 똥을 입에 물더니

“똥이 이렇게 맛이 좋을수가. 이런 똥이라면 매일 같이 먹을수도 있어요.”

하는 게 아닌가. 방청객 중 하나는 똥을 보고 완전히 흥분했는지 이렇게 외쳤다.

“황금똥!”
“황금똥!”
“황금똥!”
“황금똥!”

이 소리를 들은 다른 방청객도 분위기에 휩쓸려 같이 외치기 시작했다.

“황금똥!”
“황금똥!”
“황금똥!”
“황금똥!”
“황금똥!”
“황금똥! 와!!!!!!”

난 기가 차서 어이가 없었지만 딱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나를 보는 그들의 눈빛이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는 듯해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방송이 끝나고 대기실로 향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계속 날 쳐다보길래 무슨 일인가 했는데 갑작스럽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웬만한 노래는 끝났을만한 시간이건만 그때까지도 박수는 멈추지 않았다. 국장이 손을 들어 멈추게 한 뒤에야 박수 소리는 끊겼다.

“방송은 정말 성공적이었습니다. 지금 난리입니다. 이것 좀 보십시오. 게시판이 폭주하고 있고 각종 검색어도 다 휩쓸고 있습니다. 아마 시청률도 대박일 겁니다. 허허.”

국장은 기분이 좋은 지 싱글벙글한 표정이었고 다른 관계자들의 표정도 밝았다. 하지만 난 어쩐지 피곤해져 집으로 가고 싶었다. 서둘러 빠져 나가려는데 국장이 말을 걸어왔다.

“다음 주에도 출연하실 수 있습니까? 출연료는 오늘의 두배 아니, 세배는 드리죠. 아, 깜빡하신 거 같은데 오늘 싸신 똥은 와이프분을 통해 돌려드리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어떨지 잘 모르겠네요. 생각해보고 결정하도록 하죠.”

나는 다시 방송에 나오기 싫었지만 아니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좀 꺼림칙해서 적당히 얼버무리고 나왔다. 아내는 아직도 방송국 사람들과 잡담을 하는 중이었고 나는 가능한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 차를 타러 주차장으로 갔다. 막 내 차에 가서 문을 열고 타려는 순간 누군가가 내 뒤통수를 강하게 쳤고 나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얼마쯤 지나 내가 눈을 떴을때 내 주위에는 온통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뿐이었고 나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차림새를 보아 저들은 분명히 조폭이었다.

“이제 일어나셨구만. 방송 잘 봤수다. 그런 게 실제로 존재할 줄이야. 정말 대단한데.”

그 중 두목인듯한 사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황금똥을 싸게 된 건지 말해주는 게 당신을 위해서나 우리를 위해서나 다 좋을 것 같은데 당신 생각은 어때?”

그러며 사내는 칼을 꺼내 만지작 만지작 하는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살벌했다.

“그냥 어느 날부터 그렇게 되었어요. 저도 정확히는 어떻게 된 건지 몰라요. 병원에서 따로 간 검사 받은 것도 아니니까요.”

“시방 다리 한 구석이 찢어져야 정신 차리겠어?”

“아닙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똥을 싸니 황금똥이 나온 겁니다. 정말이예요. 믿어주세요.”

난 혼신의 힘을 다해 애원했고 사내는 계속해서 협박했다. 이런 실랑이가 몇 번 반복된 뒤에 사내는 내 말을 조금 믿게 된 것 같았다.

“좋아, 일단은 믿기로 하지. 그럼 어서 황금똥이나 싸봐.”

“아까도 방송에서도 똥을 싸서 지금은 배가 안 아픈데.......”

“방송 끝난지 2시간이나 지났어 그래도 못 싸겠단 말이야?”

난 그제서야 내가 납치된 지 2시간이나 지났다는 걸 알았다. 난 조폭들의 눈빛에 두려움을 느꼈고 결국 똥을 싸겠다고 한 뒤 힘을 주었으나 도저히 똥이 나오지 않았다.

“저기, 안 되겠는데요.”

“그냥 순순히 싸면 당신이나 나나 다 편하잖아. 그럼 이거나 마셔.”

그러며 사내는 부하들을 시켜 양동이를 가져오게 했는데 희뿌연게 가득 담겨있었다.

“이게 뭐죠?”

“변비약.”
“아니 이걸 마시라고요?”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모금도 남기지 않고 다 마셔. 마시기 싫으면 당신 부인을 생각하라고. 당신 부인도 꽤 이쁘장한 것 같던데.”

“아닙니다. 당장 다 마실테니 제발 아내한테는 손대지 말아주십시오.”

변비약을 마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냥 물이나 음료수도 한꺼번에 많이 마시기 힘든데 약을 이렇게나 많이 마시라니. 나는 평소 같으면 도저히 못할 일을 아내 얼굴을 생각하며 해냈다. 변비약을 다 마시고 20분쯤 지나자 신호가 왔다. 나는 10분 단위로 똥을 싸러갔고 하도 많이 똥을 싸다보니 똥구멍이 다 헐어버릴 지경이었다. 웬만하면 참았다가 천천히 싸고 싶었지만 변비약의 위력은 대단했고 난 똥을 싸러 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싼 똥을 보고 조폭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는데 난생처음 살인 충동을 느꼈다. 한 세시간쯤 똥을 싸자 난 기력이 탈진해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헉헉헉. 도저히 못 싸겠어요.”

“그래? 오늘은 이만하기로 하지. 생각보다 많이 쌌으니까.”

오늘이라니 이 짓을 계속해야 된다는 건가? 그 말을 듣자 남은 힘이 완전히 빠져 자리에 쓰러졌다. 잠시 후 배가 다시 아파왔지만 난 일어설 기운조차 없었고 누운채로 똥을 싸버렸다. 그런데 이번에 싼 똥은 황금똥이 아니라 그냥 똥이었다. 거듭된 설사로 인 해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거지?”

두목은 당황했는지 주위 부하들에게 물었으나 그 중 가장 똑똑한 두목이 모르는 일을 부하들이 어찌 알까. 일단 부하들이 내가 싼 똥을 치워주었지만 두목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했다. 10여분이 지난 후 난 또 다시 똥을 쌌는데 그 똥도 황금똥이 아니라 그냥 똥이었다. 이런 일이 두어차례 더 반복되자 두목은 결심을 했는지 부하들한테 말했다.

“아무래도 저 놈이 뱃속에 들어있던 황금똥을 다 싸버린 모양이다. 이미 싼 똥만 해도 몇억은 갈테니 이만 철수하자.”

조폭들은 나를 버려둔 채 휑하니 가버렸고 나는 탈진한 채 쓰러져 있었다. 나는 가까스로 기어가 조폭들이 뺏었던 내 핸드폰을 주워들어 119에 신고한 뒤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내가 깨어난 건 늦은 밤 병실이었다. 아내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알고보니 나는 이틀이나 혼수상태였다고 한다. 나는 일주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가까스로 건강을 회복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도 나는 황금똥을 싸지 않았고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실시했으나 내 장은 보통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제일 먼저 화장실에 갔는데 그냥 똥을 싸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인지 나는 그때서야 알았다. 집 앞에서 서성이는 카메라도 없고 나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도 없다. 똥을 싼 뒤 물 내리는 소리를 듣는 건 하나의 낙이 되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물 내릴 수조차 없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잊혀져가듯 나에 관한 일도 쉽사리 잊혀졌다. 한달정도가 지나자 내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도 없었고 나는 거리를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다행히 회사에서는 내 복직을 허락했고 나는 다시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다시 출근을 하기 시작한 첫날 나는 기분 좋게 들어왔다. 진수성찬은 아니어도 맛좋은 저녁식사였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현석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고 아내는 불평을 하며 현석이 쪽으로 갔다.

“에휴. 얜 누굴 닮아서 아직까지 똥오줌을 못 가리지?”

아내는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옷을 벗기다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꺅! 여보 빨리 이리와봐.”

나는 놀라서 그쪽으로 달려갔는데 기저귀 사이로 빛나는 똥이 보였다. 황금똥이었다.